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인식-재인식’넘어 ‘새 인식’으로

지식사회 대한 찾기 1. 지금 한국은 ‘역사 내전’ 중
한민족이냐 남한 국가냐
한국사 주체 놓고 좌우 전면전
‘열린 담론 시대’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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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한창인 지금 '행복한 책읽기'는 출판.지식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지식사회 대안찾기'시리즈를 이번 주 시작합니다. 학계의 대표적 논객들이 참여하는 지적 논의의 큰 멍석인 '지식사회 대안찾기'는 지난 30년간 어젠다를 선점해온 주요 저작물의 흐름을 점검해가며 논의를 풀어갑니다. 1970년대 이후 지식사회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찬찬히 훑어보면서 과연 어디로 방향을 잡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까지를 자연스럽게 구해보는 작업입니다.



지난 몇 주 사이 한 권의 책이 유령처럼 나타나 신문 지면을 배회하고 있다.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이하 '재인식')이라는 유령이…. 좌파들은 이에 대항하는 진보동맹을 결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우파들은 이것을 일대 반격을 벌이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의 대표 편집자인 박지향 서울대 교수가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진보세력이 대거 참여한 현 정부는 1894년 동학운동 이래 한국 근현대사를 '심판'하기 위해 과거사 청산작업을 벌였다. 그때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기억을 바꾸는 프로젝트이고, 이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표현대로 '문화혁명'에 속한다. 이에 따라 역사 논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박정희기념관 건립과 금성출판사 발행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그리고 맥아더 장군 동상 철폐를 둘러싼 강정구 교수 파동 등….

이 모든 국지전은 '재인식' 출간의 전사(前史). 이제는 국지전을 넘어 역사인식 내전이 벌어진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좌파든 우파든 해방 이후 한국사가 진보를 이룩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실이 진보했다면 역사는 이성적이다. 그렇다면 헤겔의 말처럼, "역사는 이성의 확대과정"인가?

1980년대 출간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이 현실의 진보를 위한 '운동으로서의 역사'라면, '재인식'은 이 진보된 현실에 근거해 그 역사를 부정하기 위해 나왔다. 그 핵심에 박정희가 있다. 박정희는 민주화를 가로막고 분단체제를 고착화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가 하면, "고깃국에 쌀밥 먹는다"는 우리 꿈을 실현시켜준 단군 이래 최대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쟁점은 박정희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어떤 기억을 역사로서 공인하느냐다. 진보진영은 독재자 박정희라는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보수세력은 기념관을 세움으로써 그에 대한 기억을 영구화하려고 한다.

이는 지난 20년 사회변화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한국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진보운동은 1987년 6월 항쟁을 정점으로 해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속도가 붙은 민주화가 진척될수록, 운동의 동력은 그만큼 소진되어 갔다. 현실의 진보가 이념의 보수화를 낳는 역설이 생겨났다. 80년대 완간된 '인식'이 우경화한 현실을 교정하려는 노력이었다면, 이제 나온 '재인식'은 그 반대다. 좌경화한 현실에 대한 반발력의 소산이다.

하지만 '재인식'의 출간을 보수.진보의 대립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한 단순화다. '재인식'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열과 균열이 존재한다. '재인식'의 필자들 가운데 연세대 김철과 신형기 교수는 탈(脫)민족주의자로 볼 수는 있어도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보혁(保革)의 대립구도로 보는 이유는 '인식'의 민족 지상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이 한국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는 문제의식을 '재인식' 필자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민족주의자를 우파로 보고 탈민족주의자를 좌파로 분류하는 데 반해, 탈민족주의자를 보수주의자로 오해하는 경향은 한국의 특수성에서 비롯했다. 이런 특수성은 분단현실의 토양에서 생겨났다. 확실히 해방 전후사의 한 가운데 분단 문제가 있다. 분단현실은 한국 현대사 연구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한국사학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70년대 말에 나온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의 '분단시대 역사인식'(창비)은 분단체제에 안주하는 실증사학을 비판하고 통일민족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분단극복사학을 정립했다. 그 책의 영향은 지금까지 우리 지식사회에 깊고도 짙다.

또 전 백낙청 서울대 교수에 의해 66년에 창간된 '창작과 비평'(이후 '창비')은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하는 종합지로서 한국사회의 진보담론을 이끌었다. '창비'의 역사는 그야말로 한국 민주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과제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말대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이며, 통일보다는 평화다. '창비'가 창간 40주년을 맞이하여 운동성 회복 선언을 하는 것으로 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문제는 오늘의 한국사 화두가 여전히 분단모순 극복인가 하는 점에 모아진다. '재인식'은 강만길의 분단시대론과 백낙청의 분단체제론에 대한 일대반격이다. '인식'이 설정했던 한국현대사의 플롯은 한마디로 "민족을 주어로 해서 통일이라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당위였다. 이에 대해 현실의 우위를 주장하는 '재인식'은 한국 현대사를 "남한 국가를 주어로 해서 근대문명을 이룩했던 과정"으로 서술할 것을 요구한다.

얼핏 독일의 역사가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말이 생각난다. 그에 따르면, 역사쓰기는 3단계다. 첫 번째 '역사쓰기'가 있고, 그것을 계속 '이어쓰기'를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다시쓰기'가 나온다. 즉 첫 번째와 두 번째 역사쓰기를 전면 수정하는 단계다. '재인식'의 등장은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으로 보인다. 그래서 '새인식'이 아니라 '재인식'이다.

민족 대신에 남한 국가를 주어로 하고 근대화의 목표를 견지하는 것이 뉴 라이트 운동과 다를 바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민족 대신에 국가를 주어로 설정하는 기존 국사의 플롯을 고수하는 것이다. 나는 해방전후사의 '새인식'을 위해서는 민족이라는 주어뿐만 아니라 근대화라는 목표 둘 다를 수정하는, 이른바 탈근대주의를 지향하는 제3의 한국사 서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4년 임지현 한양대 교수 등이 펴낸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휴머니스트)가 지향하는 탈(脫)민족주의가 한국 역사학이 시도하는 탈근대주의의 첫걸음이다.

국사를 넘어서 동아시아사와 세계사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쓸 때, '새인식'의 패러다임이 열릴 수 있다. 그 점에서 나는 역사의 내전을 촉발한 '재인식'의 출간은 한국사 서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한국인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재인식' 안에 내재해 있는 차이.틈새를 더 크게 드러내서 한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담론의 새 장을 여는 일이다.

내가 보기에 80년대 '인식'이 한국사에 대한 해석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시키는 것이 문제라는 근대의 패러다임에 입각해 있다면, '재인식'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혁운동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탈근대 패러다임을 지향한다. 확실히 모든 역사는 의도하든 안하든 정치적이다. '역사의 정치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의 임무는 '역사의 정치화'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역사화'에 노력해야 한다. '재인식'의 편집자는 어떤 정치적 함의도 갖지 않고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사화'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좌파의 책 vs 우파의 책

"그동안 좌파적 해석이 지식계를 압도해왔다."서울대 박지향 교수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서 토해낸 말대로 1970년대 이후 비중있는 저작물들은 이념상 좌파로 분류된다. 우선 70년대.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74년) '8억인과의 대화'(77년) 두 권은 냉전인식에서 벗어나는 신호탄. 여기에 문학이 가세해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78년) 백낙청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78년)이 계급.민족이라는 화두를 지식사회에 던졌다.

79년 '해방전후사의 인식' 첫 권 등장은 이런 인식틀을 현대사에 적용하며 전선을 확대해간 케이스. 80년대는 이 문제의식을 사회과학으로 구체화했다. 성균관대 김동택 교수는 이 시기의 핵심저술로 강만길의 '한국근대사'(84년) '한국현대사'(94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86년), 이진경의 '사회구성체와 사회과학방법론'(86년)을 꼽았다.

반면 우파 저술로는 자유주의.포스트모던 성향의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87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91년)가 새로운 생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근식의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99년)도 꼽아야 한다. 90년대와 2000년대 '우향우' 분위기 속에서 중도로 분류된 책도 성큼 자라났다.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2002년), 임지현의 '우리 안의 파시즘'(2000년), 공병호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97년)도 이때 나왔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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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블로그가 되기 위한 SONIC의 법칙.  - 라주미힌님 서재에서 퍼온글

Simplicity:
간단 명료한 글이 읽기 좋음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레이아웃을 고려하여 적절한 양의 글만 쓰는 것이 바쁜 읽는 이를 편하게 합니다. 특히 RSS리더에 노출되는 제목이나 첫 문단은 특히 간결하게 하여 독자가 읽을지 말지 빨리 판단하도록 하면 더 좋습니다.
Originality:
여러분만의 목소리, 여러분만의 감수성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독창적인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특히 Cut&Paste는 되도록 하지 맙시다. 요즈음 펌 블로그가 많습니다만, 독자들은 여러분의 블로그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고마워할 것입니다.
News:
뒷북보다는 뉴스가 일반적으로 즐겁기 마련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쓰는 기자의 심정이 되어 봅시다. 특종을 잡았을 때, 내일 아침 스타 블로거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허풍이나 과장은 안되겠지요.
Impact:
지금 쓰려는 여러분의 의견은 세상에 어떤 충격을 주려 하고 있습니까? 읽는 이에게 남는 주장을 하도록 노력합시다. 단적으로 말해서 왜 스스로의 시간과 자원을 써가며 글을 쓰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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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대한 <…인식>의 반론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은 냉전 역사인식을 크게 변화시킨 1980년대 인문사회과학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20여년이 흐른 지금 뒤늦게 이를 비판적으로 겨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재인식)이 출간되었다. <인식> 필진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해전사’ 시절의 향수와 함께 식민지사 중에 빠진 부문도 있구나, 이런 각도로 역사를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사관 다양성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초창기 선물시장의 생생한 풍경을 잡은 ‘하바꾼…’, 봉건적 가부장제 잔재와 위안부 사태의 다른 내면, 비밀해제된 소련측 문서 등이 인상 깊다. 좌우 역사인식의 격렬한 대립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인식>의 흔적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재인식>은 <인식>을 계승, 보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친일소설 ‘야국초’를 신여성 페미니즘의 함축미로 읽어내려는 친일문학 재론 시도 등, 민족문제에 대한 논리적 비약이 종종 눈에 거슬려 당혹스럽다.

<재인식>은 사회생활사 발굴 등 착취 피착취 관계의 천편일률적 식민지 역사해석을 지양한다. 그중 몇 개의 주제는 <인식> 당시의 시대정신을 기본 배경으로 학술적 다양성을 모색한다. 그러나 그 편집의 본 목적은 소문대로 <인식>의 역사인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공격성이며 이것은 결국 인식과 재인식간의 피할 수 없는 인식차이, 쟁점일 수밖에 없다. <재인식>은 기본적으로 (좌파) 민족주의에 반대하며 이를 기초로 책이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재인식> 필진 전체가 반민족주의를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크게 박지향, 김철, 이영훈(서울대) 등 <인식>을 본격 비판하는 ‘주편집진’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반민족주의 문제는 주로 전자의 것이다.

친일문학 재론 시도 당혹

쟁점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재인식>의 편집진에 정치적 편가르기 목적의 해방전후사 이용을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일제 잔재의 청산문제가 정치판에서 거칠게 전개되어서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현실 정치의 역학관계상의 문제이지 <인식>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80년대 <인식>의 의미는 과거사를 이용해서 반대파를 청산하는 저급한 수준이 아니었다. <인식>은 적어도 그보다 더 큰 목표, 동시대를 지배했던 냉전이데올로기 편향에 도전한다는 역사적 소명에서 진행된 것이다. 분단체제의 발단으로써 해방전후사의 다양한 실제 모습, 예컨대 점령군으로서 미군행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만 해도, 미국을 절대 ‘선’으로 생각했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충격이었다. 아마도 <인식>의 가장 큰 기여는 세계사를 보는 시각교정, 즉 각국의 이해관계가 세계정세의 기초라는 단순한 진리를 비로소 전 사회에 경각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80년대 <인식>의 판금조처와 수난은 이러한 <인식>의 읽기/쓰기 운동에 대한 탄압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식>의 필진 전체를 북한 동조세력으로 간주하는 <재인식>의 인신공격성 주장은 아무리 대승적 견지로 생각하려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정도라면 <재인식> 문제제기는 80년대 공안검사 검열과 유사하며, 역사인식을 오히려 크게 후퇴시켰다고 보여진다. 논문의 상당수가 친일과 냉전의식 등 민족갈등 자극의 첨예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주제들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권두논문의 반민족주의 문명사관, 식민지 경제의 착취성 판정 여부, 식민지 소설 및 친일파(이광수) 재해석, 북한 해석, 냉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대담 내용(주편집진) 등이다. 예컨대 한국전쟁 롤백이론(김영호)은 전쟁기원론 중 극단적 전통주의(소련 음모설)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서, 수정주의설(미국의 전쟁유인설) 등을 소개한 <인식>을 목적의식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인식> 편집 경향으로 해방전후사를 조합하면 대략 이렇다. ‘민족주의는 위험하다. 일제는 다민족국가를 지향하고 민족의 말살을 기도하지 않았다. 일제시대는 문명의 진정한 융합과정이며, 우리나라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처럼 쓸 만한 항일 독립운동은 없고, 오히려 민족주의진영는 제국과 길항하고 타협한다. 민족주의 진영은 그들끼리 경쟁하고 견제하는 제국의 파트너였다. 이광수의 친일내셔날리즘처럼 일제에 의존한 성장론을 주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친일적이고 민족주의적으로 자기를 발견하는 김성수 같은 인간형이 식민지 조선의 중심이며, 더 적절하다. 해방직후사는 소련이 한반도 북쪽에 진주하는 영토적 야욕 때문에 매우 어지러워졌고 그 결과 분단과 전쟁이 일어났다.’

‘재인식’은 반민족주의에 공감?

▲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김구와 이승만. 악수를 하고 있지만 활동무대(워싱턴-상하이)나 즐거입은 옷(양복-한복) 만큼이나 정치노선이 판이했던 두 사람은 해방정국에서 뚜렷이 대비되는 두 세력의 거멀못이었다. 이들의 노선과 행태에 대한 평가는 분단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변화 만큼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재인식>은 중고 교과서의 변경 추진을 다음 과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경향의 교과서를 조만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인식>은 과연 이를 진실로 청소년들에게 읽히려는 것인가. 안타까운 것은 <재인식> 측이 민족문제를 너무 좌우 이데올로기 경향으로 생각해 좋은 발상마저도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종 민족주의 개념혼란, 객관성의 자기합리화 등으로 엉뚱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역사기술의 목적은 객관적 사실을 표명하는 데 있으며, <인식>은 이를 위반했다’ 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오히려 친일성을 더 강하게 주장하거나, 친일하고 타협하는 김성수 식 민족주의를 유일한 상으로 제시하고 다른 유형은 확 무시하는 분리주의 행태를 서슴치 않는다.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얻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재인식>의 반민족주의 스펙트럼은 이영훈이 가장 강한 편인데 그의 문명사관을 요즈음 방식으로 말하면 세계동화주의의 일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세계동화주의를 무조건 강조한다고 사태가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해방직후 좌우파를 막론하고 조선의 모든 단체는 해방군을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점령군의 파트너 선택조건은 자국의 이해에 누가 더 적절한가였다. 당시의 이승만은 이 방면의 승부사였다. 남한지역에서는 민족주의보다 반공주의가 우세할 것으로 냉전사태를 냉정하게 읽었고, 현실적으로 단독정부 노선을 채택해서 정치적으로 승리했다. 이런 이승만 노선은 옳은 것인가. <재인식>의 관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옳다. 그러나 동족상잔과 민족 전체로 보면 이는 실패한 노선이다. 왜냐하면 개별의 이해가 민족 전체의 이해를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김구의 민족주의통일노선을 이승만의 북진통일론보다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민족성이 개별에 우선한다는 원리에 근거한다.

<재인식>의 반민족주의관은 굳이 분류하자면 국수주의(patriotism)로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수년전 이영훈의 정신대 비하 발언 파동 시절부터, 그 기묘한 논리를 개인적으로 추적한 바 있는데, 일본 소농론과 극단적 시장주의에서 출발하는 그의 세계동화주의는 지나치게 굴종적이다. 아마도 그의 반민족주의관의 기원은 이 부문 어디일 것이다. 민족문제의 기본은 제국주의(팽창주의적 국수주의)와 민족해방운동이다. 이 두 가지 다른 민족문제는 세계사적으로 동전의 양면이며, 해방전후사의 중심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에서처럼 이 문제는 피한다고, 또는 한쪽으로 편중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세계동화주의처럼 적극 대응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결국 제국주의에 순종하겠다는 것과 같다. 필자가 <재인식>의 반민족주의의 정체성을 심하게 염려하는 것은 원인없는 결과란 없기마련이어서 친일주장의 뒤에는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는 순진한 추측 때문이다. 이 단순함이 잘못된 판단이기를 바란다.

이영훈씨 논리 제국주의 순종 뜻

▲ 백일/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인식>을 특정 정파로 생각하고 그를 공격한다면 학문의 자유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항상적으로 냉전 이데올로기로 대응하는 <재인식>의 역사인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분단 모순이 해제되지 않는 한 해방전후사 기본구도는 민족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므로 오늘날 <인식>의 필진 중에는 80년대의 문제인식과 생각을 달리하는 인사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인식>이 무엇을 주장하든 <인식>을 직접 겨냥했고, 자료 환경도 많이 바뀐 만큼 <인식>은 다시 한번 정비된 역사인식으로 거듭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식>은 치열한 시대 쟁점의 산물이다. 새로운 쟁점이 붙은 만큼 냉전해제 이후시대를 맞이한 새로운 <인식> 운동이 곧 탄생할 것이다. 다시 태어날 <인식>의 목표는 아마도 <재인식>과 같은 마지막 남은 냉전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종식일 것이다.

http://book.hani.co.kr/arti/BOOK/1044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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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선물받고서는 나는 저자가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 인줄 알았다. 물론 앤드류 카네기에 관해서도 나는 그가 철강과 관련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막연한 짐작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그보다도 덜 유명한 데일 카네기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렇지만, 이 책에 대한 서평이나 소개글 등을 통해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 1937년 초판을 발행한 이래 줄곧 베스트셀러가 되어 왔고 -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읽고 있지 않은가? - 데일 카네기의 인간경영에 관한 노하우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는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 책의 내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에 관한 책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독자가 책의 내용대로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의 인간관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상당히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사실 그것은 이 책이 수십년간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될 것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례들이 과거에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이 방법을 적용하니 마술처럼 일이 잘 풀려나갔다는 틀에 박힌 것들이어서 후반부에 갈 수록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책에 인간관계의 원칙에 관한 좋은 지침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과 인관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구별되는 것인지가 모호한 것처럼 큰 장간의 구분이 논리적이지 않고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언제나처럼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책은 실천을 위한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1%의 진전이라도 있으려면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가에 있을 것이다. 개인적 활용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1. 인간관계 개선의 필요성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성공 그자체 - 성공적인 사람은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다. 자동차회사 회장이 자동차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는 전문가를 부릴 줄 아는 능력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우리가 투자하는 노력 - 성공적인 인간관계가 그토록 중요함에도 우리는 이를 위해 전문지식이나 어학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의 1/10, 아니 1/100도 투자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인간경영의 노하우를 타고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약간의 노력과 습관화로 호감있고 인기있는 사람, 나아가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2.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변화의 방법들


가. 인간관계의 원칙을 습득하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의욕을 개발한다.

 

나. 이 책에서 제시된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활용할 것인지 수시로 생각한다.


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활용해본다.


라. 일단위, 또는 주단위로 인간관계의 원칙에 비추어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인간관계의 원칙을 활용하여 이룩한 진전에 대하여 확인한다.


마. 자신에게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책상이나 머리맡에 인쇄하여 붙여놓고 계속하여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대할 때 그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떠올리며 행동하도록 한다.


3.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


가.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마라. -

비난은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우리를 비난하게 만든다.


마음이 상하여 상대방을 비난하려고 할 때 마음 속에서 한 번 삭여라. 그리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거나 상대방이 공감할 것인지에 스스로에게 되물어라.


사람은 말 한마디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만큼 감정적인 동물이다. 또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에게서 평생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기를 좋아한다.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다.(p55)


자식자랑, 내가 아는 누군가의 대단한 일에 대한 자랑섞인 말은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리의 중요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따른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식욕만큼이나 원초적인 것이다.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일주일간 아무것도 주지 않고 굶긴다면 그것은 범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만큼이나 사람들이 갈구하는 칭찬을 하지 않은 채 일주일, 6주, 심지어 60년을 지나쳐버리고 있는 것이다.(p66)


아첨은 분별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천박하고 이기적이며 무성의한 것이다. 아첨은 무성의하고 이기적이며 비난받지만 칭찬은 진지하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p68)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라. 칭찬의 대상이 대단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조그만 관심사항을 재빨리 파악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자.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조그만 방법은 바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조금의 노력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것이다.


다. 역지사지 - 


모든 불화는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데서 비롯된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는 한 끼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훨씬 더 큰 관심사다.


상대방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 보자.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욕구에 공감해보자.


상대방의 의견이 우리와 다를지라도 끝까지 경청하자. 그의 가장 큰 욕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받고 싶어 하는 것이며 우리의 의견이나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우리가 틀릴 수 있음을 언급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도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게끔 하려면 그가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에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라. 기타


(1) 미소를 지어라.

우리 주변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 모두 미소가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상대방을 비평할 때는...

결코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상대방을 비평하려거든 먼저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음을, 또는 자신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그가 틀렸음을 직접 지적하지 말고 간접적으로 틀렸음을 알게 하라. 상대방을 비평하더라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되고, 체면을 세워주면 상대방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3)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분명한 태도로 인정하라.

잘못을 감추려다 보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밝혀지게 마련이다. 차라리 가능한 빨리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매듭을 짓는 것이 낫다.


(4) 공은 상대방에게 돌려라.

칭찬을 하라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면 결국 그 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마치 상대방의 좋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것처럼 제시하라. 상대방은 설득당하고서도 자신의 의견대로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5) 채찍보다는 당근을.

격려해 주어라. 때로는 채찍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그리고 처음이라면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상대방을 더욱 분발하게 할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고 우리가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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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4-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갸뿡.. 이거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난 인간관계에서는 좀 서투른 거 같네. 자갸 말대로 이거 읽고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꾸마

외로운 발바닥 2006-04-1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 아는 이야기지만 항상 실천이 어렵지
 

동성애자 입증하려면 성관계 사진 가져와라?
[오마이뉴스 2006-02-15 16:07]    
[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
▲ 35개 인권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규탄과 군 당국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열었다.
ⓒ2006 오마이뉴스 김덕련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성관계 사진과 성관계 횟수가 필요하다니…, 과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인가."

수십년간 가려져온 군대 내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가 성관계 사진을 제출해 성 정체성 입증을 요구받는 등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부대에서 성 정체성과 억압적인 군 문화의 부조화로 군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 병사를 보호하기는커녕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해 당사자가 자살 결심을 할 만큼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회견을 열고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문제에 대한 군 전반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사실이 알려져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동성애자 A씨 사례를 공개한 뒤 "A씨를 조속히 전역시키고 성적 소수자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인권교육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의 신상정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성관계 횟수 말하고 사진까지 제출해야 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동성애자 A씨는 지난해 6월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남성중심주의적이고 마초적인 군 문화와 피부를 거의 맞대고 지내야 하는 병사들의 열악한 상황으로 성 정체성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자 A씨는 고민 끝에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담당간부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A씨는 더 큰 시련과 맞닥뜨려야 했다. 비밀보장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아들이 동성애자이니 잘 부탁드린다'는 A씨 아버지의 의견서마저 군 당국의 관리소홀로 유출되면서 편견에서 비롯된 간부, 동료들의 언행으로 인간적 수치심과 성적 모욕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동성애자는 에이즈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무대에서 원치 않는 에이즈 검사는 물론 성관계 횟수 등을 묻는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는 것.

고통에 시달리던 A씨에게는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이도 선뜻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부대에서 심사를 위해 동성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성관계 사진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살까지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A씨는 결국 100일 휴가 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찍은 사진을 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다시 부대원들에게 알려지면서 더 심한 모욕적 언행에 맞닥뜨렸고, A씨는 결국 자살을 결심한 뒤 이달 초 휴가를 나왔다.

이후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 8일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상담을 요청했다. 이애 동성애자인권연대는 A씨의 동의를 얻어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긴급구제조치를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조사단을 꾸려 해당 부대를 방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현재 "심한 우울감, 자기비하감, 불안·초조 등 증상을 동반한 주요 우울증 증상을 앓고 있으며 환경적 스트레스가 계속될 경우 증상 악화로 자·타해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입원치료를 통한 약물·상담치료가 병행돼야 하고 향후 복귀 및 군 생활이 불가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은 상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해당 사단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단에 우선 A씨 휴가를 10일 연장하며 그 기간 중에 조기 전역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차별 부추기는 군 형법 92조 등 폐지해야"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군 당국의 저급한 인권의식과 무책임한 자세에서 비롯된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따라서 군 당국은 A씨를 조속히 전역시키는 한편 그간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면서 시급히 보호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묵살한 점 ▲성 정체성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라 '단순한 성적 이상행동'으로 치부한 점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에이즈 검사를 강제한 점 ▲법적 근거도 없는 성관계 사진까지 요구한 점 등에서 군 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성추행·폭력(가벼운 추행부터 항문성교까지) 당한 비율이 15.4%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며 "성적 소수자에게 성관계 사진 제출을 요구한 것도 명백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 그는 "A씨에게 군대로 복귀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 수많은 군대내 동성애자들의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계간(동성애 행위)'을 금지한 군 형법 92조(위반시 1년 이하 징역형)와 동성애를 '질병 및 심신장애'로 규정한 징병신체검사 규칙(국방부령 제 556호)이 동성애 혐오,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에서 "성적소수자의 생존권, 안전권, 노동권,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군 형법 92조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공론화' 필요엔 일치... 전역여부 판정절차 등은 이견

A씨 사례에 대해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 공론화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유독 병역문제에 민감한 한국에서 전역여부 판정절차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날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가 최근 서구에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전역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군 상황은 다르다"면서 "군 전체적으로 실태 파악도 안돼 있고 일관된 방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곧바로 전역시켜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다"고 전제한 뒤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인우보증서와 전문가의 심리 진단 등을 검토해 판정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동성애자임을 보증하라는 요구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당사자 고백만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 등이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징병제가 바뀌지 않으면 성적 소수자의 인권침해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방지를 위한 병사의 처우개선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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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1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문제...참 어려운 문제다. 외국 친구들, 또는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사촌들을 보면 동성애자 친구들이 주위에 흔하다. 같이 룸메이트를 하기도 하고 제일 친한 친구인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동성애자도 직접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다.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한 지도 얼마 안되고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그런 것을 용인할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지 않기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내가 상상이상이겠지만, 부정하고 싶긴 하지만 아직도 내 스스로 약간의 거부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편협함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