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우리 종과 "짐승"들 사이에 이전과 같은 경계선을 그을 수 없다. 지능, 감정, 쾌고감수능력快苦感受能力, sentience을 "이성이 없는 짐승들과 구분 짓는 경계로 여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원숭이, 코끼리, 고래, 개 등 이미 우리와 "유사"하다고 인식하는 종류의 동물과 지능이 없다고들 하는 다른 동물 사이에도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다. 지능은 현실 세계에서 대단히 다양한 흥미로운 형태를 띠며, 인간과는 매우 다른 경로로 진화한 새들도 여러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 - P18

우리는 지적이고 복잡한 지각력을 가진 동물의 삶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있다. 이들 동물 각각은 번영하는 삶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각각의 동물들에게 어려운 도전을 안기는 세상에서 괜찮은 삶을 얻어낼 수 있는 개별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은 이런 노력을 좌절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부당한 행동이다. (1장에서 나는 이런 윤리적 직관을 정의에 대한 기초적인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것이다.) - P19

대부분의 국가의 경우 동물들은 법률가들이 "원고적격原告適格, standing"이라고 부르는 지위, 즉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지위를 갖지 못한다. 물론 동물은 직접 소를 제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린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롯해 대부분의 인간, 아니 솔직히 말해 거의 모든 사람이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변호사를 필요로 한다. 평생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은 능력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를 제기할 수 있다. - P19

위대한 플루티스트 장피에르 랑팔Jean-Pierre Rampal(1922~2000)은 새의 지저귐을 플루트 악보로 옮긴 많은 작품을 녹음했기 때문에 나는 코넬조류학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 웹사이트에서 능란한 노래를 들려주는 핀치finch에게 그의 이름을 붙였다. 장피에르는 수컷 멕시코지니House Finch다! 부리 바로 위에는 밝은 적색 깃털이 있고 머리 뒤쪽으로 넘어가면서 색상은 붉은 회색으로 변한다. 부리 아래에서는 붉은색이 분홍색과 흰색으로 변화하고 배 아래쪽에는 회색 줄무늬가 이어진다. 날개에는 회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있다. 그는 높거나 낮게 흐려지며 끝나는 짧은 곡조의 빠른 노래를 부른다. - P25

이론은 행동을 이끌고, 나쁜 이론은 나쁜 행동을 이끈다. 나는 이 영역에서의 지배적인 이론들에 결함이 있으며, 내 이론이 더 나은 행동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8

경이는 우리를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대상으로 향하도록 한다. 경이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 추구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경이는 삶 자체에 대한 본원적인 기쁨에 연결되어 있다. 경이는 자기애나 자부심과는 동떨어져 있고 놀이와 가깝다. 경이는 아이 같다. 놀라운 존재들의 세계에서 뛰놀고 있는 우리 인간성이다. - P48

심리학자 C. 다니엘 뱃슨C. Daniel Batson의 실험에서처럼 연민 그 자체가 이미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발한다. 하지만 연민은 약한, 혹은 최소한 불완전한 동기 유발 요인으로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연민이 주는 메시지는 "이런 것들은 나쁘다. 따라서 더 낫게 만드는 것이 그들에게 좋다"는 것이다. 연민은 피해자를 돕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하기 때문에 고통을 유발하는 가해자 행동의 부당성에는 온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 과제를 개념적으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 뱃슨의 실험 대부분은 부당한 일이 없는 고통, 예를 들어 다리가 부러져서 수업에 가는 데 도움이 필요한 학생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따라서 연민 자체는 가해자가 가하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데 이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른 감정, 지금까지 내가 "격분"이라고 불렀던 감정이 필요하다. - P54

프레임워크의 선택은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진실과 이해를 위해서는 이론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출발하게 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 P75

인격이란 아무리 폭을 넓혀도 인간 중심적이다. - P83

그러나 좋든 싫든 언어는 철학적, 과학적 연구의 매개체다. 따라서 "더듬더듬하는 번역stammering translation"(작곡가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가 자신의 음악을 말로 묘사하려는 시도에 사용한 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갖고, 자원을 충분히 이용한다면 이런 일을 동물 세계 전체에 걸쳐서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 P86

그(제러미 벤담)의 시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인류의 다른 동물에 대한 폄하에 큰 영감을 준 것은 자기혐오와 두려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동물적 본성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혐오감을 느끼고, 겁을 내기 때문에 자신의 일부를 낮잡아 보고, 나머지 동물계와 우리보다 동물적이라고 생각하는 하위 그룹에도 비슷한 경멸과 혐오를 투사하는 것이다. 청교도주의와 다른 동물에 대한 경멸은 서로를 강화시킨다. 종차별과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와 같은 다른 악은 공통적인 근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 P95

(크리스틴) 코스가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각종 특유의 기능 유형에 맞게 살아가는지를 이해한다. 이런 통찰은 칸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코스가드는 동물(인간을 비롯한)이 어떻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해를 이용해서 칸트의 가차 없는 인간 중심적 윤리에 동물 애호가들이 동물과 그들의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칸트를 고수하는 것일까? 개별 생물이 지닌 불가침의 존엄에 대한 그의 통찰, 아리스토텔레스는 전혀 표현하지 않은 그런 통찰 때문이다. - P113

거짓 약속을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거짓 약속을 할 수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약속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사람은 그 제도에 의존해 자신을 승격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대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칸트는 게으르게 쾌락만 좇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게으르게 쾌락만 좇는 세상을 바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세상을 안정적으로, 살 가치가 있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17

인간은 동물의 삶에 대한 경이와 경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동물에 대한 우리 행동의 대부분에서 우리는 동물을 물건이나 수단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따라서 정언명령은 동물에 대한 현재 우리의 대우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애초에 동물을 고려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말이다. - P118

가치는 세상에 존재하다가 발견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자율 의지의 작용을 통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그 자체로 선이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우리 자신의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할 뿐이다. - P122

"우리보다 불운한 사람들은 보다 단순한 존재여서 불운이 그리 중요치 않다거나 우리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만큼 생생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는 것은 안전하게 특권을 누리는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계속되는 유혹이다." (크리스틴 코스가드) - P127

각자의 목적을 추구하는 인간의 권리가 다른 인간의 권리에 의해 제한되듯이, 우리의 목적을 추구하는 우리의 권리는 다른 동물의 선에 대한 공감적 이해에 의해 제한된다(혹은 제한되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다른 동물의 목적 자체에 대한 주장은 우리 자신의 주장과 동일한 궁극적 기반, 모든 도덕성과 동일한 궁극의 기반(생명 자체의 자기 긍정적 본성)을 가진다. - P128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두 사람(너스바움과 코스가드) 모두가 정치적 원칙을 찾고 있는 것이라면 많은 다른 형이상학적, 세속적 개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정치적, 법적 견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 형이상학의 모든 질문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말하면서 완벽하게 포괄적인 윤리적 견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29

근시안적인 개발 정책은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당장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온전한 인간이 아닌 그릇으로서만 취급하는 부적절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다. - P147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가 시간이 가치가 있다는 인식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록을 역량의 목록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삶의 선택의 이질성, 다른 길을 선택할 자유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어린이들 대상의 의무 교육에서와 같이 때로는 미성숙을 근거로 그리고 성숙한 선택의 관점에서 기능을 명할 자격을 갖는다.) - P155

엘리트들은 공적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도 적절한 의료,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 P157

경이의 감각은 존엄을 지향하는 인식론적 능력이다. - P162

그렇지만 둔감함이나 자기 특권적 안식은 항상 경계해야만 한다. - P171

역량 접근법은 동물을 쾌락과 고통의 그릇이 아닌 주체로 대하며 그런 방식으로 동물을 존중한다. - P178

우선, 앞서 이야기했듯이, 종species이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자연의 경계는 과거 많은 생물학자들이 생각했었던 것만큼 엄격하지도 빠르지도 않다. 지금의 과학자들은 대개 "개체군populations"이라는 보다 느슨한 개념을 사용한다. 교배 가능성도 종의 경계를 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종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은 이를테면 대략적인 것으로, 그 한계를 기억해둔다면 유용하기는 할 것이다. - P180

생물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그 방식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구조의 유사성은 비슷한 기능(주관적인 특성을 비롯한)의 좋은 증거지만, 구조의 차이는 기능 차이의 좋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 - P197

어느 것 하나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데 인생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수 있겠는가? - P214

(안토니오) 다마시오의 연구는 감정이 동물(이 경우는 인간)에게 세상이 자신의 일련의 목표와 사업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리처드) 라자루스를 비롯한 다른 인지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확인해준다. 이런 감각이 없으면 의사 결정과 행동은 방향을 잃는다. - P215

이 이론은 모든 형태의 삶에 대한 것이지 고통만을 중요한 유일한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벤담처럼). 장애가 있더라도 목적 추구와 주관적인 인식이 어떤 형태로든 발견된다면 그 생물은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것이다. 비전형적인 경우는 사례별로 다루어져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정의 이론의 기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정할 때 예상되는 정상적인 종의 특성을 따라야 한다. 이 이론의 목표는 개체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인식론적으로 출발하기에 가장 좋은 지점은 종이다. - P219

중대한 목적 추구에는 도움이 되는 것과 해로운 것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에, 고통과 쾌락과 같은 다양한 주관적 태도, 거기에 더해 욕망과 감정 등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수많은 다른 주관적 상태가 포함된다. 우리가 설명하는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동물은 이 모든 능력을 가진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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