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와 마찬가지로 포커에서도 특정 결과는 우리의 전략뿐 아니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우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받는다. 훌륭한 포커 선수는 현명한 전략이 한 번의 경기에서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승률을 높여준다는 것을 안다. - P287

7장에서 논의한 ‘딴 데 보기‘ 효과를 기억하는가? 충분히 다른 방법들과 충분히 다른 분석들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이 입증하고 싶은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하지만, 그 결과는 실은 무작위 잡음 요동에 의한 것이다. 맹분석으로 대처하려는 위험이 바로 이런 종류다. 인간은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 분석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가설을 우연히 뒷받침하는 분석에 집중하는 핑곗거리를 임기응변식으로 찾아내는 데 매우 능하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이런저런 분석을 시도하는 것을 p해킹이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심리학자 유리 사이먼슨Uri Simonsohn, 조지프 시먼스Joseph Simmons, 레이프 넬슨Leif Nelson이 지었다. - P288

호응이 커지고 있는 또 다른 전략은 학술지들이 등록 보고서에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학술지에 연구를 제안하면 학술지는 이론적 근거와 제안된 방법이 전문적 동료 평가에 의해 승인되는 한 연구 수행 이전에 발표를 승인한다. 이렇게 하면 예상에 들어맞지 않는 결과를 학술지에서 실어줄 가능성이 낮아져 생기는 확증편향을 없애고, 더불어 흥미로운 가설을 입증하는 결과만 발표하고 반증하는 가설은 외면하는 학술지의 자연스러운 편향도 없앨 수 있다. - P292

맹분석에 친숙해졌으면 전문가를 고르거나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일 때마다 맹분석(또는 확증편향을 줄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을 모색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란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는지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고 싶은 전문가는 자신이 적절한 맹검법이나 사전 등록, 그 밖의 확증편향 방지책을 통해 결과에 도달한다는(또한 타인의 결과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더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문제를 연구하기 전에 자신이 답을 안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는 예/아니요 결과나 숫값을 결정하거나, 여러 조치들 중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경계해야 한다. - P293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새 기법을 발명해야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명료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꺾이는 것 또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세상과, 서로와, 현실에 대한 집단적 연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신기술이 발명될 때마다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전혀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음 번에는 컴퓨터가 더 복잡한 분석을 내놓고, 프로그래밍 버그의 더 많은 여지를 만들어내어 게임 규칙을 바꾸는 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 P295

앞 장들에서 논의한 많은 개념과 마찬가지로 논의를 사실적 토대가 있는 측면들과 가치, 목표, 감정에 대체로 의존하는 측면들로 분리하는 데는 현실적 유익이 있다. 이 분리의 토대가 되는 정의와 분류에 이론의 여지가 있더라도 이 방향을 추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현실이 결정을 어떻게 제약하는지를 당사자들이 따로따로 고려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 P327

(클로드) 스틸Claude Steele의 추론에 따르면 사람들의 가치에 도전하는 정보는 위협적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긍정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회복력을 키울 수 있고 위협을 이겨내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스틸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핵심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이를테면 가치 목록에 대한 설문에 응답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경직적으로 방어하지 않아도 된다면, 새 증거를 더 기꺼이 고려하고 심지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자들은 학교 등의 다양한 현실 상황에서 자기긍정 프로그램을 실시해 규칙적 자기긍정이 학생들의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려는 의향을 증가시켜 학업 성적을 개선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 P329

우리는 정책 결정의 요소들에 대해 명시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모른다. 최종 결정에 이견이 있는 사람과 논쟁하는 법을 모른다. - P333

마지막 장을 앞두고 놀라운 명제와 차분한 난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명제부터 보자.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항구적 세계의 건설을 합리적 수준에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최초의 세대다. 이 명제는 틀림없이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심지어 가능성이 희박할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참일 가능성만으로도 당신은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 P335

우리의 집합적 과제(아마도 우리 시대의 유일한 대난제)는 힘을 모아 생산적으로 생각한 다음 그 결과를 활용하는 도구를 발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밀레니엄의 들머리인 지금 이 난제를 풀 수 있다면 행성의 번영을 위한 기초를 쌓으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 P337

공론조사는 민주주의의 걸림돌인 무관심과 불참 문제를 해결하는 유망한 해답인지도 모른다. (짐) 피시킨Jim Fishkin과 동료들이 진행한 공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참가자를 무작위로 선발했는데도 경이로운 참여율을 거둘 때가 있었으며, 숙의를 시작한 인원의 95퍼센트 이상이 끝까지 동참했다. 게다가 참여한 사람들은 그 뒤에 뉴스 미디어를 더 많이 접했다. 이를테면 신문을 한 번도 읽지 않았다가 매일 세 종을 읽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참여 초대를 받으면 이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실제 의무로 받아들인다. - P343

(훠턴스쿨Wharton School의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과 바브 멜러스Barb Mellers가 개발한 좋은 판단 프로젝트Good Judgment Project, GJP에서 예측의 정확도가 높은) 슈퍼 예측자가 나머지 예측자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했듯 대단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치적 소양이 풍부하고 지적 능력 검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하지만 그들은 열린 생각이라는 인지적 태도를 갖췄으며,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고, 논증에 약점이 있고, 더 많은 것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믿음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기꺼이 인정했다. 이것은 보정 점수에 반영되었는데, 그들은 평범한 예측자에 비해 덜 과신했다. - P3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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