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 Mr. 버은 미국 대공황기 시절, 캔턴의 지역 신문인 <캔턴 리파저토리>에 작은 광고를 낸다. 그는 이 광고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75가구에게 10달러씩을 주겠노라 제안한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처음에는 10달러씩 줄 계획이었으나,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사연을 외면할 수가 없어 수혜자를 두 배로 늘리고 각 가구당 5달러씩을 보냈다. 1933년 미국의 대공황기에 5달러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화폐 가치로 따지면 100달러 정도가 되는 돈이었다. 당시에는 빵 한 덩이가 7센트, 달걀 12개가 29센트였다. 버돗이 보내 준 5달러로 어떤 집은 석탄을 사서 집을 훈훈하게 데웠고, 아들의 소아마비나 딸의 황달, 늙은 아버지의 결핵을 치료해 주는 의사에게 밀린 진료비를 지불하는 가정도 있었다 - P56
버돗에게 편지를 보낸 이들 중에는 샘 스톤이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도 샘 스톤을 알았다. 샘은 거리에서 그들을 지나쳤고, 그들과 같은 식당과 상점에 드나들었으며 자식들을 같은 학교에 보냈다. 샘 스톤은 자기 옷 가게에서 그들의 소매 길이를 재고, 바짓단을 줄이고, 어깨를 고쳐 주고, 작업복을 팔았다. 따라서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은 샘이 익명이어야만 가능했다. 이웃들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었기에 자신들의 처지에도 민감했다. 그러니 얼굴을 알고 다시 만나야 할 사람에게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편지를 쓰는 일이 마음 편할 리 없었다. 그들이 버돗에게 쓴 편지는 단순한 구제 신청이 아닌 슬프고 힘든 현실에서 자신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였다. - P31
외할아버지는 마술사이기도 했다. 25센트짜리 동전을 내 귀 뒤나 배꼽에서 꺼내기도 하고 손짓 한 번으로 사라지게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가 항상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그래야만 타인의 관심을 조종할 수 있고 그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33
외할아버지는 종종 그의 낙천성과 과거를 놓아 버리려는 각오가 담긴 금언과 경구를 인용하곤 했다. 1959년 외할머니가 병들자 그는 아내에게 이런 글을 써 주었다. "아침마다 영혼이 새로 태어나므로 나는 매일 밤 오늘의 기록을 묻는다. 오늘이나 어제의 실망이 내일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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