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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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솔직히 말하자면 로마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알지는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많이 읽은 '먼 나라 이웃나라'에 나온 지금의 이탈리아에 있었던 대제국이었다는 사실 밖에는...... 그러면서도 내가 머물고 있는 반대편의 기나긴 역사에 대한 호기심은 식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물론 이 책의 발간 소식도 접했지만 드넓은 로마의 바다에 빠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마침 내 주위에 머물던 책들이 싫증나던 그 때, 비로소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 책이 내 마음 속에 더욱 크게 자리잡은 이유는 동 서양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쇠락(衰落)과 멸망의 대목에서는 어김없이 나오는 그 나라의 정신적 종교적 문제를 배제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역사관이었다. 다른 문제와는 달리 이러한 요인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후세인들의 지나치게 주관적 추상적인 기준으로써 역사의 일관성을 해치기 쉽다는 것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주 느꼈던 나는 이 책이 더욱 끌렸다. 또한 이 사관(史觀)은 아직은 먼 나중의 이야기지만 로마 말기의 거대한 정신적 사건이요,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의 성립과 그 융성과도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직 한 신(神)만을 섬기는 기독교와 유대교와는 달리 초 중기의 로마인들은 여러신을 섬기는 다신교였다.

 하지만 이 다신교라는 점이 로마 발전의 밑바탕인 개방성과의 연관성이 지대함을 알았을 때, 일신교는 단순히 밑는 신의 수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잊을 수 없으리만치 절실하게 다가왔다. 카톨릭의 본산이요 부흥지인 이탈리아에서 수십년을 살고 있는 저자가 아직껏 카톨릭에 귀의(歸依)하지 않은 것도 그녀에게는 이미 그 머나먼 그 때의 로마인의 정신이 깃들여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로마인들은 신에게 인간 세계의 관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 자유로웠고, 신의 역할은 그런 인간의 감시자가 아니라 동반자였다. 그 안에 로마의 강점인 개방성이 있었다. 심지어는 신마저도 다른 민족의 신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 개방성과 유연성은 왕정(王政)에서 공화정(共和政)으로의 이행이라는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였다. 이야말로 로마의 뛰어난 정치 감각의 증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로마가 지중해(地中海) 문명의 선구자라는 아테네보다도 오랫동안 공화정체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그 타고난 감각이 도운 바 컸으리라. (1997. 9. 17∼22, 1997. 9. 22 기록)

ps. 원래 이 리뷰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은 모두 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읽었던 책들의 리뷰다. 이 곳에 올릴까 말까 한참 고민했지만, 꽤나 오랫동안 손으로 써오던 독후감들을 이제는 컴퓨터로 쳐서 이곳에 올리는 지라, 예나 지금이나 유치하기 그지 없는 글들이지만, 결국은 이 책들 덕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감사의 표시로, 종종 옛적의 글들을 타이핑해서 올릴까한다.(뻔뻔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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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3-23 03:06   좋아요 0 | URL
하하. 이번에 13권인가 나왔던데....몇권까지 올리실건가요. ^^

로렌초의시종 2005-03-23 09:48   좋아요 0 | URL
일단 제가 예전에 읽은 것은 6권까지네요. 마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