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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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베스트셀러인지 여부가 책을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후 책일기 열풍이 불었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 베스트 셀러를 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고  나 역시도 종종 그런 기준에 따라 책을 고른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반드시 좋은 책이라거나 독자 개개인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적어도 베스트셀러의 이름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배, 기독교 예술사, 루브르 박물관, 기호학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과 소설적 허구의 장치들을 완벽하게, 그것도 영화적인 스릴과 재미를 가미하여 배열하고 있다.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 벌써 소설에서 제시된 사실들 -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혼인한 사이였고 그 후손이 존재한다는 것, 교회가 권력유지를 위해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교도로 몰아 박해하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신의 아들이 아니고 예언자인 인간일 뿐이었다는 것 등 - 의 진위에 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성경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에 대해 왈가불가할 자격도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부터 교회에 관해 품었던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은 신의 자녀인 예수님이 하필이면 '백인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보편적인 신의 아들이라면 무언가 더 큰 공통분모를 가진 모습이 아니어야 하는지, 아니면 예수님이 한국인으로 탄생하면 어떠했을까라는 소박한 의문말이다.

수천년에 걸쳐 이룩된 역사적 축적물들의 무게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이 전제하고 있는 파격적이고 불경스러운 가설이 어쩌면 답이 존재하지 않을 내 어린시절로부터의 의문에 대한 수많은 답들 중 한가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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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2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1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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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한국 현대사 1권을 읽고 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2권을 주문해서 읽게 되었다.  어차피 이 책이 운동권의 필독서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기에 어느정도는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역사관과 파격적으로 다른 내용이 전개되리라는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느낌은 많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책 중간부분을 넘어서부터 정말 엄청난 짜증과 싸우면서 이 책을 끝마쳐야 했다.

책 초반에는 이승만 일당이 미국을 추종하고 그토록 협조적이었던 이유가 친일 전과가 단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그 대가로 이승만 정권이 막대한 정치, 경제적 특혜를 얻었고 이에 군고위 장교들과 매판 자본들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북한이 비교적 충실하게 친일파들을 숙청하여 역사청산을 이룬 반면 남한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친일세력이 해방후에도 권력을 잡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문제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이후 남북한의 발전 과정을 그리는 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북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에 인도적인 원조를 하고 있고 북한을 개방하려는 우리나라의 손길을 거부하고 고집스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북한의 모습이 마치 6. 25. 직후의 한반도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단지 내가 수십년에 걸친 반공교육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까? 그 당시에는 그런 모습이 있었을 것도 같지만 적어도 지금 남북한 국민의 삶의 질을 비교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어떤 비판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극악한 인권유린과 수많은 모순점에 대해서는 (물론 남한 사회에도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지만) 너무나도 관대한 저자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책 중간에 미국이 박정희의 쿠테타 저지를 위한 군대의 출동은 거부했으면서도 1964년 학생탄압을 위해 군대의 출동을 허가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민주정부를 뒤엎고 군사독재를 은밀히 후원한 사실을 상기한다고 할지라도 꽤 충격적이었다. 물론 저자가 거짓으로 사실을 날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이의 저작물에 수록되어 있는 의견을 역사적 사실처럼 단정하여 기술하거나 인용되어 있는 사실적 자료를 재인용 표시없이 참고한 서적만 단순인용함으로써 오류의 가능성을 많이 남기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 성장은 무의미한 것인지?(p163) 외국에서 들어오는 공장설비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적합한 것이고 산업설비가 노후되었다는 것은(p164) 자본의 논리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 아닌지.박정희 정권의 무뇌아적으로 미국의 사주와 조정을 받는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것은 그 정권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인권침해와 독재적인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그 당시 경제성장의 결과 현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순이 생겨났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누구나 그 당시 정권을 잡았더라도 지금정도의 상태는 되었을 것이라는 독단적인 가정에 근거한 편협하고 치우친 역사관이 아닌지.

매판자본이 비싼 원자재를 수입하여 헐값에 수출하여 아무런 이익도 남기지 못한 채 제국주의적 이익에만 봉사할 뿐이라는 주장(p173)도 그런 면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지금 남북한의 현격한 경제력의 격차와 삶의 질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 책에 어느정도의 사실과 왜곡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일의 권력세습 마저도 김정일의 탁월한 능력과 인민의 사랑때문에 정당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북한의 외교,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는 북한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과 사회현상을 미제국주의와 그 조정을 받는 군사독재정권과 그에 항거하는 민중의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단세포적이고 편협한 시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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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9-05-2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쓴지 거의 5년이 다 되어서 내가 썼던 서평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다만, 그때의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평을 읽다 보니 저자는 남한사회의 모순에 대한 극도의 반감으로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문득 며칠 전 100분 토론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손꼽히는 이상돈 교수의 발언과 약간은 서평이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상돈 교수는 그날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이 보였다. 평소 이상득 교수가 쓴 균형잡힌 여러 글에 비해서 그날 토론은 솔직히 좀 실망이었다. 그래도 적어도 이상돈 교수같은 진짜 보수도 이 땅엔 너무 소수인 것 같다.
 
꼭 알아야 할 과학상식 77
도지마 와코 지음, 최은정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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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팽소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던 것들에 관한 과학적 해명이 들어 있다.

'태풍은 어떻게 발생할까' 라든지 'DNA는 무엇인가' 등의 의문은 우리가 평소에 한번쯤은 궁금하게 여길 만한 것들이고 저자는 그에 대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지만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근거를 담은 해설로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다만 적지 않은 부분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갈 때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문과를 나오고 고등학교 이후 과학 분야와 담을 쌓고 지내 과학분야에 대해 이해력이 현격히 떨어진 내 무능함과 최신 과학 지식을 2-3페이지로 요약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더 쉽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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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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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읽고 나서 한 마디로 느낌을 표현하자면 기발한 상상력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형식이나 논리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머리에 떠오른 영감이나 상상을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쓴 단편들을 모은 글이다.

하지만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기에는 좀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만 생각하면 논리적인 헛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한편 한편의 글을 읽고 나서 작가의 문제의식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나무'의 매력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되고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참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수준의 경험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유명한 화가가 그렸다는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은 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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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지배자들 -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낳은 참상과 진실에 대한 4편의 다큐멘터리
존 필저 지음, 문현아 옮김 / 책벌레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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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장 (세계은행, IMF에 고분고분하다는 의미에서의)모범생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독재자 수하르토가 미국을 위시한 열강들과 그 기업들과의 거래와 그들의 지원을 통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인도네시아 민중들을 학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 배후에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제국주의적 국가들의 은밀한 지원과 조정이 있었다는 점은 그 정도에 있어서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화를 충실히 수행한 '모범생'의 현주소 - 수천억불의 외채, 서구 기업들에의 기반산업 잠식, 살인적인 빈부격차, 일반 국민들의 현격한 삶의 질 저하 - 는 98년 IMF체제를 거친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한 문제제기가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상충하던 논거와 주장들 때문에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던 상황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런 전쟁에 대한 정당화의 솔직한 논거가 9.11 테러로 죽은 수천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미국의 폭격과 경제제제로 죽은 수십만명의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이 책의 지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라크의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들의 인질 참수, 폭탄테러 등이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화(넓은 의미에서 이라크전 파병요구도 포함된다고 본다.)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친구가 되고 다른 길을 택하면 경고를 받게 되고, 미국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지옥행이 된다는 헤루 앗모조의 말은 실감이 나는 동시에 이라크전 파병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기에 미국이 세계 제일의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파병을 거부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국제적 고려를 필요로 할 것이다.

넷째 장에서는 후주에서의 원주민 인권침해 - 인종차별 실태를 낯낯이 밝힌다. 우리가 잘 모르고 관심조차 갖지 않던 호주 원주민의 슬픈 억압과 학살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비참한 생활을 날카롭게 폭로한다.

4개의 다큐 형식의 글을 통해 우리는 지배적 세계 언론에 호도되지 않고 어떤 일들이 평화와 공존, 민주주의라는 구호아래 자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어떤 무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고 세계평화를 유린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설마 그런 일이...설마 미국이 그런 짓을...'라는 생각, 즉 저자의 주장이 음모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전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이 현실이라고 믿기가 두렵고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배후에서 조정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비롯한 수많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래서 눈을 감아버리려고 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수많은 참담한 사건과 현상들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임을 반증하고 있다. 책속 어딘가에서 읽은 구절 " 때로는 침묵이 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가 지금이다."는 말이 귓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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