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특성을 지정하는 유전자 암호가 알려지면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사실상 어떤 식물이나 동물이든 연관 유전자를 게놈에 삽입하거나 편집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현존하는 그 어떤 유전자 조작 기술보다 단순하며 효과적이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유전자 공학과 생물 지배력의 새로운 시대, 온전히 인간의 집단 상상력으로만 가능성이 재단되는 혁명의 시대를 마주하게 되었다.- P14

인간 게놈은 DNA 염기쌍이 약 32억 개 있으며, 이 안에 단백질을 암호화한 유전자가 대략 2만 1,000개 있다. 흥미롭게도 게놈 크기로는 생물체의 복잡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인간 게놈은 쥐나 개구리 게놈과 길이가 거의 비슷하지만 도롱뇽 게놈보다는 10배나 짧고, 특정 식물 게놈과 비교하면 100배나 짧다.- P40

유전자 치료는 그 본질 탓에 유전자가 삭제되거나 결함이 있는 질병이 아니라면 대다수 유전 질병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세포에 새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헌팅턴병을 예로 들어보면,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가 생산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건강한 유전자가 만드는 정상 단백질의 효과를 압도해버린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보다 우세하므로, 바이러스 벡터로 정상 유전자 하나 더 집어넣는 식의 단순한 유전자 치료로는 헌팅턴병이나 다른 우성 유전병에 효과가 없다.
이렇게 치료하기 힘든 유전 질병의 경우,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대체하는 작업이 아니라 결함 자체를 고치는 방법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결함 있는 유전자 암호를 수정할 수 있다면, 새 유전자가 엉뚱한 곳에 삽입되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이 열성 유전 질병과 우성 유전 질병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치료할 수 있다.- P5051

(잭 쇼스택Jack Szostak 등의) 이중나선 파손 모델이 맞는다면, 효모 연구에서 도출한 결과가 포유류에게도 적용된다면, 유전자를 편집하려는 정확한 위치의 게놈을 잘라 유전자 편집의 효율성을 개선할 명백한 기회였다. 게놈 속의 결함 있는 유전자를 실험실에서 정확하게 교정한 유전자로 대체하려면, 먼저 결함 있는 유전자를 잘라 DNA 이중나선을 파손한 뒤, 교정한 유전자 서열을 집어넣어야 한다. DNA가 파손되면 세포는 서열이 일치하는 염색체를 찾아 복제해 손상을 복구하려 하는데, 이때 합성한 유전자가 슬쩍 나타난다. 결론적으로는 DNA가 자연적으로 손상된 것처럼 세포를 속이고, 새로운 DNA를 짝이 되는 염색체로 위장시켜 제공해서 세포가 파손된 부위를 수정하게 만든다.
뉴욕 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연구소의 마리아 제이신Maria Jasin 연구팀은 1994년 최초로 포유류 세포에서 이 속임수 게임에 도전했다. 당시 볼더 시에서 박사후과정을 끝내고 뉴헤이븐 시 근처에 왔던 나는 강한 흥미를 갖고 논문을 읽었다. 나처럼 생명의 분자에 매혹당한 또 다른 여성 과학자가 내 대학원 스승의 이중나선 파손 모델 위에 세운 이 선구적인 논문을 읽으면서,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P59

차세대 유전자 편집 도구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했다. 첫째, 우리가 원하는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바로그 DNA 서열을 자를 수 있어야 하며, 셋째, 다른 DNA 서열을 표적화해서 자르도록 프로그램하기 쉬워야 했다. 첫째와 둘째 조건은 이중나선 파손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조건이고, 셋째는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위한 조건이다.- P6162

(1994년에) 대학원생 제이미 케이트Jamie Cate 와 함께 리보자임의 구조를 연구하는 일은 기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비극도 함께했다. 그해 가을 아버지는 예일대학교의 내 사무실로 전화해서 진행성 흑색종을 진단받았다는 끔찍한 소식을 알려왔다. 아버지가 보낸 마지막 석 달 동안 나는 뉴헤이븐 시에서 하와이를 세 번 방문해서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충만한 낮과 밤을 함께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구절을 읽어드리기도 하고, 모차르트를 함께 듣고, 다양한 통증 치료 중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 의논하고, 죽음 이후에 무엇이 올지 함께 이야기했다. 내 연구에 항상 호기심을 가졌던 아버지는 계속 최근의 내 연구 성과에 관해 물으셨다. 아버지에게 초록색으로 그려진 리보자임 분자 그림을 보여드린 적도 있다. 그림을 보고 아버지는 "초록색 페투치네(파스타 면의 일종으로 납작한 모양이다 ― 옮긴이) 같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3주 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P7172

박테리오파지는 실험실에서뿐만 아니라 지구에 가장 널리 퍼진 생물로도 유명하다. 빛과 토양처럼 자연계에서 흔한 존재이며, 흙, 물, 인간의 장, 온천, 빙하 핵 등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박테리오파지의 수가 대략 1031 정도는 되리라고 평가했다. 1 뒤에 0이 자그마치 31개나 붙어 있는 숫자다.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바닷물에는 뉴욕 시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박테리오파지가 들어 있다. 놀랍게도 박테리오파지가 감염시킬 수 있는 세균보다 파지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세균도 많지만 세균 바이러스는 세균의 10배를 넘어선다. 세균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수없이 많은 감염을 매초 일으키며, 바다에서만도 매일 모든 세균의 40%가 치명적인 박테리오파지에 감염되어 죽는다.- P8485

이제야 탐색이 시작된 크리스퍼는, 우리가 단순한 단세포 생물에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세균 면역 체계 중 크리스퍼가 발견되면서 세균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염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세포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 증명되었고, 이로써 세균과 인간이 대등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균 방어 체계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몰랐다.- P99

2012년 6월 8일 맑은 금요일 오후, 나는 ‘확인‘ 버튼을 눌러서 <사이언스>에 정식으로 논문을 제출했다. 20일 후인 6월 28일에 이 논문은 발표될 테고, 그러면 나도 과학계 동료들도 생물학계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이 엄청난 결과에 의기양양한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살아온 순간 중 가장 지쳤다는 생각뿐이었다.- P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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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의 핵심은 강제성(coerciveness)이다. 수용 권한을 가진 정부나 기업이 보상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경우 소유권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정부나 기업이 소유권자에게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수용은 책임 원칙이 적용된 예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수용은 소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어떠한 경우에 수용이 허용되는가? 이에 관하여서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 하나는 공공사업에만 수용이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부동산을 수용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사업 주체와 무관하게 사업 특성상 사인의 부동산을 병합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수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대규모 개발의 경우 사인의 부동산을 매입하여 병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원, 고속도로와 같은 공공사업, 쇼핑센터, 아파트 등의 민간사업이 그 예이다.).
(중략) 두 번째 주장은 소유권자의 버티기 (hold out)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 또는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경우 수용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에 있어서 부동산 병합이 필요하면 소유권자의 협상력이 커져서 사업자와 소유권자의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대규모 개발이 지연 또는 무산되면 사업자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소유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이 대규모 개발을 하는 경우이다. 첫 번째 주장을 따르면 수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두 번째 주장에 의하면 소유권자의 버티기가 개발의 걸림돌이 될 경우 수용이 인정된다. 기업의 대규모 개발에 있어서 대체로 수용을 허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기업의 수용을 허용하는 논거는 부동산 병합이 아닌 공적 사용이다. 예를 들어 생각하여 보자. 기업이 특정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기업은 사인의 부동산을 병합하여야 한다. 만약, 소유권자의 버티기로 인하여 공장 건설이 지연된다면 법원이 기업의 수용을 허용할 수 있다. 공장이 건설되지 않으면 생산과 고용이 늘지 않고 지방정부가 조세수입을 잃기 때문이다. 공장이 지어지면 기업이 이윤을 얻지만 공익적 측면에서 파급 효과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사인의 부동산이 공적으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P49.50

가해자나 피해자가 주의하는 데는 비용이 소요되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과 손해액은 주의 수준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불법행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최적이 아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0이 되지만 주의비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으로 억제하려면 법원이 최적의 주의 의무를 부과하여야 한다.- P74.75

운전자가 최적의 주의 수준을 선택하여도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만 그것은 효율적인 교통사고이다.- P76

법학적 관점에서 계약은 이행되어야 하지만 법경제학적 시각에서는 효율적인 계약이 이행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계약은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효율적인 계약 파기(破棄, A가 100원을 지불하고 B는 재화를 공급하는 계약을 가정하자. 만약, C가 B에게 120원의 가격을 제시한다면 B는 A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C에게 재화를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A보다 효용이 높은 C가 이 재화를 소유하기 때문이다. A와 B는 C가 더 지불한 20원을 나누어 갖는다.)라고 한다.- P95

불법행위를 효율적인 수준에서 억제하는 것이 불법행위법의 목적이듯이, 계약법(contract law)의 목적은 효율적인 계약 파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P96

계약이 일방에 현저하게 불리하면 이는 불공정한 계약으로서 무효이다. 불공정한 계약은 일방의 의사무능력, 강박, 착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합리적인 쌍방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자발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이 일방에 현저하게 불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무능력, 강박,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무능력, 강박, 착오는 그것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일방이 불공정한 계약을 주장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공정성을 입증하여야 한다. 계약을 파기하려는 일방은 의사무능력, 강박, 착오를 주장하기보다는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P107

정보를 수집한 일방이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정당하다. 다만, 이러한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하에서 체결된 계약이 유효하려면 그것을 이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A가 정보를 수집한 이유는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서이지만 계약의 가치가 증가할 수 있다. 계약의 가치가 증가한다면 A가 수집한 정보는 생산적이다. A가 생산적인 정보를 수집하였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 A가 정보를 수집하여서 단순히 B의 이득을 빼앗는다면 이는 비생산적이다. 계약의 가치가 증가하지 않고 정보 수집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P108.109

이 밖에 소송이 발생하는 이유를 위험에 대한 태도로 설명할 수 있다. 현금 50원과 50%의 확률로 100원을 받는 복권(lottery) 중에서 현금 50원을 선호하는 사람은 위험기피자(risk averter)이다. 50원의 현금을 지불하는 것과 50%의 확률로 100원을 지불하는 어음 중에서 후자를 선호하는 사람은 위험선호자(risk lover)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확실한 이득, 불확실한 손실을 선호하므로 이득에 대하여 위험기피자, 손실에 대하여는 위험선호자가 된다. 확실한 이득(합의)과 불확실한 이득(소송) 중에서 피해자는 합의를 선호한다. 확실한 손실(합의)과 불확실한 손실(소송) 중에서 가해자는 소송을 선호한다. 따라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소송이 발생한다.- P122

원고와 피고가 각자 자신의 소송비를 부담하는 방식이 미국식 규칙(the American rule)이다. 반면, 영국식 규칙 하에서는 소송에서 진 일방이 상대방의 소송비를 부담한다. 영국식 규칙이 적용되면 원고 또는 피고는 소송비를 부담하지 않거나 상대방의 소송비까지 부담한다. 영국식 규칙이 적용되면 소송이 감소하는가? 영국식 규칙이 적용되면 패소한 자가 상대방의 소송비를 부담하는데 쌍방이 소송 결과에 대하여 낙관적이므로 원고의 기대이득이 증가하고 피고의 기대손실은 감소한다. 이에 따라 소송이 증가한다.- P130

패소한 자가 상대방의 소송비를 부담하게 하는 단순한 법적 원칙으로는 소송을 줄일 수 없다. 소송을 하는 쌍방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규칙 68(Rule 68 of the 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은 합의를 거부한 원고가 합의금을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받지 못할 경우 피고의 소송비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규칙 68은 합리적인 제안을 거부한 원고를 제재(制裁)한다는 측면에서 패소한 원고 또는 피고를 제재하는 영국식 규칙과 다르다.- P131

판사와 변호사의 동기(動機)는 다르다. 판사는 공정하지만 열심히 일할 동기가 작은 반면, 변호사는 부지런하지만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판사의 동기는 무엇인가? 판사도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한다. 판사의 효용함수에는 어떤 변수가 포함되는가? 판사는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이 성과에 연동되지 않으며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 대체로 판사의 효용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하여 결정된다. 첫째, 판사는 자신의 선호 또는 신념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려고 한다. 둘째, 자신이 내린 판결이 선례가 되기를 원한다. 판사는 자신의 판결이 다른 판결에 의하여 뒤집히는 것을 꺼린다.- P137

판사는 독립적이지만 이질적이므로 평균적으로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지만 극단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변호사는 경쟁으로 인하여 동질적이다. 변호사가 만드는 정보는 분산이 작으나 평균적으로 진실에서 벗어나 있다.- P138

국가가 적발률이나 형량을 올리면 범죄가 줄지만 집행비용(enforcement cost)이 증가하므로 범죄를 근절하기보다는 적절한 적발률과 형량의 조합을 선택하여 효율적인 수준에서 범죄를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효율적 범죄를 유도하는 형량 중에서 집행비용이 가장 작은 것이 최적 형량이다. 효율적 범죄는 무엇인가? 범죄의 기대효용이 범죄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이상이면 이러한 범죄는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범죄의 사회적 비용이 100원일 때 범죄의 기대효용이 110원이면 효율적 범죄이지만 범죄의 기대효용이 90원이면 효율적 범죄가 아니다.- P144

범죄의 유일한 척도는 사회에 끼친 해악이다. 범죄자의 의도가 범죄의 척도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P151

유익한 사건도 불확실하면 위험이다.- P155

수감 생활에 적응하는 범죄자는 "낮은 적발률, 높은 형량"을 "높은 적발률, 낮은 형량" 보다 선호하므로 위험선호자이다. 같은 논리로 수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범죄자는 "높은 적발률, 낮은 형량"을 "낮은 적발률, 높은 형량" 보다 선호하므로 위험기피자이다. 또한 수감 기간이 2배, 3배가 됨에 따라 수감 생활의 비효용이 2배, 3배가 되는 범죄자는 위험을 기피하지도 선호하지도 않는다. 이 사람은 위험중립자이다.- P158.159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현실적으로 제1종 오류를 줄이는 것이 법원의 목표가 된다. 99명의 범죄자들을 풀어주더라도 결백한 1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P168

되갚음은 정의의 문제이지 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불평등한 정의보다 평등한 부정의가 심각한 문제이다.- P171

공리주의자들도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한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만약,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단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할 뿐이다. 반면, 사형이 범죄를 억제함에도 불구하고 시행하지 않으면 잠재적인 피해자가 위험해진다. 공리주의자들은 잠재적인 피해자보다 범죄자를 담보로 도박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공리주의자들의 이러한 생각은 칸트의 주장과 대조된다. 칸트는 사형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지 잘못된 행위의 파급 효과를 따지는 미래지향적 계획이 아니라고 하였다.- P171

사형제가 살인을 억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사형제를 시행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배심원단을 구성하는 데 평균 3일이 소요되지만 사형이 구형된 경우에는 13일이 걸린다. 또한 1명의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데 약 200만 달러가 소요된다.
사형이 구형된 사건은 법적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재판비용이 많이 들고 사형수를 수감하는 비용은 평균의 두 배이다.- P172

유익한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傳播)하는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에게 대가가 지불되지 않으면 과소 공급된다. 반면, 유해한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을 언론의 자유로 보호하면 자신이 유발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유해한 아이디어가 과다 공급된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유익한 아이디어가 사라진다.- P174

모든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없으면 기업을 만들 필요가 없다.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데 비용이 많이 소요되면 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거래를 내부화한 것이 기업이다. 오래된 반독점법은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을 반경쟁적으로 보지만 거래비용을 줄이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견(一見) 반경쟁적인 행위도 그것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기업의 노력이면 제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반독점법의 시각이다.- P161

프로 스포츠가 존속하려면 팀 간 경기력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한다. 이를 경쟁적 균형(competitive balance)이라고 한다. 경쟁적 균형은 프로 스포츠존속을 위한 핵심적인 조건이다. 경쟁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수의 선발과이동을 제한하는 반경쟁적 제도가 프로 스포츠에 도입되었다.- 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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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이 세 번째 발견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이 죽는 것과 달리 원자핵은 확실한 법칙에 기초하여 붕괴됩니다. 과학이란 이러한 법칙을 어떻게 해석 할지를 규명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수학적으로 표시된 지수함수(exponential function, 수학용어로서 a를 양의 상수, x를 모든 실수값을 취하는 변수라 할 때 y=ax로 주어진 함수를 가리킨다)적 감소는 사실 엄청난 사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자핵의 붕괴에는 붕괴를 재촉하는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매개변수(parameter)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단지 반감기라는 기본적인 매개변수가 존재할 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라듐 원자핵은 아무런 원인도 없이 갑자기 붕괴한다는 것이다. 다만 많은 원자핵 붕괴를 모아놓고 볼 때 통계적으로 그래프에 표시한 것 같은 지수함수적 감소를 보일 뿐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순수한 ‘확률 현상’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극미한 세계에서 당시까지 아무도, 위대한 물리학자나 철학자조차도 의심하지 않았던 인과율, 즉 뭔가가 일어날 때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저 위대한 아인슈타인마저도 인과율이 존재하지 않는 이 법칙을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어서 가장 대중적인 확률현상인 주사위놀이를 비틀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라고 중얼거렸던 것입니다.
현상이 원인에 기초하지 않고 확률적으로 일어난다는 법칙은 ‘양자역학‘ 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의 기본 원리가 되었습니다. 20세기의 전자공학(electronics) 등에 의한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보는 바로 이 인과율에 의하지 않는 양자역학이 기초가 되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P38.39

다시 말해 화학반응으로 태양이 열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면 태양은 3,000~5,000년, 많아야 1만 년 이내에 다 타버리고 만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지질학이나 화석 연구를 통해, 지구의 연령은 수억 년이라는 규모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태양의 수명이 기껏해야 1만 년인데 지구가 생기고 나서 수억 년이 지났다는 것은 모순이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레일리(John William Strutt Rayleigh, 1842~1919, 질소의 질량을 측정하는 과정 중 1894년 W.램지와 함께 아르곤을 발견, 그 공로로 19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는 위의 계산을 기초로 그리스도교의 성서에서 말한 것처럼 신은 1만 년 전쯤에 우주를 만드셨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 영향력이 컸으며 진화생물학의 논점들을 사회적 이슈로 확대시킨 논쟁가로도 유명하다. 진화를 곧 발전‘ 으로 보는 직선적 생명관, 다위니즘을 벗어나지 못한 서구식 가치체계를 끊임없이 비판해 좌파적 진화론자‘라 불렸으며,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일 뿐"이라고 주장하여 진화의 기본 개념을 바꾸어놓았다. 진화생물학과 고생물학을 접목시킨 것도 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는 그의 저서에서 "레일리 경이 너무나도 고명한 물리학자에서 지질학자나 화석학자들은 그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생물의 진화학은 상당히 늦어졌다" 라고 그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레일리 경에 대한 그의 비난은 잘못 짚은 것입니다. 지질학자나 화석학자가 자신의 연구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면 자기 자리를 걸고라도 레일리 경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했어야 합니다. 물리학자는 납득할수만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레일리 경도, 만약 그들의 설명을 납득할 수 있었다면 새로운 에너지원 연구에 돌입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과학의 진보는 오히려 빨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P43.44

1939년 미국의 코넬 대학에 소속해 있던 당시 서른세 살의 한스 베테(Hans Bethe, 1906~2005) 박사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별의 에너지 발생에 대하여』(Energy Production in Stars)였습니다. 이 논문은 태양을 포함하는 항성의 에너지가 핵반응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입니다.

어떤 주제, 예를 들어 별의 에너지원 등에서 베테 박사가 연구를 시작하면 연구가 어찌나 철저한지, 연구하지 못한 채 남은 과제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보통의 연구자가 연구 발표를 한 뒤에는 벌채된 산속에 군데군데 남겨진 나무처럼 연구 과제가 남기 마련인데, 그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잡초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후속 연구자는 그 후 개량된 실험 장치를 사용해 그의 이론에 기초하여 계산을 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베테 박사는 별의 에너지원이나 그 밖의 원자핵에 관한 방대한 연구 업적으로 196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후속 연구자에 의한 연구의 정밀화 작업도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생의 절반을 바쳐 태양의 에너지원을 연구해온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존 바콜(John Norris Bahcall, 1934~2005) 박사의 업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P51.52

몇 년쯤 전의 일입니다만, 제가 관여하고 있던 실험 결과가 흥미 있는것이었고 베테 박사의 이론 연구와도 관계가 있었으므로 박사의 이론과 실험 결과의 관련성에 대해 쓴 짧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곧 답장이 왔는데, "나와 바콜, 그리고 당신, 이렇게 세 사람의 이름으로 논문을 써봅시다"라는 제안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실험가일 뿐이며, 전설적인 이론가와 논문을 함께 쓴다고 해도 어차피 저의 공헌이 전혀 없을 거라는 것이 분명하고, 또 실험 결과를 아직 논문으로 만들지 않은 처지이기 때문에 공동 논문은 사양하겠다는 편지를 베테 박사에게 다시 보냈습니다.
어쨌든 그의 논문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던 모양으로, 존 바콜과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은 저한테도 동시에 보내졌습니다) 출판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베테-바콜의 논문‘으로 상당히 유명해졌습니다. 역시 이름을 넣어두는 것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만, ‘원님 떠난 뒤의 나팔‘이었습니다.- P63.64

다시 말해 태양이 4.4조 년 걸려서 내는 에너지(그 전에 이미 태양은 다 타버립니다만)를 초신성은 단 몇 초 만에 방출하는 것입니다!
이 초신성 에너지의 99퍼센트는 뉴트리노라는 소립자가 가져가버립니다. 나머지 1퍼센트로 별은 완전히 파괴되어 은하 전체보다도 밝게 빛납니다. 1퍼센트라고 해도 태양이 440억 년 걸려서 내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입니다.- P77

SN1987A의 관측으로부터 초신성의 폭발은 태양 질량과 거의 같은 무게를 가진 철 덩어리가 단숨에 붕괴되어 중성자별이 되는 현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16만 광년 떨어진 데 있는 물체의 반지름, 그것도 단 3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물체의 반지름을 알아냈다는 사실입니다.- P79.80

과학은 단지 수식이 관측에 맞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물리학자가 흔히 말하는 대사입니다만 ‘이 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이 식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 식은 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이미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막스) 플랑크는 머리를 쥐어짜며 식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고 결국 혁명적인 아이디어, ‘빛은 알갱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알갱이라는 것을 어려운 말로 ‘양자‘(quantum)라고 합니다.- P141

또한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 예를 들어 인공위성 안에서는 시계가 천천히 간다는 유명한 현상이 있습니다. 시계가 느리게 가는 이 현상도 관측으로 정밀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시스템은 약 1만 1천 마일 상공을 12시간에 일주하는 24개의 GPS(위성항법장치) 위성(6궤도면에 4개씩 배치), 추적과 관리를 하는 GPS위성의 관제국, 위치 추적을 하기 위한 이용자의 수신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GPS위성에 탑재된 시계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이 시계는 하루에 100만 분의 1초가 늦어질 것입니다. 시계가 이렇게 늦어지는 것을 내버려두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위치에 1.6킬로미터의 오차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특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보정하지 않으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P157.158

⑧ 원자에는 너무나도 틈이 많기 때문에 원자가 가득 모여 만들어진 지구조차도 뉴트리노의 입장에서 보면 틈이 많은 구조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구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뉴트리노는 나아가는 방향도 바꾸지 않은 채 관통해 빠져나갈 수 있다.

이것이 뉴트리노가 지구나 태양조차 그냥 관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약력만으로 조망하는 뉴트리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P175

③ 예를 들어 수소 원자를 태양계 정도의 크기로 팽창해보자. 수소 원자는 태양계 정도의 크기이며, 내부에 아무것도 없는 진공의 구 안에 10센티미터 정도의 전자나 쿼크가 4개 흩어져 있는 정도의 틈이다. 쿼크 3개는 원자 안에서 좀 더 한데 뭉쳐 존재하지만 지금의 논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P176

태양은 그 중심에서 핵반응을 일으켜 에너지(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소개했습니다.(강의 2의 ‘① 방사선과 태양의 에너지원, 그 하나‘, ‘② 방사선과 태양의 에너지원, 그 둘‘) 그 에너지(열)는 태양내부의 물질 안을 천천히 상승하여 표면에 이릅니다. 태양 내부의 물질은 풀솜처럼 열전도율이 나쁘기 때문에 중심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태양 표면까지 올라오는 데 수십만 년이 걸립니다. 또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중심 부분에서는 온도가 1,500만 도나 됩니다만, 물질을 확산시키고 있는 동안 온도가 내려가 표면에서는 6,000도가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이 6,000도로 불타오르는 구(光球)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빛은 인류가 탄생하지도 않은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진 에너지의 모습입니다. 태양의 에너지가 직접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을 보고 싶지 않습니까?
뉴트리노는 지구는 말할 것도 없고 태양조차 쉽사리 관통합니다. 만약 태양 에너지가 발생할 때 뉴트리노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그것들은 빛의 속도로 나아가기 때문에 지구에는 8분 만에 도착합니다. 다시 말해 태양 뉴트리노를 관측하면 8분 전에 태양 에너지가 발생한 현장을 연구할 수있지 않을까요? 바로 이것이 연구자들이 태양 뉴트리노를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P177.178

좀처럼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이론에는 어딘가 알아채지 못하는 불충분함이 감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을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P180.181

캐나다의 관측 장치 ‘스노 (SNO)는 슈퍼카미오칸데와 마찬가지로 첫번째(뉴트리노)에도 감도가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를 별도로 포착할 수 있는 우수한 것이었습니다. 물 대신에 1,000톤의 중수를 사용했습니다. 중수 1리터의 가격은 고급 코냑 값과 비슷하기 때문에 스노 장치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실제로는 캐나다 정부로부터 100톤의 중수를 공짜로 빌렸습니다. 2007년 관측이 끝났기 때문에 중수는 그대로 정부에 반납했습니다.)- P183

우주는 137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으로 탄생하여 팽창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습니다. 팽창의 속도는 우주 안에 있는 물질 사이에서 작용하는 ‘만유인력‘으로 결정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늦어질 것입니다. 과학자는 이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관측 그룹이 우주 저편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을 많이 관측하고 우주의 팽창 속도가 우주의 과거에 어떤 수치였는가를 관측하여 현재의 팽창 속도와 비교했습니다. 1998년에 발표한 관측 결과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는 감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고 있다."
라는 놀랄 만한 결과였습니다. 이것은,
"우주는 만유인력이 아니라 ‘척력‘이 지배하고 있다."
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184.185

자연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수량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양, 길이를 나타내는 양, 질량을 나타내는 양, 이 세 가지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세 가지 기본적인 상수를 알고 있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 상수(G), 빛의 속도(c), 플랑크 상수(h)입니다. 이 상수들은 상당히 성가신 단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이 세 가지로 시간, 길이, 질량의 기본적인 수치를 나타낼 수 있고 그 구체적인 수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P186

플랑크 길이와 플랑크 질량으로 규정되는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해도, 플랑크 시간 정도가 지나면 우주 전체가 블랙홀이 되려고 수축을 시작하고 순식간에 찌부러져버리게 됩니다. 원래 우리는 이러한 세계에 살고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실세계는 미터, 초로 표시되는 극단적으로 엷어진 세계가 되어버린 걸까요?
이 ‘자연스럽지’ 않은 세계가 왜 탄생했는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P191

저는 실험가이기 때문에 그 고상한 수학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초끈이론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이 이론의 수식을 풀어보면 거의 무수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풀이 하나하나가 빅뱅으로 만들 수 있는 우주일 것입니다. 무수하게 존재하는 이 우주는 지금까지 소개한 기본 상수가 각각의 우주에서 달랐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수하게 서로 다른 우주의 가능성이 있고, 이론은 그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져 있을 거라고 합니다. 우주를 유니버스(universe)라고 합니다만 처음의 ‘uni’는 하나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무수하게 존재하는 우주는 멀티버스(multiverse)라고 부릅니다.- P199.200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무수히 존재하는 우주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왜 마침 앞에서 소개한 기본 상수를 가진 그 우주인 걸까요? 이론가는 난처한 나머지 그것은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우주에 우연히 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거라고 말합니다.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 원리에 위화감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원리를 내세우면 과학은 여기서 끝나버리고, 그 다음에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법칙을 응용하는 응용과학밖에 남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P201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는,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을 통해 빛이 파동임과 동시에 알갱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입니다.(149페이지 참조)
그 다음으로 곧바로 극미(極微)의 세계에서는 빛만이 아니라 전자라든가 양자라는 입자도 사실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원래는 알갱이인 것이 파동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20세기 최대의 발견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의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이용한 전자현미경을 사용하면 빛의 현미경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볼 수가 있습니다.- P207

The most important discoveries will provide answers to questions that we do not yet know how to ask...
가장 중요한 발견이란 우리가 지금껏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를 몰랐던 질문들에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바콜(John Bahcall))

어떻게 질문해야 좋을지 모르는 발견이 아니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우주를 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습니다.- P232

자연과학의 토양이라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셈인데, 그쪽에 가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게 있어요. 일본에서 배울 수 없는 게 있는 거지요. 그것이 구체적으로 뭐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 부분은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말 재미있거든요. 아주 오래 체재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2년 정도라면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일본도 무척 발전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의식에는 일류 연구는 일본에 있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역시 문화의 차이로부터 배울 점이 참 많아요. 그걸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일본에서 해도 된다!"라는 생각에는 반대해요. 특히 문과 계통의 선생님들 중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그것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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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이용하면 우리의 원리를 검증해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기가 자기만의 어떤 근본 원리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정말 참이라면 그와 비슷한 상황으로 옮겨 갔을 때도 똑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의 원리가 진정한 원리가 아니거나, 추상화 수준을 잘못 선택했다는 의미가 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이런 실수를 해서 자신이 편견에 빠진 것이 아니라 강력한 근본 원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거나 타인을 설득하려 할 때가 많다.- P329.330

상황은 그 상황을 둘러싸고 대부분의 주장을 통해 드러나는 것보다 더 미묘하다.- P335

무언가를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목적은 보편적 원리라는 것 중 상당수(혹은 대부분, 혹은 전부)는 그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으며, 진짜 어려운 부분은 원리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원리를 적용할 범위를 정하는 것임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 이것은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를 이해할 때 핵심적인 부분이다. 원리 그 자체보다는 그 경계선을 정확히 어디에 그을 것이냐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회색 지대를 이용해서 대립되는 의견 간의 차이가 흑백의 차이가 아니라 회색의 명도 차이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입장의 차이가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양적인 차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수만 있다면 이미 대립되는 생각 사이의 간극을 잇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P343

모든 비유가 어느 수준에 가서는 깨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비유의 핵심 요점이다. 비유는 원래의 상황과 똑같지 않다.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따라서 어느 면에서는 다르기도 하다. 비유가 어딘가에서는 깨진다고 해서 그 비유가 나쁜 비유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그 비유가 우리의 논의와 관련된 측면에서 깨진다면 그 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P352

앞 장에서 비유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같고, 필연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고 나면 둘이 같지 않은 점을 이용해서 그네 타기로 오가다가 논리적으로는 유사하지만 감정적으로 설득력이 있거나, 더욱 극단적이어서 도덕적 판단을 더 쉽게 내리게 해주는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양의 〈같음〉으로 서로 다른 비유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수준의 추상화가 존재한다. 그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까? 이곳도 항상 회색 지대가 등장하는 장소다. 대상들이 여러가지 서로 다른 면에서 동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같은가, 다른가?〉보다는 〈이것이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면에서 다른가?〉라는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진술로 표현할 수 있다.

A: 나는 X가 되기 싫어.
B: 나는 X인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해.

이 함축은 그리 논란이 될 것이 없다.

B→A

하지만 내 말에 기분이 상하는 사람들은 그 역이 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A→B

만약 역이 참이었다면 A와 B는 논리적 동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 역은 거짓 동치를 만들어 낸다.- P364

누군가가 〈기본적으로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의 의미는~ 〉이란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거짓 동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징후다. 이것은 당신의 말을 다른 의미로 왜곡하려 한다는 신호다.- P367

일반적으로 거짓 동치에 이끌려 가는 적대적 논쟁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당신은 A라 말하고 있다.
A와 B는 동치다.
B는 나쁘다.
따라서 당신은 아주 몹쓸 인간이다.

이런 논증의 논리는 두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B가 사실은 나쁘지 않거나, A가 사실은 B와 동치가 아닌 경우다. 물론 양쪽 지점에서 모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상하게도 여러 지점에서 문제가 있는 논리에 반론을 펼치려면 헷갈릴 수 있다. 너무 많은 변명을 늘어놓을 때나 너무 많은 것에 반대할 때와 비슷하다. 이것을 보여 주는 한 사례는 당신이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지지하는 경우다. 그럼 어떤 사람은 그것이 혼외정사를 용납하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에 사악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성교육을 하는 것이 혼외정사를 용납하는 것과 동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혼외정사가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P367.368

원래는 아래와 같이 양립 가능하고 합리적인 두 개의 주장이었다.

A: 어떤 사람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B: 어떤 사람은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어리석고 적대적인 주장으로 갈아타고 만다.

A: 모든 사람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B: 아무도 다이어트를 하면 안 된다.- P373

나는 이것이 A라는 선택을 내리는 것과, 나머지 다른 선택은 다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거짓 동치로 엮는 또 다른 사례라고 본다. 내가 A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모든 사람이 A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무언가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을 선택하면 사람들은 내가 자신의 선택을 비난하는 것이라 가정할 때가 너무 많다. 사람들이 자기와 다른 선택을 내리는 이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거짓 이분법에 빠져 있는 것만 아니면 꼭 다 그런 것은 아니다.- P374

내가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가장 악의적인 허수아비 논증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주장에 대해〈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고 반론하는 것이다. 나는 이 안에서 허수아비 논증을 목격한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슬로건이 실제로 가리키는 바는 〈흑인의 생명도 다른 생명만큼이나 소중하지만 현재는 마치 그보다 소중하지 않은 것처럼 취급받고 있으니 우리는 이런 부당함을 고치기 위해 무언가 할 필요가 있다〉라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장황해서는 슬로건으로 적당하지 않다.
허수아비 논증에서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를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지만 다른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라는 의미로 의도적으로 곡해한다. 이렇게 의미를 왜곡하고 나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말로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이런 논증은 아무도 주장하지 않는 무언가를 반박하는 논리적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를 좌절시키는 또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반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논증을 반박하려면 〈어떤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부 극단주의자를 제외하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376

이런 상황이 등장하는 사례로는 〈맨스플레인mansplain〉에 관한 논쟁을 들 수 있다. 나는 〈맨스플레인〉이란 용어를 쓰면 적어도 한 명 정도는 흥분하는 사람(보통 남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이것이 이 용어를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 주는 더 큰 증거라 생각한다.- P384

여성이 무지하다는 가정은 단순히 여성을 전반적으로 깔보는 태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남성이 여성의 기여를 낮게 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는 패턴의 일부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에는 이런 사회적 맥락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런 정의를 여성의 행동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 때때로 〈여자도 맨스플레인을 한다〉라는 허수아비 논증이 등장한다. 이 경우에는 맨스플레인에 대한 논쟁을 그저 남성이 깔보는 듯한 태도로 불필요한 것들을 설명하는 내용이라 곡해하는 것이 허수아비 논증에 해당한다. 내 경험으로 볼 때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은 거의 항상 남자들이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남성들의 그런 행동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여성에 대한 그릇된 가정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점이며, 그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여자도 맨스플레인을 한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여성을 깔보는 남성을 기술하기 위한 용도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P385

만약 무언가를 느낄 때 그 느낌 자체를 부정할 방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을 부정하기보다는 이런 강력한 힘을 좋은 방향으로 써서 감정으로 논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P395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슬처럼 길게 이어진 인과와 논리를 이해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드러나는 한 가지 구체적 사례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나, 순간의 만족을 위해 살지 않고 장기적 이득을 위해 단기적 이득을 희생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것이 개인적인 공리 중 하나다.- P399

어떤 분야는 감정을 끌어들여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설득하는 데 특히나 탁월하다. 종교 지도자, 대중 연설가, 일부 교사, 광고 전문가, 예술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과학 분야는 자신의 결론을 전달하는 데 증거와 논리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현실적인 믿음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모든 사람에게 증거와 논리만으로 설득되어야 한다는 점부터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미 증거와 논리로는 설득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증거와 논리만을 이용해서 그 일을 해낼 것인가? 결국 그렇게 하면 러셀의 역설 비슷한 것으로 끝나게 된다.- P406

부디 교사가 학생에게 추근거리는 것과 학생이 교사에게 추근거리는 것이 동치가 아니라는 데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기 바란다. 권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와 유사하게 직장 상사가 직원을 유혹하려 하는 것과 직원이 직장 상사를 유혹하려 하는 것도 다른 상황이다. 상사가 직원에 대해 갖고 있는 권력 때문이다.- P413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엄격한 정당화 과정이 뒷받침되는 한 직관을 사용해서 수많은 수학적 업적을 달성했다. 그래서 나는 직관과 감정이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논리로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거의 모든 사람이 감정을 느끼는 반면, 모든 사람이 복잡한 논리를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는 좀 더 논리적인 사람들이 감정적인 수단을 활용해서 논리적인 생각들을 확실히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P415.416

내가 위에서 내린 논리적인 사람의 정의를 바탕으로 사람을 비논리적이라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1. 자신의 신념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거나
2. 자신의 근본 신념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유도할 수 없는 것을 믿거나
3. 자신이 믿는 것에 자신이 믿지 않는 논리적 함축이 담겨 있거나

(중략) 세 번째 사례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치료비를 대신 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임산부 진료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임산부 진료 보장이 여성을 통해 태어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데도) 의료 보험에서 임산부 진료까지 보장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남성들이다. 그런데 이런 남성도 전립선암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것은 남성만을 위한 것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의료 보험이라는 원리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자기는 아프지 않아도 돈을 내는 거 아닐까? 나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치료비를 대신 내서는 안 된다〉라는 진술은 〈나는 의료 보험의 가치를 믿지 않는다〉라는 논리적 함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문제의 그 남성이 여전히 의료 보험의 가치를 믿는다면 그는 이 세 번째 항목에서 비논리성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비유의 그네 타기를 해보면 그가 마음속 깊이 믿는 원리는 여성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는 남성이 돈을 내면 안 되지만, 남성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여성이 돈을 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P420.422

나는 막강한 이성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능적으로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그저 막강한 이성만 갖춘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이용해 세상을 돕는 사람이다. 최고의 슈퍼 영웅이 자신의 초능력으로 세상을 돕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 막강한 힘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상이 분열을 극복하게 돕고, 분열을 야기하지 않는 배려 있는 대화를 나누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동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어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P438

인생을 제로섬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이길 수 있겠다 싶은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든다.- P438.439

예를 들어 내가 미국 시카고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안받았을 때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성적으로 보면 그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임이 분명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화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그런 선택을 내렸을 때의 장점과 단점을 목록으로 적어 보고 내가 혼란에 빠진 이유를 알아냈다. 시카고로 옮기면 정말 커다란 장점이 몇 가지 따라오지만, 소소한 단점이 엄청나게 많이 따라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소소한 단점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감정적으로 압도되어 버렸던 것이다. 일단 내 두려움의 원천을 발견하고 나니 그것을 줄일 수 있었고, 결국 나는 망설임 없이 선택을 내렸으며 후회도 없었다.- P441

논리적인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어느 한쪽이 비논리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양쪽 모두 비논리적일 수도 있다. 이것은 또한 두 사람 다 어리석다는 얘기도 아니다. 논리적인 사람들도 서로 다른 공리에서 출발하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P442

나는 세상에서 좋은 논쟁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무슨 말이냐고? 나는 좋은 논쟁은 논리적 요소와 감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둘이 함께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잘 쓰인 수학 논문은 증명 과정도 물 샐 틈 없이 완벽하면서 좋은 해설까지 함께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해설은 사람들이 논리를 단계별로 차근차근 이해하면서 그 개념들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게 잘 묘사한다. 좋은 논문은 또한 논리적 상황이 우리의 직관과 모순을 일으키는 역설적인 상황도 꼼꼼히 설명하고 넘어간다.- P443

나는 좋은 논쟁이란 그 뿌리로 들어가 보면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는 논쟁이 아닐까 생각한다.- P444

좋은 논쟁에서는 아무도 공격받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의견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그저 관점만 다른 것일 경우에는 논쟁을 비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만약 모든 이가 지능적으로 막강한 이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 스스로 이런 부분을 책임질 것이다. 이를 이루어 내려면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지능적으로 될 때까지는 지능적인 사람들이 모두가 공격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스스로 이렇게 상기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경쟁이 아니라고 말이다. 왜냐면 실제로도 결코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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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면서 무언가 다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 미친 짓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논리란(아니면 적어도 논리의 일부는)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면 똑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컴퓨터 때문에 돌아 버린다. 나는 매일 컴퓨터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내 컴퓨터는 주기적으로 와이파이와 연결이 끊어진다. 내 컴퓨터는 논리적이지 못하다.- P35

뒤에서 보겠지만 논증은 대부분 사물이 실제로 가리키는 바를 풀어내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심오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논증을 구축할 때는 결국 정의가 가장 중요해 보일 때가 많다.- P40

여기서 나는 현학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위험과 자기 참조의 순환 논법에 빠질 위험을 감수하고 현학적인 것과 정확한 것의 차이에 대해 밝혀 보려고 한다. 나는 그 차이가 바로 세상을 비추어 깨달음을 주는지 여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학이란 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정확성을 따지는 것이라 특징짓고 싶다. 논증을 구축할 때 우선 정의부터 바로잡고 시작하는 것처럼, 정확성을 따지다 보면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 수많은 척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확성을 따지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현학이라 부르겠다.
따라서 자기 참조적인 이야기지만 내가 현학적인 것과 정확한것을 구분하는 방식 역시 그 자체로 현학이 아니라 정확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이것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P42.43

논리와 추상은 사물에 등을 비추는 것과 같다. 추상적인 접근은 등을 높이 들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 더 넓은 맥락을 볼 수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나중에 세부 사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경우는 목표는 일종의 빛을 비추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빛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야 그 빛을 어디에 어떻게 비출지 결정할 수 있다.- P45.46

이 장에서는 논증을 구축하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것은 논리적 함축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논리적 함축이란 하나의 참 진술에서 또 다른 참 진술로 건너가는 방법을 가리킨다. 이것이 더 많은 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인 것을 그전보다 더 많이 드러내 보일 뿐이다. 논리적 함축은 논리를 이용해서 이것이 〈참이면〉 저것도 반드시 〈참이다〉라고 말해 준다.- P48.49

형식적인 논리 언어와 비형식적인 실생활 언어 사이의 차이는 우리가 되풀이해서 마주하게 될 부분이다. 그 차이가 논리 세상과 실제 세상 양쪽에서 많은 혼란을 일으키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일상 언어의 주요 목적은 소통하는 데 있는 반면, 논리 언어의 주요 목적은 불분명함을 제거하는 데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소통할 때 최대한 모호하지 않게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불분명함을 제거하려 할 때도 보통은 그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상 언어는 맥락, 몸짓, 억양, 인간적인 이해 등등의 도움을 빌려소통한다. 논리 언어는 이런 것들로부터 득을 볼 부분이 없다. 논리 언어에서 〈~이면 ~이다〉는 오직 한 가지 의미만을 갖는 반면, 일상생활에서는 이것의 의미가 상황마다 달라진다.
〈~이면 ~이다〉의 다양한 사용법이 완전히 다 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논리적illogical(논리에 어긋나는)인 것도 아니다. 이들은 논리와 모순되지 않는다. 다만 논리의 지배를 받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이런 것을 구분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그냥 〈논리적이지 않은non-logical)〉 혹은 〈무논리적alogical(논리를 벗어난)〉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시 지적할 부분이 있다. 비논리적이지 않으면서도 무논리적일 수 있으며, 비논리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반면, 무논리적인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고 때로는 득이 되거나 대단히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P50.51

어떤 사람은 취약 계층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사회 복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예산을 아끼고 게으름이 조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복지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양쪽의 주장에는 논리가 들어 있을까? 논리가 둘 중 어느 쪽 손을 들어 줄까?
여기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 논증들을 추상화해서 부정 오류와 긍정 오류라는 뼈대만 남기는 것이다. 이 경우 부정 오류는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도움을 못 받는 사람이 해당된다. 그리고 긍정 오류는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해당된다. 그럼 다음의 함축이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당신이 긍정 오류보다는 부정 오류를 더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사회 복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이 부정 오류보다는 긍정 오류를 더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사회 복지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P53.54

논리적 결론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백인들이 자기가 〈발견〉했다고 생각하기 전에도 이미 아메리카 대륙은 항상 거기에 존재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논리적 결론은 사람이 알아차렸든, 못 알아차렸든 항상 참이었다. 〈당신이 백인의 특권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특권을 갖고 있다〉의 경우 그 결론이 다소 뻔하지만 일련의 논리적 결론을 하나씩, 하나씩 이어 붙여 출발선으로부터 점점 더 먼 곳으로 나아가면 그에 따라 논리의 힘도 점점 더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다음의 함축을 이어 붙일 수 있다.

1. 당신이 백인이라면 당신은 백인의 특권을 갖고 있다.
2. 당신이 백인의 특권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특권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백인이라면 당신은 특권을 갖고 있다〉라는 함축을 얻게 된다.- P57

논리적 함축은 무언가를 다른 무언가로부터 연역하게 해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X면 Y다〉는 X가 참일 때 Y가 참임을 말해 줄 뿐이다. X가 참인지 아닌지는 전혀 말해 주지 않는다. X가 참임을 알기 위해서는 〈W면 X다〉처럼 X를 함축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W가 참이라는 것은 무엇이 확인해 줄까? V가 W를 함축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V는 무엇이 함축해 줄까?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P73

논리에서도 우리는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질문을 멈추고 일부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디에도 도달할 수가 없다. Y는 X가 함축하고, X는 W가 함축하고, W는 V가 함축한다는 식으로 계속 이어 갈 수도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를 멈추고 이만하면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당신이 거슬러 올라가기를 멈추는 곳이 당신이 더는 정당화하려 애쓰지 않을 기본 가정이나 믿음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그 시도를 영영 멈추리라거나, 다른 그 누구도 그 시도를 하지 않으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지금 당장은 이것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것을 자신의 논리 체계, 혹은 신념 체계의 밑바탕으로 삼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논리학과 수학에서는 이것을 공리(公理)라고 한다.- P75

중요한 점은 논리를 완벽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서로 다른 기본 신념에서 출발한다면 같은 사람이라도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모두 논리적으로 완벽해도 무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P76

그런데 문제는 깐깐하게 따지기 좋아하는 수학자가 아니고서야 굳이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애매하게 〈~할 필요가 있다only if〉라는 표현이 〈~ 할 필요가 있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if and only if〉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며 자라게 된다는 데 있다. 일상 언어에서 이것을 일일이 구분하는 것은 너무 까다로운 일이다. 뜻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구분하지 않다 보니 논리에 대해 형식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것이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P84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이 아닌 이유는 공부를 열심히 해도 올바른 방식으로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역의 오류에 빠진다.- P96

오랜 억압의 역사가 지난 지금도 흑인과 동성애자는 이런 분류 체계에 더 많은 이해관계가 달려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것이냐 숨길 것이냐, 혹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보호할 것이냐, 모든 사람이 누릴 자격이 있는 권력 공동체로 통합되어 들어갈 것이냐 등등 말이다. 논리는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을 무시함으로써 이런 상황을 단순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맥락에서 중요한 부분을 무시함으로써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112.113

하지만 단순화simple와 과도한 단순화simplistic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나는 이것이 깨달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우에는 깨달음을 주는 결정적인 세부 사항을 자칫 무시하기 쉽다. 좋은 단순화의 핵심은 그 상황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세부 사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어도 당분간은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핵심은 자기가 무엇을 잊어버리는지 항상 인식하는 것이다. 일기 예보 보는 것을 깜빡해서 우산도 깜빡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기 예보에서 날씨가 좋을 것이라 해서 일부러 우산을 집에 놓고 오는 경우와 비슷하다. 자기가 무엇을 잊어버리는지 인식하면 자기가 하는 일의 한계도 깨달을 수 있고, 자기가 빠져들지 말아야 할 상황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P117.118

논리와 법정에서는 모든 것이 간단하게 참이거나, 참이 아니다. 1이나 0인 셈이다. 너무 가혹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모든 색조의 회색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P119

여기서 기억해야 할 핵심은 〈A〉와 〈A가 B를 함축한다〉라는 진술이 함께 작동해서 진술 B를 추론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진술 B가 참이 아니라면 그것은 A가 참이 아니거나, 〈A가 B를 함축한다〉가 참이 아니라서 생기는 일이다. 함축이 참이 아닐 가능성은 간과될 때가 많다.- P124

논리적 함축은 한 조각의 증거보다 훨씬 강력하다. 논리적 함축은 무언가가 분명하게 참이라는 의미다. 반면 증거는 무언가가 참일 가능성을 높이는 데만 이바지할 뿐이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다. 증거는 무언가가 참이라는 논리에 기여할 수 없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논리적 정당화뿐이다.- P128

〈또는〉의 수학적 개념은 〈그리고〉보다 조금 더 까다롭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도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홍차 또는 커피를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보면 홍차를 달라거나, 커피를 달라거나, 둘 다 됐다는 대답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현학적인 수학자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그는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기 쉽다. 그 이유는 수학에서 〈또는〉은 두 진술 A와 B를 이어 붙여 새로운 진술인 〈A 또는 B〉를 만들어 내는 논리적 연결사이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진술은 A나 B가 참이거나, 양쪽 다 참인 경우에 참이 된다. 이것은 일상 언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법과 다르다. 일상 언어에서 〈또는〉은 양쪽 모두 참일 가능성은 배제된 의미일 때가 많다. 만약 메뉴판에 음료의 가격이 적혀 있고 그 옆에 홍차 또는 커피라고 적혀 있으면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말이지, 그 가격에 둘 다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하게 된다.- P140

이것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얻는 만큼 다른 사람은 반드시 잃게 된다. 나는 수많은 해로운 인간관계가 결국 이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알렉스는 자기가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하면 샘에게 불만이 생기기 때문에 꼼짝 없이 갇혀 버린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샘이 자기를 아프게 했다며 알렉스를 비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알렉스의 행복이 샘을 아프게 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이때의 진짜 문제는 바로 제로섬 관계다.- P152.153

어떤 일을 두고 누구를 비난해야 할지 토론할 때 보면 그 상황은 보통 〈그리고〉의 상황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든 거기에 관여된 모든 사람이 상황에 따른 자기만의 〈그리고〉로 연결되어 집단적으로 그 일을 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들이 무슨 일을 했든 그것은 다시 시스템이나 사회의 압력 등 다른 무언가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P159

이 도표는 상대적 특권을 측정하는 서로 다른 두 방법 사이의 갈등을 보여 준다. 하나는 화살표가 나타내는 특권 유형의 수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도표에서 높낮이로 표현되는 전체적 특권의 절대적인 양이다. 이 두 관점 사이에서 드러나는 불일치가 적대감을 조성한다. 특히 이것은 일부 빈민 백인 남성이 현재의 사회 정치적 분위기에 불만이 많은 이유에 대해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설명을 제공해 준다. 그 이유는 이들이 가진 특권의 수(백인 그리고 남성)만 보면 특권을 누릴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그들보다 적은 수의 특권을 가진 사람에 비해 오히려 형편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만에 반격해 화를 내는 것보다는 이런 불만의 뿌리를 이해하는 쪽이 더 생산적이다. 백인 남성 안에서 특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다른 집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자, 시스젠더, 이성애자, 신체 건강자 등 우리가 생각할수 있는 온갖 특권을 가지지 못한 집단은 누구나 여기에 해당된다.- P179.180

우리는 누군가가 어떤 유형의 특권에서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느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다른 유형의 특권에서는 이익을 얻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느끼는 불이익을 부정해 버리면 분노, 적대감, 분열, 변화에 대한 저항감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렇듯 맥락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P182

거짓이 참이면, 참과 거짓이 똑같은 것이 된다. 모든 것이 참이지만, 또한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의미다. 그리 쓸모 있는 상황은 아니다.- P191

내가 좋아하는 수학 농담을 하나 소개한다.

세 명의 논리학자가 술집으로 들어간다. 바텐더가 묻는다. 「모두들 맥주로 하시겠습니까?」 첫 번째 논리학자가 답한다. 「나는 모르겠소.」 두 번째 논리학자가 답한다. 「나는 모르겠소.」 세 번째 논리학자가 답한다. 「네.」

여기서 핵심은 바텐더가 〈모든 ~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고, 세 명의 논리학자는 아무래도 논리학자다 보니 이것을 적절하게 입증하는 방법과 반박하는 방법을 둘 다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 A : 세 명의 논리학자 모두 맥주를 원한다. 아니면…..…
- A의 부정: 맥주를 원하지 않는 논리학자가 존재한다.

첫 번째 논리학자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것은 자기는 분명 맥주를 원한다는 의미다. 아니면 맥주를 원하지 않는 논리학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아니오〉라고 말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논리학자도 분명 맥주를 원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 사람도 맥주를 원하지 않는 논리학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자 세 번째 논리학자는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네〉라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맥주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P192

논리도 한계가 있다. 특히 얽히고설킨 인간의 아름다운 실제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논리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논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논리를 그 한계 너머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그 한계를 파악하고, 순수 논리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P204

진리를 확인하는 것과 진리를 전달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P206

수학자들은 수학계 바깥에서는 수학이 안고 있는 이런 사회학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을 받아들이기 망설일 때가 있다. 자기 연구의 신뢰성을 사람들이 의심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엄격한 증명의 틀과 동료 심사가 바위처럼 견고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한 시스템의 성취를 과장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믿는다. 당신이 한 말의 일부분을 의심할 여지를 주어 오히려 그 말 전체를 의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을 무의미하고 지겹다고 무시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수학을 무결점의 절대적 힘을 가진 학문으로 치켜세우는 사람을 봐도 가슴이 아프다. 나는 우리가 수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존재, 우리의 뒤죽박죽 인간 세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조금 뒤죽박죽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강력하고 의미도 있지만 한계 또한 갖고 있는 존재로서 말이다.- P210.211

우리는 논리 자체가 견고해도 그 결론이 사람들의 직관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회의적인 시선에 대처하는 것은 수학적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회의론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반대 그리고 직관을 바탕으로 한 비합리적인 반대는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동료 심사와 관중 투표의 차이와 비슷하다.- P212

사실 고급 수학에서는 〈1+10〉이 〈10+1〉과 같은 것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덧셈의 교환 법칙이 정의가 아니라 법칙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 나온 등식이 깨달음을 주는 유용한 등식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등식은 10 더하기 1은 1 더하기 10과 다른 과정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정답이 나오니까 아무거나 편한 쪽으로 고를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아이가 일단 이해하고 나면 이를 손가락셈으로 덧셈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머릿속에 큰 수를 먼저 그리고 작은 수를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것이 항상 더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등식은 진정한 등식이 아니다. 좌변과 우변이 완전히 똑같지 않다. 등식의 힘은 어떤 의미(과정)에서는 양쪽이 서로 다르지만, 또 어떤 의미(해답)에서는 똑같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수학에서 연구하는 모든 등식과 방정식은 이런 식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 다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같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보여 준다. 방정식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양변이 정말 아무런 차이도 없다면 그 방정식은 참이지만 그 어떤 깨달음도 주지 않는다.- P221

우리는 논리적 진리가 항상 깨달음을 주진 않는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실제로 우리를 설득하는 것은 논리가 아닌 다른 것일 때가 많다. 이것은 논리가 증명을 시작하는 첫 작업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증명을 생각해 낼 때 우리는 본능, 막연한 의심, 직감, 느낌 등을 이용할 때가 많다. 우리는 살짝 다른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을 찾아다니면서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을 기다린다. 결국에는 논리를 이용해서 그 모든 내용을 채워 넣게 되지만 그것도 결국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은 수많은 과정을 거쳐 첫 개념을 확보하고 난 후의 일이다. 수학의 천재라는 잘못된 믿음이 생겨난 기원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수학 작업의 시초로 신비로운 영감의 요소가 등장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후에 논리를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고된 노력을 잊지 말자.- P222

참이면서 깨달음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반대로 참이아니면서 깨달음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이미지, 동영상, 해시태그, 유행어 같은 형태로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회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소셜 아이디어, 활동, 트렌드 등을 말한다―옮긴이주)은 뒤에 나온 유형의 상황을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료다.- P225

여기(힐베르트 호텔의 역설)서 생기는 모순은 논리적 모순이 아니라 직관과의 모순이다. 실제로는 호텔에 빈 방이 없으면 방을 같이 쓰게 하지 않는한 사람들을 한 칸씩 옮겨서 기적처럼 빈 방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여기서 차이점은 실제 호텔은 모두 유한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한에 대한 우리의 직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참된 역설이다. 이 역설은 유한한 수에 관한 직관을 그대로 무한한 수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무한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힐베르트 호텔의 역설을 확장하면 더 많은 새로운 손님이 도착하는 경우, 심지어는 무한히 많은 손님이 새로 도착하는 경우까지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래서 무한을 평범한 수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수로 연구하게 됐다.- P241

어떤 사람은 공급이 무제한이 된 것은 해적판 때문이니까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훔치지 못하게 막으면 공급이 유한한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 주장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복사하는 것은 사실 〈도둑질〉과 똑같지 않다고 말한다. 원래의 주인으로부터 그 대상을 빼앗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힐베르트의 역설을 따라 개발된 무한의 이론에서는 무한에서 1을 빼도 그 값은 여전히 무한이라고 말한다. 수학으로는 이 도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을 어떻게 하면 더 명확한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는 보여 줄 수 있다.- P242.243

이 진술은 증명이 불가능하다.

우선 이 진술이 참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이 진술이 거짓이라면 이 진술이 증명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럼 이 진술이 참이라는 말이 되어 모순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진술이 참이라는 사실은 이것이 증명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이 이 진술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와 같다면 아마 지금쯤은 머리가 빙글빙글 돌 것이다.)
괴델은 산술의 언어를 이용해서 이런 진술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줌으로써 산술을 포함하는 어떤 수학 체계도 불완전성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입증했다. 수학 체계보다 더 작은 완전성이 있는 수학 체계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학 체계는 산술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수학이라 하기가 힘들다.
괴델의 역설은 참된 역설이다. 일부 수학자는 이 역설의 결론에 너무 분노해서 믿기를 거부했지만 이 역설 안에는 논리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전혀 없다. 이것은 수학이라는 논리 세계에서조차 결론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논리적으로 틀린 부분을 찾을 수 없음에도 수학자가 그것을 믿기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다. 이 역설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바는 수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에도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P245

내가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그 남자의 주장과 달리 러셀의 역설은 수학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역설은 수학적 집합을 정의할 때는 미묘한 뉘앙스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술 방식은 모순을 낳는 집합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신중하게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합 이론의 공리화에 아주 신중을 기하게 되어 집합은 단순한 〈대상의 모임〉이 아니라 구성물의 특정한 목록을 통해 정의할 수 있는 대상만을 포함하고 다른 것은 포함하지 않는 모임이 되었다.
이 공리의 기술적 목표는 기본적으로 러셀의 역설을 피하려는 데 있다. 그 기본 개념은 집합에도 서로 다른 〈수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논리에 서로 다른 〈수준〉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러셀의 역설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집합을 포함하는 진술 때문에 야기된다. 서로 다른 수준을 갖고 있기만 하면 우리는 모든 집합의 집합은 다른 수준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럼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진술이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P248.249

나는 여기에는 두 번의 부정은 긍정을 만든다는 사실과 비슷한 구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배가 고프지 않지 않으면 나는 배고픈 것이다. 〈않다〉를 더하는 경우, 하나의 〈않다〉더하기 또 하나의 〈않다〉는 0개의 〈않다〉가 된다. (중략)

나는 이것이 관용과 비관용에 대해 생각할 때도 등장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관용에 대해 관용한다면 그것은 관용이다.
-당신이 관용에 대해 비관용한다면 그것은 비관용이다.
-당신이 비관용에 대해 관용한다면 그것은 비관용이다.
-당신이 비관용에 대해 비관용한다면 그것은 관용이다. (중략)

나에게 이것의 의미는 혐오, 편견, 너무도 해로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그런 사람들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런 행동이 용납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P250.252

카오스란 한 시스템의 행동이 이론상으로는 전적으로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요동에도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작위나 마찬가지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요동의 영향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기 예보가 틀려도 기상청을 너무 욕하지는 말아야 한다. 날씨에는 논리의 범위를 사실상 벗어난 영역이 있다.- P267

신뢰의 문제는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P268

과거의 경험, 혹은 그들이 과거에 보여 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어느 수준에서는 필연적으로 믿음의 도약을 필요로 한다. 전에는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였던 이도 나중에는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다. 가끔은 누군가를 신뢰할지 아닐지를 그냥 본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P268

논리 그 자체는 출발점이 없다. 논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추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무엇이든 논리적으로 추론하려면 어딘가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한계라고 하면 보통 끝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은데, 처음 시작할 때도 한계가 존재한다.- P279

사람의 근본 신념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의견이 엇갈리는 근원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이들이 그 신념을 어디서 얻었는지 이해하면 그런 신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P287

신념 체계를 공리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모든 신념을 하나하나 다 공리로 삼는 것이다. 그럼 자신의 모든 신념을 논리를 이용해 공리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는 분명히 살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라자냐 요리의 요리법에 재료로 〈라자냐〉만 덩그러니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공리화의 핵심은 한 시스템의 근원을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P287

조심하지 않으면 논리는 우리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따라서 극단적인 입장으로 빠져들고 싶지 않으면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적인 접근은 더 미묘한 뉘앙스까지 다룬다. 우리 뇌는 감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회색 지대를 처리할 수 있다. 그 방식은 전적으로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의미가 통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그렇게 통한 의미를 논리를 이용해서 몰아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논리를 찾아내야 한다. 서로 다른 논리적 해석에서 생기는 회색 지대를 대처하는 데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장에서는 이 서로 다른 접근 방식들에 대해 그리고 달랑 경계선 하나만 긋고 마는 단순한 접근 방식을 취했을 때 생기는 위험에 대해 알아보겠다. 불확실한 부분을 허용하면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극단으로 가지 않고, 변칙적으로 선을 긋는 일을 피할 수 있다.- P291.292

그래도 백인과 비백인으로 나누는 것은 적어도 진정한 이분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흑과 백으로 나누는 것은 가짜 이분법이다.- P298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시는 사랑에 빠진 시점에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상처를 받는 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는 무언가가 언제부터 자기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명백하게 상처를 받은 순간이 언제인지만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이 강간으로 바뀌는 경우다.- P299

5장에서 보았듯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를 부정하고, 심지어 상처를 주어야 하는 경우라면, 그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시스템의 잘못이거나, 그런 제로섬 게임을 만들어 낸 비뚤어진 인간관계의 잘못이다.- P300

모두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이는 일련의 쿠키에 이것을 적용해 볼 수 있다. 거의 같은 크기라고 하면 서로 간의 무게 차이가 5그램 이내라는 의미일 것이다. 50그램 쿠키가 52그램 쿠키와 거의같은 크기이고, 그것은 다시 54그램 쿠키와 거의 같은 크기라 생각하면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몇 단계만 거치면 쿠키의 크기가 두 배가 된다. 나도 한 반 학생 스무 명에게 요점이 무엇인지 말해 주지 않고 이런 식으로 쿠키를 나누어 준 적이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옆 친구와 쿠키의 크기를 비교해 보라고 했고, 학생들은 쿠키의 크기가 거의 같다며 모두 만족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첫 번째로 준 학생과 마지막에 준 학생에게 쿠키의 크기를 비교해 보게 했더니 모두들 자지러졌다. 첫 번째 것은 아주 조그맣고, 마지막 것은 아주 거대했기 때문이다.- P304

한 상황에서 세부 사항을 더 많이 무시할수록 더 많은 상황이 같은 상황으로 바뀐다. 수학은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고, 사람들은 추상의 수준이 높아지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단계가 올라갈수록 차츰 사람들의 인기를 잃고 만다.- P319

사실 이 책은 추상화와 비유를 어떻게 신중하게 골라야 세상 속에서 오가는 우리의 논증을 해명할 수 있는지 다루는 것이 전부다.- P3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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