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1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1984년 5월
평점 :
절판


 가족. 언제나 서로의 곁에 머무는 것으로써 그 존재의 이유를 삼는, 없으면 허전하고 급기야는 슬퍼지기도 하는, 야릇한 관계의 집합이다. 바로 그 가족이 제목이자 주인공인 이 책은 다름아닌 지은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라는 구성이 꽤나 독특하여 읽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한 세대 남짓 앞선, 어느덧 쉰줄에 접어든 작가의 가족사는 지금의 여느 가족들과는 다른 정감이 묻어 나와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따.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의 신혼 시절인 70년대부터 잡지 '샘터'에 연재된 소설의 모음이기에 이런 현장감(?)을 살리는 데는 제격인 것이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안경을 쓴 경우가 많다. 아마도 70년대, 그 시절에는 지금만큼 많지는 않았으리라. 그런 탓인지 남들이 보기에는 단지 귀여울 수만도 있는 이 모습이 정작 그 부모들에게는 무척이나 안쓰럽고 죄스러웠나보다. 유독 자신의 아이에게만 덧씌워진 싸늘한 유리알이 부모의 마음에는 자신들의 무책임을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도 부모이고,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어싿. 하지만 이왕 쓴 안경이라면 언제까지나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그 새로운 눈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아 주기 비는 것 또한 가족 사이의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듯 때로는 숨기고 싶은 세세한 가족사까지도 속시원하게 풀어놓는 작가의 배짱은 가히 수준급(?)이었다, 이 글들은 어느덧 자신들의 지난 날을 비추고 계실 지은이 연배이신 우리 부모님들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녕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 지난 날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에 너무도 소중한 글들이었다. 그 옛날의 문학상 수상 기념 시계. '수상 기념'의 신성 불가침 영역을 무너뜨리고 그 영원한 동반자를 데려간 것은 그 시절을 살아갔던 오늘날의 수많은 부모님들의 젊음을 지배했던, 그리고 오늘의 이 풍요로움을 이루어 낸 '돈'이었다. 이 사실이 무엇보다도 나를 서글프게 했다. 이런 끊임없는 희생이 지금 내가 서있는 현실의 바탕이라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했다. 이제 작가 부부에게는 아이들이 자란다. 가족의 일원으로써 자라날 그들에게 부모는,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1997. 11. 29~12. 3, 1997 12. 4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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