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개의 자귀 폐하가 이 전쟁을 지휘하라고 야오틀렉으로 임명했을 때, 최소한 아홉 송이 부용은 자신의 배를 기함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 장교들은 전부 그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충성을 바치며 지휘한 테익스칼란인들이었다. 그들 하나하나를 카우란 행성계에서 승리로 이끌었던 게 아직 석 달도 지나지 않았다. 장교들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러니 신뢰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활동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칼끝호가 갖고 돌아와 제약을 조금 더 풀어 줄 수 있을 때까지. 외계 함선의 종말에서 피어오르는 약간의 피와 약간의 먼지, 불길을 맛보게 되리라. 함대는 오랫동안 버티며 설탕물 같은 폭력을 들이마실 것이다. 야오틀렉이 뭘 하는지 잘 안다고 믿는 한은. - P18
바퀴의 무게호 함교 바로 옆에 회의실 두 개가 있었다. 큰 쪽은 전략 회의를 하는 곳이고, 작은 곳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곳이었다. 아홉 송이 부용은 처음 함대 사령관이 되었을 때 보조 무기 통제실을 작은 회의실로 바꾸었다. 당시 함내에 은밀한 ‘공식’ 대화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결정은 대체로 옳았다. 작은 회의실은 인사 문제를 해결하고, 함내 카메라로 녹화가 되면서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최적의 장소였다. - P2122
아홉 송이 부용은 몇 번쯤 정치에 발목이 잡힌 적이 있었다. 함대 사령관이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함대 사령관이 되어 그 자리를 유지하며 군단을 위해서 승리를 가져오려는 사람은, 음, 그런 테익스칼란인은 적을 만든다. 질투하는 적들을. (하지만 전에 정치가 관련된 때에는 매번 전쟁부에 아홉 번의 추진이 최후의 위협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새 전쟁부 장관 세 개의 방위각은 누군가와 딱히 친구가 아니었다. 적어도 아홉 송이 부용의 친구는 아니었다.) - P25
"그럼 제가 명령서를 작성할까요. 원하신다면 제24군단의 근무를 변경하여, 우리 행성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보이드를 향해 고함을 질러 대게 할 수 있습니다." 스무 마리 매미의 문제 중 하나는 정확하게 아홉 송이 부용이 원 하는 바를, 그게 나쁜 생각임을 그녀가 깨달을 정도로 뜸을 들여 제안한다는 거였다. 이런 문제를 비롯한 수천 가지 이유 때문에 아홉 송이 부용은 그를 좀 더 제국에 동화된 행성계에서 온 병사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 P2526
그때 통신장치에서 두 개의 거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오틀렉, 칼끝호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세 시간 빠릅니다.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 ‘제기랄’." "피 흘리는 ‘별들이여’." 아홉 송이 부용은 자신과 스무 마리 매미에게만 들리도록 빠르게, 본능적으로 욕설을 내뱉고서 통신 주파수를 연결하라고 클라우드후크에 신호를 보냈다. "가는 길이야. 꼭 쏴야 하는지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쏘지 마." - P27
문이 열려서 마히트는 자신이 말했던 위험한 거짓말에 대한 생각을 멈췄다. 생각하지 않는 게 거짓말을 숨기는 데에 더 쉽다. 제국 어딘가에서 그것을 배웠다. - P34
"오늘 오후 기분은 어떠십니까, 큐어Cure?" 여덟 가지 해독제가 선대- 황제에게서 배운 것이 몇 가지, 현 황제이자 설령 죽는 한이 있어도 그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한 열아홉 개의 자귀에게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널 기분 좋게 하지만 왜 그러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자를 믿지 마라‘일 것이다. - P5354
열아홉 개의 자귀, 즉 황제 폐하는 여덟 가지 해독제가 터널을 통해서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에 ‘전쟁부는 전략가들의 정원’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녀는 여덟 가지 해독제의 방으로 혼자 와서 시티가 만든 홀로그래프 영상, 눈이라는 그물 속에 있는 밝은색의 새처럼 소년이 전쟁부를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덟 가지 해독제는 자신이 가지 않는 편이 좋겠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전략가와 정원에 대한 얘기를 하고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신중하게 말한 다음에 방을 나갔다. 가끔 여덟 가지 해독제는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그를 믿어 줄 누군가가 있을까 궁금했다. - P55
"함대 사령관인 아홉 송이 부용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 사람에겐 이런 평판이 있더군.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병사들이 뭐든지 할 거라고. 모든 함대 사령관의 병사들이 사령관을 사랑한다는 수준이 아니고, 그냥 시적인 표현도 아니야. 이전 원정에 대해 찾아봤는데, 그 사람 부하들은 내가 보기엔 수많은, 음, 멍청한 짓거리까지 할 것 같아, 차관. 그 사람이 요청만 한다면." 열한 그루 월계수는 수십 년 전이었다면 웃음이라고 여겨졌을 만한 소리를 냈다. "정말 찾아보셨군요. ‘멍청한 짓거리’라는 건 꽤 잘 맞는 설명입니다. 계속하세요. 그녀가 카우란에서 병사들에게 어떤 멍청한 짓을 시켰을까요?" - P5758
"정답에 아주 가까웠어요. 잘하셨습니다." "내가 뭘 빠뜨렸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가까운’ 것으로는 부족하니까. 그가 한밤중에 ‘난 알아, 이해했어’라는 깨달음의 빛을 받으며 ‘그들은 발포하지 않았다’는 답을 떠올린 이상. 혀 위에서 꽉 터지는 과일처럼 깨달음을 느끼며 일어난 이상. - P58
"······아니야. 아홉 송이 부용은 그런 명령을 내릴 허가를 받지 않았어. 그래도 어쨌든 그 부하들은 그렇게 했지." "전하는 마저 자라면 아주 끝내주는 전략가가 되실 겁니다." 열한 그루 월계수의 말에 여덟 가지 해독제는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허가를 받지 않았죠. 그냥 ‘결정했고’, 부하들 중 아무도 거기에 질문 하나 던지지 않았던 겁니다." 텅 빈 지도 테이블이 갑자기 무겁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 카우란 이후로 어떻게 되었지?" "오, 우린 그녀를 야오틀렉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열한 그루 월계수는 이게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테익스칼란과 황제 폐하를 위해서 최대한 빨리, 용감하게 죽을 수 있는 곳으로 보냈죠." - P59
〈정말로 산소는 머리를 맑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니까.〉 갑자기 끼어드는 밝은 남자, 첫 번째 이마고의 잔해,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로지 테익스칼란에서 지낼 수십 년의 인생을 기대하던 걸 기억하고, 거대한 야망과 마히트가 갖고 소유하고 자신의 안에 받아들이고 싶은 영리함을 지닌, 사보타주당한 이스칸드르. ‘고마워.’ - P62
다시금 마히트는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르셀로 돌아온 이래로 내내 잠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듯한 느낌. 깨어난다는 건 두려움, 그리고 상쾌함과 비슷했다. 마히트의 적성과 이스칸드르의 적성이 위험 추구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굉장히 비슷했다. 마히트는 그게 자신의 문화를 천천히 집어삼키는 문화와 사랑에 빠지는 일종의 제노필리아에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항상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간단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난 어떤 것도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어.’ 〈아, 결국에 정치적이 되기로 결심했군. - P63
열네 개의 못은 실제로 그녀의 ‘스파이 유형‘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진짜 스파이는 아니었다. 스원 본인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부하 중에 스파이는 없었다. 세 번째 손바닥 소속, 흔히 쓰는 말로 ‘정치장교’들인 전쟁부의 첩보 부서는 함대 사령관이 일부러 곁에 둘 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열네 개의 못은 조용한 카리스마와 언어 기술, 근처에 있는 누구에게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능력 때문에 뽑힌 병사였다. 대체로 쿠에쿠엘리후이 계급은 지휘 분야가 아니라 비장교 특수 군인의 최고 등급이었다. 부서지지 않고 구부러지는 금속처럼, 독립적으로 작업할 만큼 유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충성심을 유지할 만큼 강인했다. 가끔 그런 자들은 아주 소통을 잘해서 야만인에게 너무 늦을 때까지 그들이 테익스칼란인이라는 걸 잊게 했다. 열네 개의 못의 상대는 야만인이었다. 외계 종족이 아니었다. 문명화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조차 아닌 것들 상대는 안 된다. - P66
세 가닥 해초가 손바닥을 위로 해서 한 손을 내밀었다. 거기에 아직 흉터는 없었다. 영구한 흉터가 남을 정도로 중대한 맹세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두 달 전에 마히트랑 열아홉 개의 자귀와 맹세했을 때 남은 것도 다 나아서 보이지 않았다. 육체가 신경 쓰는 건 약속의 크기가 아니다. 상처의 크기일 뿐.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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