우선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주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 보기로 하죠. 여러분은 강연을 기대하며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고, 저도 강연을 기대하며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도시에 도착하기 위해 하루 종일 옥수수밭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핵심을 파악하려면 몇 가지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할 때도 있어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시작할게요. - P396397

엉뚱하게 들리죠. 실제로도 그래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인 양자장 이론의 핵심입니다 전자, 쿼크, 광자 등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모든 입자와 힘은 실제로는 시공간 전체에 존재하는 더 큰 연속적인 장이 어떤 하나의 존재로 분리되어 표현된 것에 불과하며, 우리가 진공의 본질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며 만났던 그와 같은 장입니다. 각 종류의 입자마다 하나의 장이 존재합니다. 장에서 입자를 ‘꼬집어 내는‘ 개념이 100퍼센트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충분한 비유입니다. - P400401

입자물리학자들은 대칭이라는 단어에 열광합니다. 귀에 대고 "대칭"이라고 속삭여 보세요. 평생 여러분을 사랑할 거예요. 그들은 높은 에너지에서는 통합된 힘이 대칭을 이루지만 낮은 에너지에서는 그 대칭이 ‘깨져‘ 두 가지의 다른 힘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괴로워도 괜찮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꽤나 긴 수학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요. - P402

왜 홀극(monopole, 모노폴)이 이상하냐고요? 자석 다들 아시죠? 여러분도 몇 개씩은 가지고 계실 거예요. 지구에는 큰 자석이 있어요. 편의상 한쪽 끝을 ‘북쪽‘이라고 하고 다른 쪽 끝을 ‘남쪽‘이라고 해요. 그 자석을 반으로 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쪽 조각과 남쪽 조각이 생기나요? 그렇게 간단하고 정상적이라면 제가 이렇게 묻지 않았겠죠? 이 경우에는 반자석 두 개가 아니라 더 작은 남북 자석 두 개가 생길 거예요.
또 반으로 자르고 그걸 또 반으로 잘라 보세요. 결국에는 각각 작은 북쪽과 작은 남쪽을 지닌 초소형 자석들만 남게 될 것입니다. 우주가 우리의 직관과는 반대의 현상들을 보여 줄 때, 그것은 우주가 여러분에게 비밀을 속삭이는 방식입니다. 주의 깊게 듣고 충분히 생각하면 그 신비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신비주의적인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요점은 아시겠죠?
이 사례에서 우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성이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특정 물체의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질량이나 전하 또는 위치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항상 전하의 이동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해 전하는 스스로 또는 저절로 존재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자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 P407408

우리가 진정으로 준안정 상태에 있고 새로운 안정성이 나타나면 더 이상 중력이나 강한 핵력, 전자나 중성 미자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새로운 현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입자와 힘의 배열은 초기 우주의 위상 전이 과정에서 대칭이 깨지면서 한때 통일되었던 장이 이질적인 개체로 분열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니까요. - P422

우리의 우주는 너무 커서 어떤 단어로 묘사하기도 어렵고 그 크기를 이해하려고 시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우주의 크기를 이해하기엔 우리의 뇌가 진화적으로 봤을 때 고작 도마뱀의 뇌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주의 크기와 같은 개념을 처리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수학이라는 것을 찾아냈고,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수학을 통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떡갈나무를 자를 수 없듯이, 생각만으로 광활한 우주를 담아낼 수 없거든요. - P461

하지만 그런 일은 언젠가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여러분은 오직 한 가지 반응, 즉 의구심만 가져야 합니다. 최고의, 궁극적인, 최고의 의구심. 생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의구심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외계인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고, 지금까지 외계인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가 (적어도 사실상) 혼자일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P473

간단히 말해, 블랙홀은 시공간 자체에 구멍이 뚫린 것과 같아요. 모든 물질이 중력에 의해 무한히 작은 점으로 밀집된 무한 밀도의 지점이지요. 이것이 완전히 정확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특이점은 어떤 물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더 이상 우리를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써 있는 표지판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 보도록 하죠. 이러한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 사건의 지평선 또한 보이지 않는 모래 위의 선과 같이 어떤 사물이 아닌 거죠.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특이점 마을로 가는 편도 티켓만을 얻게 되는 것이고요. - P502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 자체가 음의 질량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음의 질량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다른 물리학 법칙을 위반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맞는 걸까요? 음의 질량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를 수용하기 위해 운동량과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업데이트해야 할 텐데요. 아니면, 그토록 중요하고 철저하게 검증된 보존 법칙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며, 음의 질량은 원래 있어야 할 큰 쓰레기장에 버리면 되는 것일까요?
음의 질량을 믿고 싶으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운동량 보존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잘 검증되고 잘 이해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사실 한두 번쯤 고비가 있기는 했어요.)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운동량 보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음의 질량은 음의 음식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본 것들과 다르고 짜릿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 P51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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