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찰순례 2
최완수 / 대원사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동안 전 편에서 느낀대로 시문서화, 조각, 건축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사찰 기행문은 그만한 자질과 경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오래된 것이라 해서 맹목적으로 칭찬하지 않고, 새로운 것이라하여 무조건 천박한 취향이라고 비웃지 않는, 시대도, 그 무엇도 아닌 오직 문화재 자체만을 바라보는 감식안은, 다름 아닌 자질과 그 속에서 길러지는 경륜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니 말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절마다 앞다투어 새로운 불사를 벌이는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이런 감식안을 소유한 전문가다. 절마다 나름대로 깃들어있는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만 세우려는 허욕보다는 미래에 또다른 문화재로 남을 수 있도록 신앙심과 장인정신을 아울러 발휘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로 배운 이,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추에 서있는 이가 지은이라는 사실을 답사가 더할 수록 체득했음은 물론이다. 그런 지은이와 함께 이번에도 여러 명찰을 참례하였다. 전생과 현생의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까지도 모두 구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으리라 서원한 지장보살 도량인 고창 선운사는 나도 자주 찾는 우리 고장의 명찰이라 더욱 유심히 보았다. 지장보살의 거룩한 서원은 그 존상에서부터 정성으로 수놓아졌다. 때문에 세우신 바 서원의 위대함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또한 지장보살 외에도 천장, 인장의 두 보살을 더 모시는 삼장 신앙이 유행하였고 도솔암 내원궁의 주존 보살이 지장보살이 아니라, 천장보살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불교 교리에 정통하신 지은이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고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눈을 돌려 타 지방의 명찰을 살피니 부처님과 보현보살의 동물인 코끼리, 그 중에서도 왕이라는 상왕산(象王山)의 개심사(開心寺)가 있었다. 더군다나 절이 소재한 고장의 이름도 충남 서산(西山)이었다. 부처님이 서역에서 오셨다고 했으니 이 절은 여러모로 불교와 깊은 인연을 지닌 셈이다. 비록 모든 것이 하나하나 만들어진 것이라해도 이렇게 이름 하나하나가 서로 깊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이렇듯 이름들도 잘 지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좋은 것은 일찍이 유홍준 교수의 책에서도 익히 보았던 수수하지만 사람을 잡아끄는 맛이 있는 경치였다. 절의 이름에 매력을 느끼고 찾아가서 그 경치를 보면 누구나 속세의 먼지에 찌든 마음을 열고 말끔히 씻어낼 테니 말이다. 이렇듯 첫 인상(?)이 좋은 개심사였다. 그래서인지 개심사에서 나는 오히려 직접 가서는 보기가 힘든 진보(珍寶)를 보는 영광을 얻었다. 바로, 무려 10.1m에 이르는 대영산 괘불탱이었다. 그 장엄함도 장엄함이려니와 개인의 자격으로 가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이 작품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보게 해주신 지은이에 대한 감사와 이러한 신심의 결정체라 할 만한 작품을 이루어낸 오롯한 신앙심에 대한 감탄을 금하기 어려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