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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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얼마간 넘나들었던 지중해의 운명 속에서…… 그만큼 시오노의 필력은 나같이 하찮은 독자까지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이제 막은 내렸다. 마지막 무대는 떠나는 배우들을 배웅이라도 해주듯이 화려한 구석이 적지 않았다. 종막을 알리는 종소리는 길고 길었지만 정작 막은 너무도 빨리 내려온 것이 아쉬울 뿐이다.

 지중해의 한 섬, 키프로스에 대한 투르크의 공격으로 불이 당겨진 이 전쟁은 그 공격에의 대응이 너무나도 더뎌서 참고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물론 서로 상이점이 많은 3개국 이상의 연합함대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도국인 베네치아의 오랜 평화로 말미암은 균형 감각의 상실이 더 큰 이유인 듯 했다.

 결국 힘들게 모인 일차 연합함대는 결렬되고 말았지만 상당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돈 후안과 베네치아의 '해상 포대', 갈레아차가 등장한 이차 함대에서는, 비로소 호시탐탐 지중해를 노리는 이교도를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을 나 자신도 느꼈다. 이 희망은 빗나가지 않아서 레판토는 '이교도' 투르크에 대한 최초, 최대의 승전지로 기록되며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래 자그마치 120여년 동안 계속되던 투르크의 지중해 지배 야망은 궤멸된 듯 했다.

 하지만 한창 떠오르는 투르크에게 이 패전의 타격이란 재상(宰相) 소콜루의 말 대로 수염이 타 버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베네치아가 잘린 팔을 이을 차례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함대는 스페인의 방해로 결렬되고 베네치아는 다시금 안정으로의 회귀를 위해 투르크와 강화를 체결할 때, 너무나도 분했다. 이 강화는 종교로 대표되는 명분보다도 차라리 툭르크에서 주어지는 이익을 택하던 '상인의 나라' 베네치아의 실리주의가 아니라 오직 안정만을 희구하는 나약함만을 드러낸 꼴이었기 때문이다. 이 강화가 가져다 준 70년의 번영 동안 무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짐으로써 이제야 막이 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던 지중해의 이야기가……(1998. 4. 2∼5 1998. 4. 5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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