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전력질주하는 참여정부
[주장] 업적주의에 빠진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
텍스트만보기   최종수(tkfkdtn) 기자   
▲ 한미FTA 6차 협상이 열린 지난 1월 리셉션에 참석한 김종훈 대표와 웬디 커틀러 대표가 민간대책위 대표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류승일

10년 전 들이닥친 IMF로 한국은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스스로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가?

39개국이 미국과의 협상 중에 중단하거나, 협상을 마친 상황에서 FTA 체결을 보류하고 있다. 미국정부가 한미FTA하자고 사정해도 "임기가 끝나가니 다음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미루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것만은 꼭 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는 한국정부.

39개국의 정부가 왜 협상을 중단했는지, 나프타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가 어떻게 경제파탄의 길을 가고 있는지. 10년을 준비해도 부족한데 고작 1년을 준비하고 협상에 임할 수 있는지.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의 서두른 OECD 가입 IMF를 낳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업적주의에 빠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서둘러 가입했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신중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OECD 가입을 강행했다. 그 결과, IMF가 고통의 쓰나미로 물려왔다.

99년 2월 뉴욕타임즈의 '세계적 전염'이라는 기사에서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가경제회의(NEC)의 초대의장 로버트 루빈의 주특기인 금융자유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있었다.

이 기구의 논의를 거쳐 미국정부는 "금융자유화 요구에 응하면 OECD 가입을 허용한다"는 매력적인 미끼를 내걸었다. 김영삼 정부는 그것이 뜨거운 감자인 줄도 모르고 덥석 물었고, 그 때 헐은 입안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또한 "OECD 가입을 위해 한국정부는 애초 계획보다 서둘러 시장 자유화에 합의했다"는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너무 빨리 개방하면 많은 금융기관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OECD를 이용했으며, 그것은 미국 은행과 투자가를 위한 사업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1996년 미국 재무부의 내부 비망록에 보면 "외국인이 한국의 국내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한국 기업에 단기 및 장기 외자도입을 허용하며,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의 주식을 더 쉽게 구입하도록 한다"는 보고하고 있다.

이 신문은 "그런 조치들이 한국 기업으로 하여금 외국인 자본과 투자에 더 쉽게 다가가도록 하겠지만, 1997년 말에 일어난 바와 같은 자본유출 패닉에 더 쉽게 무너지도록 한다"라고 평가했다.

예측대로 한국경제는 IMF를 당했다. 경제청문회까지 열렸지만 당사자인 김영삼 김현철 부자는 출석도 하지 않았다.

무역대표를 역임한 캔터는 현대적 금융기법과 법적 장치가 없는 금융자유화를 '기초 없이 마천루를 짓는 것'에 비유했다. 전직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가튼도 재직 때의 자유화 강요에 대해 "돌이켜보면 우리는 너무 지나쳤고, 상당한 오만이 곁따랐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다.

한미FTA의 파급효과는 IMF의 10배라는데

▲ 지난 10일 오후 열릴 예정인 한미FTA 저지를 위한 전국민총궐기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 농민, 노동자, 학생 등 수천명이 종로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집결해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시위자들을 도로에서 인도로 밀어올리면서 곤봉으로 시위대를 찌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금융시장 개방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무너졌고,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알짜 기업들이 여전히 초국적 자본의 손에 있다. 수많은 사람이 실직되었다. 경제파산자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사회에서 도태되었다. 절망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한미 FTA는 IMF의 수준이 아니다.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파급효과를 IMF의 10배에 달한다고까지 말한다.

게다가 FTA는 IMF와 달리 금융시장만 개방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를 개방하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서 헌법의 기초를 흔드는 투자자 정부 제소권까지 보장하고 있다. 스스로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13년 전 미국과 나프타를 체결한 멕시코와 캐나다를 보자.

멕시코 1억400만명 인구 중 600만명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12만명에 달한다. 멕시코시티에만 노점장사를 하는 농민과 실직자들이 6만명에 이른다. 130만명의 농민이 봉기자(사파티스)가 되었다. 주식인 옥수수 또르띠아는 1㎏당 1페소였던 것이 6페소50센트로 7배나 뛰어올랐다.

나프타협정을 상징하는 산업단지 마킬라도라는 4배 이상 수출이 증가했지만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1% 밖에 오르지 않았고,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다. 대부분의 이윤이 미국의 초국적 기업으로 돌아갔다는 증거다. 각계각층의 충고를 듣지 않은 살리나스 정부의 결정이 국민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인 캐나다의 상황 역시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별반 다르지 않다.최근 3년 사이 밴쿠버의 노숙자는 2배가 늘었다. 5만명의 예비노숙자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은 5%에서 11%로 늘어났고 실업자 고용보험 혜택도 50% 대로 떨어졌다. 5가구 중 3가구가 실질수입이 줄었고, 상위 20%가 캐나다 수익의 절반을 가져가고 있다. 특히 한인들의 주업종인 컨비니언스(동네 슈퍼마켓)는 월마트 등의 초대형마트에 밀려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고, 문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노무현의 업적 위해 국민 모두 죽을 순 없다

그런데도 참여정부는 왜 전력질주를 하는 것일까? 한 자릿수의 지지율과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는 노무현 정부의 강박관념, 2005년 2월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발표한 '동반성장 보고서'가 화근이 되었다.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이 동시에 이루어져 사회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은 세계1위의 경제부국이다. 서비스 산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초국적 자본, 인적자본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멕시코처럼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무수한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 2~3위의 일본과 독일은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4800만 인구가 서비스업에만 종사해서 살 수 없다. 미국처럼 서비스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영국이 제조업의 몰락으로 인해 유럽의 종이호랑이가 되고 말았다. 서비스업은 석유나 가스 등의 천연자원이 풍부하거나 1·2차 산업이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 지난 2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 20여명은 서울 명동 입구에서 한미FTA 7차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돼지와 염소 등 가축을 동원해 기습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의 시위에 동원된 돼지를 경찰들이 파출소로 끌고 가려하자 돼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금 이 상태로 한미FTA 협정이 체결된다면 선진국 문턱도 밟지 못하고 추락할 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정부의 헌법이 미국의 초국적 기업에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스위스처럼 협정을 중단하거나 보류해야 한다. 미국의 압력이 거세다면 국민투표에 붙이면 된다. 국민경제를 좌지우지할 협정을 대통령과 협상단 일부만 밀실에서 추진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협정 최종안을 공개해야 하고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협정을 미룰수록 국가적으로 이익인데 왜 바짓가랑이를 잡고 목을 매는가.

김영삼 정부의 무리한 OECD 가입이 IMF를 몰고 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전력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13년 전의 나프타보다 훨씬 강력한 'FTA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를 허겁지겁 체결했을 때 IMF 고통의 5배가 될지 10배가 될지 모른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과 함께 결정할 일이다. 무리한 OECD 가입을 막지 못한 IMF의 고통은 OECD를 추진한 김영삼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의 몫이 아니었다. 한미FTA의 고통도 대다수 국민(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4800만 국민의 생존권을 개인의 업적주의와 맞바꿀 수는 없다. 업적주의에 빠진 노무현 정부에 한미FTA를 중단하거나 국민투표에 붙이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기본 권리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당연한 요구이다.
2007-03-12 13:0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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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대성공, "값싼 멜로시대는 끝났다"


[OSEN=강희수 기자] 이제는 후폭풍이다. MBC TV ‘하얀거탑’(이기원 극본, 안판석 연출)이 한바탕 폭풍우를 몰고 갔고 이제 그 자리에 어떤 종류의 후폭풍이 밀려올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일단 드라마 제작현장에서는 ‘하얀거탑’이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만들어질 드라마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청률 측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하얀거탑’은 그 동안 우리 드라마를 떠났던 젊은 시청자들을 다시 안방으로 끌어들인 효과를 뚜렷이 냈기 때문이다.

흥행 공식에 따라 대량생산된 값싼 멜로드라마(물론 몇몇 주연배우들은 몸값이 엄청 났지만)에 식상한 젊은 시청자들은 그 동안 우리 드라마를 버리고 그들만의 세계에 심취해 있었다.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라는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며 한발 앞선 경향들에 빠져들었다. 이들에게 ‘값싼 멜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드라마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20, 30대의 젊은 시청자들이 빠져 나간 자리를 40, 50대 여성 시청자들이 차고 앉으며 우리나라 드라마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는 중심 세력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제작자들의 방향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새로 등장한 시청자 주체를 겨냥한, ‘변형된 멜로’로 승부할 것이냐, 아니면 잃어버린 20, 30대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끌어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전자의 흐름을 따르고 있을 때 ‘하얀거탑’은 후자를 시험했다. 그리고 그 시험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다는 과도기적 과정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일본 원작을 능가하는 연출력은 뚜렷한 족적으로 남았다.

뿐만 아니라 ‘하얀거탑’은 일부 미드족, 일드족만이 향유하던 차원 높은 드라마를 일반인들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 마니아들이 왜 미드, 일드에 집착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마니아 드라마의 일반화’에 성공한 ‘하얀거탑’은 결국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방송사 드라마국의 한 간부는 최근 사석에서 “이제 멜로 시대는 끝났다”고 고했다. “멜로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숨길 것인지가 관건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하얀거탑’이 불러올 후폭풍은 후속 드라마 예고편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 10일과 11일 밤 ‘하얀거탑’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고편으로 이어진 ‘케세라세라’는 ‘하얀거탑’의 분위기를 시쳇말로 ‘확 깨는’ 그림이었다는 반응들이다.

결국 제작자들에겐 ‘하얀거탑’이 끌어 올린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일이 사명으로 떨어질 것이고 이런 압박감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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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1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거탑 끝나자마자 '케세라세라' 예고편으로 감동을 확 가라앉게 만드는 센쑤~~;;
 

'미국식'표준 추종?
[서울경제 2007-03-12 18:57]    

동의명령·공중의견제출제등 "우리측 너무쉽게 인정"지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타결 분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당초 우려대로 ‘미국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쉽게 인정하는 결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관료들이 한국식 모델을 평가절하하고 미국식 노하우만 맹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분과에서 도입하기로 한 동의명령제는 미측에서 발달한 것으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신속하게 처리, 피해구제도 빨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법권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동의명령제 도입을 꺼렸으나 2005년 업무계획에 언급한 뒤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올 초에 재정경제부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동의명령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법무부의 반발로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결국 통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이 한미 FTA 협상을 이용, 국내 반발을 잠재웠다.

외부의 칼을 이용해 내부의 반대세력을 치는 ‘차도살인지계’가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는 것은 동의명령제 때문만이 아니다. 노동과 환경 부문에서 미측이 줄기차게 요구, 각각 도입하기로 한 공중의견제출제도(PC)와 대중참여제(PP) 역시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던 제도다. 동의명령제만큼 최근 활발히 논의된 적도 없다. 그러나 경제 관료들이 노동ㆍ환경 등 사회 분야의 선진화가 부족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미측 제도 도입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와 환경부 내에서조차 “두 제도가 국내 현실과 부작용은 무시하고 이상론에 사로잡혀 수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측 제도가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법률ㆍ회계 시장의 3단계 개방안도 FTA 협정에 명시되면 국내 진행 상황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관계없이 정책을 이행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 협상단 상당수가 미국식 교육과 제도에 익숙해 한국식 모델을 낮게 보고 미국식 제도를 추종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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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간 주요 쟁점들은
[한국일보 2007-03-12 18:42]    

한국이 공세 - 자동차·섬유·무역구제
한국 다소 양보 불구, 美 '섬유 입장' 강경
한국이 수세 - 농산물·지재권·의약품
美 쇠고기 들어오면 송아지값 20% 하락

여덟 차례의 본협상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요 쟁점들은 하나하나가 국내 관련 산업과 종사자들의 숨통을 죌 정도로 파급력 이 큰 사안들이다.

이제부터 통상 강국 미국과의 ‘딜’ 하나하나가 바로 해당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도 있고, 반대로 파탄을 몰고올 수도 있다.

한국측이 공세적 입장인 자동차ㆍ섬유ㆍ무역구제 분야에는 수많은 잠재적 이익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ㆍ섬유시장을 열지 못하면 현 정부는 ‘FTA를 왜 하나’라는 비판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의 자동차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협정이 정상대로 2008년에 발효되면 자동차 부문에서 한해 8억6,000만 달러(10.7% 증가)의 수출 증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 막판에 자국의 자동차 관세 수성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측에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측은 자국 자동차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자동차 관세를 쉽게 철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당연시했던 부문에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섬유 분야의 경우 양국 관세가 철폐될 경우 2억 달러, 원산지 규정이 완화할 경우 4억 달러의 추가 수출 증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미국이 요구한 섬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받아주고 관세 철폐 요구 품목을 1,598개에서 85개로 축소하는 선까지 양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내놓은 관세철폐 품목수가 훨씬 더 적은 상황이어서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무역보복 조치를 완화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등으로 지난 25년간 대미수출량의 6.8%, 373억 달러 규모의 무역제재를 받았다.

소송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피해액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 미국측에 반덤핑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핵심인 비합산(미국의 산업피해 판정 시 한국산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 요구는 철회하는 분위기다.

한국측이 수세에 몰려 있는 농산물, 지적재산권, 무역구제 등은 하나라도 더 양보할 경우, 바로 가격폭락, 고용감소 등 실질적인 국내 피해로 이어지는 분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로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국내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가격은 평균 7.8%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감소도 7만~1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쌀을 제외한 곡물과 유지작물(식용기름을 짜기 위해 심는 작물)의 관세를 50% 인하하고 나머지 품목은 즉시 관세를 철폐할 경우 생산감소액은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 재개되면 국내 송아지 값은 최대 20%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한국은 당초 제시한 1,531개 품목 가운데 100여개 정도만 개방에서 제외하는 양보안을 내놓은 상태다.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기준 분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일반 품목 기준으로 하면 10여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쇠고기, 돼지고기, 식용 콩, 오렌지(감귤), 사과, 배, 감자, 양파, 고추, 마늘, 참깨, 인삼 등인데 미국의 공세로 볼 때 이마저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의약품 분야에서 특허기간을 5년 연장하는 미국안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료비 부담액은 1조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약가를 약효별로 선별 등재하는 상황에서 미국 요구대로 이의제기기구를 설치할 경우 3조원의 추가 국민부담이 예상된다는 자료도 있다.

저작권자 사망 후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은 로열티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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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을 제대로 그려내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씨네21 2007-03-12 08:00]    

- [온라인 인터뷰] <하얀거탑> 방영 끝낸 안판석 감독 -

3월11일, 장준혁이 남긴 두통의 편지와 함께 <하얀거탑>이 막을 내렸다. 많은 이들로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를 평가를 받았던 <하얀거탑>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안판석 감독의 기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처럼 여성적인 취향의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왔던 그는 <하얀거탑>에서 처음으로 남성들과 그들에 깃든 어두운 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김명민, 이선균, 이정길, 김창완 등 배우들의 숨막히는 연기 또한 그의 세밀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빛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안판석 감독을 만난 것은 지난 3월4일 밤 11시30분이었다. 18회 방송을 막 마친 상황이었던 탓인지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인터뷰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긴장감이 더 느껴졌다. 아마도 인터뷰가 끝나는대로 마지막 두회의 극본 회의를 하러 가야 하는 탓이리라. 하긴, 장준혁의 죽음을 어떻게 끌고갈지를 결정하는 일이니 얼마나 힘드랴. 딱 1주일 전 안판석 감독과 나눈 심야의 대화를 정리한다.

<하얀거탑>은 장안의 화제작이 됐습니다.

어휴, 그래도 조금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뭔가 반향이 없으면 정말 힘들거든요. 이 드라마에서 어떤 점은 부듯하고 어떤 점은 쪽팔리고 그래요. 무슨 얘기냐면, 시간이 없어서 뜻대로 다 못하고 엉성한 부분을 빤히 보면서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사실, 그런 게 방송의 한계 아닌가요.

아무래도 드라마라고 하면 더 이해해주는 면이 있잖아요. 그래도 그런 게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쪽팔린데. 그렇게 쪽팔린 것 없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말이죠. 이를테면 조금만 시간이 더 있으면…. 그게 항상 아쉬운 것이니까. 예를 들어 오늘 같은 경우에도 마무리 편집하고 음악 넣고 이런 데가 좀 부실했어요. 음악 작업을 다 못하고 방송이 나간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심지어 1회 방송 같은 경우는 음악작업을 하는 중간에 기술 스탭이 테이프를 뽑아서 갔다니까요. 방송을 해야 되니까.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뭐야, 어어어… 하다가 테이프를 뺏겼어요. 작업을 다 못했는데 방송이 나가버린 거죠.

<하얀거탑> 정도의 작품이면 사전제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아니, 우리도 그랬죠. 전작제를 해보려고 여유있게 출발했어요. 대본작업도 일찍 하고, 사전 준비도 많이 하고, 촬영 스케줄도 일찍 잡아서 사전제작을 하려고 했는데, 드라마치고는 거대한 세트를 짓고 하니까 소품이나 미술을 채워야 하는데 그게 어렵더라고. 미술회사에서 장담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 거예요. 그러다가 촬영이 두달 늦어졌죠. 촉박하게 제작하게 된 게 그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첫회 방송부터 아주 아슬아슬했죠.

그동안 얼마나 쉬셨나요.

첫회가 1월6일에 방송했고, 마지막 방송은 3월11일인데, 하루도 쉬지는 못하고 그냥 계속 일만 한 거예요. 잠은 하루에 많이 자면 4시간 정도, 한 숨도 못자는 경우도 많죠. 대충 1주일에 이틀 정도는 한숨도 못 잔다고 봐야 돼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힘들어요. (웃음) 그렇게 해서 완제품이 끝나고 방송을 하고 나면 다시 대본 회의를 시작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촬영에 들어가고.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나도 여관에 들어가서 회의를 하곤 해요.

그럼 집에는 얼마나 자주 들어가세요.

집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들어가요. 그래도 옷은 바꿔 입어야 하니까. 세트 촬영이 있는 날이면 이천 근처 여관에서 자고, 오늘 같은 날에는 여의도의 여관에서 자든지 이렇게 해요. 단 30분이 없을 경우가 많으니까. 이제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마지막 대본을 위해서 회의를 하러 가야해요.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이 있거든요.

감독님 생각으로는 <하얀거탑>의 어떤 면이 화제를 모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잘은 모르겠는데, 두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는,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소수의 단련된 눈을 가진 그룹이 있는데, 그들이 보기에 이제까지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을 이 드라마가 충족시켜준 게 있다고 봐요. 제작의 완성도라든가 문학적 함축미라든가 여러가지가. 아주 소수지만 감식안이 높은 그룹을 만족시켜줬고, 그래서 그들이 글도 쓰고 아젠다도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데서 반향을 일으켜준 것 같고. 그리고 그것과 아주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각 잡고, 똥폼잡는 강인한 남성의 풍모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조폭영화를 좋아하듯이 말이죠. 이렇게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두 부류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하얀거탑>의 경우에는 이 양 대척점에 있는 그룹들이 강력하게 지지해서 반향이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시청률은 그런 열렬한 반응만큼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청률이 안 나오는 거예요. 시청률이란 것은 광범위한, 아주 모든 계층을 만족시켜줘야 되거든요. 어떤 한 계층만 만족시켜주면 시청률은 잘 안 나와요. 그런데 웬만해서는 모든 계층을 다 만족시켜주는 것은 어렵거든요.

그동안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남성들, 특히 그중에서도 소위 지위가 있고 나이가 든 분들도 많이들 본 것 같아요.

그런 분들도 자기가 겪었던 음모나 술수의 세계의 일단이 보여지니까 관심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TV라는 게 하루 일과를 끝낸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늘어져서 보는 건데,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쉬게 하면서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이건 그런 드라마는 아닌 것 같아요.

끝나는 마당에 섭섭한 점은 없으신가요.

섭섭하다는 느낌을 가질 새가 없다는 말이 맞겠죠. 이 드라마를 제대로 다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니까. 그런 감상이 들 시간은 없고, 걱정만 하고 있어요.

배우나 스탭 중에는 섭섭해 하는 분은 없나요.

섭섭해 한다기 보다는 실실 웃는 사람들이 있어요. 왜냐면 끝나가니까. (웃음) 정말 드라마를 찍는동안은 휴식 자체가 없었어요. 다른 드라마보다 힘든 면이 있었죠. 아쉬워하는 감정이 촬영 때 나타나는 게 있는데, 이를테면 장준혁이 아픈 장면을 찍는데, 상대 배우의 눈에 눈물이 어느새 그렁그렁 고이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아닌데. 그러니까 어느 틈에 장준혁이라는 사람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가짜 인물이 아니고 묘하게 실체를 획득한 거죠. 아쉬움 같은 게 그런 데서 비치는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 드라마의 미흡한 점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원하는대로 100%를 못했다는 점, 그런 게 아쉽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드니까. 하여간 시간적인 한계가 가장 크죠. 잘 하는 것을 떠나서 일단 해내는 게 쉽지 않으니까 말이죠.

드라마 내용에 관한 것을 여쭤보자면, 애초에는 이 드라마가 장준혁과 최도영이라는 양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포커스는 장준혁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 한명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에요. 일본 소설 겉 표지를 보면 ‘야망을 추구하는 천재의사 누구 대 순수한 영혼 누구’, 이렇게 나오는데 사실 본문을 읽어보면 장준혁 한 사람의 1인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인간됨이라든가를 계량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고.

그래선지 최도영은 많이 가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홍보 등을 위해서 ‘장준혁 대 최도영’ 같은 표현을 쓰는데, 사실은 안 그래요. <하얀거탑>은 완벽하게 1인 스토리거든요. 최도영 같은 캐릭터는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잖아요.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순백으로 있을 수 있을까 말이죠. 물론 그런 사람이 있긴 한데, 아주 극소수일 거예요. 그러니까 드라마 속 한 캐릭터를 맡을 정도로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돋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죠. 사실 스토리가 발생하려면 어떤 욕망이 있어야하는데, 최도영에게는 욕망 자체가 없어요. 결국 최도영도 철저하게 주인공 장준혁의 심상을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드라마의 획기적인 점은 악한이 주인공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악한이 주인공인 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아주 새로운 것이라 말할 수는 없죠. 예전부터 피카레스크 소설도 있고 말이죠. 물론 악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게 쉽지는 않아요. 흥행이 잘 되기도 어렵고요. 시청자들로 하여금 설득력을 갖게 하기도 힘들어요. 정말이지 원작 소설의 힘으로 간 거죠.

악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 때문에 부담은 없었나요.

많이 있었죠. 일단 시청률이 잘 나오기 어렵거든요. 악한이 주인공인 탓에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주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뭔가를 탐구하려는 사람 같은 경우는 만족시켜줄 수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서 위안만 받고 하는 사람에게는 불만족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출생의 비밀이라든가 3각, 4각관계, 불륜 같은 것은 좋은 소재거든요. 그런 것을 써야 많이들 봐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런 게 완전히 빠져있는 것이라서 우려들을 많이 했죠.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드라마라는 점이 도움이 돼서 여기까지 굴러왔지, 제로 베이스에서 완전히 이 이야기만 갖고 추진했다고 한다면 쉽게 드라마화가 결정되기 어려웠을 거예요.

장준혁은 여러모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동정론 또한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애초 기획 때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다르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작 의도와 관련이 있죠. 결국 드라마의 이야기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남을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시청자들은 일단 장준혁이라는 타자를 보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거울을 보듯 그 안에서 자기를 보게 되는 거예요. 인간이라는 게 다 자기애가 있어서 그를 감정이입해서 사랑하게 되고 결국 자기와 동질화시키게 되는 거죠. 이 드라마는 장준혁이라는 인간을 철저히 해부하는 드라마인데, 결국 관객은 자기해부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점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장준혁은 소의(小醫)이긴 하지만, 특정분야에서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고, 리더십도 훌륭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도 존재하는 등 여러 면에서 부러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만 해도 그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그 점이 중요하다고 봐요. 만약 장준혁이 어떤 일을 해서 단순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면 시청자 본인이 갖고 있던 익숙하고 상투적인 세계관과 부합하니까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 다시 더듬어볼 이유가 없을텐데, 이 이야기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생각할 지점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일단 장준혁을 동일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준혁을 둘러싼 대다수 캐릭터들 또한 악인 또는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인데, 참 리얼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들 신문을 보면서 ‘저 새끼 나쁜 새끼’ 뭐 이렇게 말들 하는데,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그 판단이 각자의 깊은 명상 속에서 나온 결론이라기 보다는 상투성 속에서 나온 것이잖습니까. 이전까지만 해도 권모술수를 쓰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을 짓밟는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어느덧 장준혁을 지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런 점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욕망이란 뭐고, 이상이란 뭐고, 무언가 진지한 생각을 한번이라도 하게 된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장준혁을 좋아하도록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좋아해야 하는 거죠. 아까 말했듯, 자기를 좋아하듯이 말이에요. 그렇게 스스로가 딜레마에 빠져야 해요. ‘항상 나는 옳아’, 이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딜레마를 들여다 봐야 하는 거죠.

일본 소설 원작과 한국판 드라마의 차이는 있나요.

크게 봐서는 그대로라고 보면 돼요. 일본과 한국의 차이, 시대의 차이 정도를 고려한 변화만 있었죠. 1960년대 일본에서 나온 소설이니까.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는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중에는 허를 찌르는 캐스팅도 있었고요.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허를 찔렀다고 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여기서 20년 이상을 일했기 때문에 이정길 선생님이나 김창완 선생님의 연기력이나 원래의 풍모 같은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거예요.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착한 역도 잘하고, 악한 역도 잘하고, 하드보일드한 것도 잘하고, 코미디도 잘한다는 거죠. 반면 하나를 못하는 사람은 다 못하고. 물론 부담스러운 점 한 가지는 많은 관객들이 관습에 틀에서 이야기를 자꾸 보니까 김창완씨가 드라마에서 나름의 캐릭터 묘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보지는 않고 ‘착한 사람이 왜 저래’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 그런 데 대한 우려가 있긴 하죠.

다른 캐스팅은 몰라도 장준혁 역의 김명민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기가 막히게 했죠.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기대 이상으로,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싶게. 진짜 좋은 배우더라고요.

처음부터 장준혁 역에 김명민씨를 생각하셨나요.

사실 다른 사람을 생각했었는데, 스케줄이나 현실성 이런 것을 맞춰가다가 김명민씨를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이게 가장 좋은 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명민씨는 일단 연기에 열심히 임하는데다가 머리가 비상하고, 배우로서 꼭 필요한 감성이 발달해 있거든요.

사실, <하얀거탑>을 보면 장준혁을 비롯한 악인들의 세계는 너무 리얼하고 구체적인데, 최도영이 중심이 된 선인(善人)들의 세계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부담이 많이 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 눈으로 그런 사람을 옆에서 보기도, 만나기조차 힘들잖아요. 비현실적이기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나도 읽으면서 비현실적이네,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 문제는 모든 것을 다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어떤 것을 원하면 그 점에 충실해서 주변을 꾸려야지, 여러 옳은 방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다 얻으려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모든 사람들은 악당’이라는 전제의 하드보일드 누아르처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하얀거탑>을 원작으로 할 필요가 없었겠죠. 여기에서는 비현실적이지만 순백의 영혼들이 주인공의 심상을 밝혀내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죠.

편집할 때 주로 뺀 대목은 어디였나요.

편집을 하면 시간이 오버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결국 어떤 부분을 어쩔 수 없이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럴 때 장준혁과 관련된 부분은 이후에 이야기가 연결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다 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뺄 수 없었죠. 반면 최도영과 관련된 부분은 나중에 힘을 받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베이스로 깔아놓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빼도 되는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뺀 장면도 많이 있죠.

장준혁의 외과 과장 선거가 한창일 때, 최도영은 소아암 환자 진주를 돌보기 위해 헌신을합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최도영은 너무 감상이 앞서는 것 아닌가 하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논란이 또 성립되는데, ‘의사는 감성적이어야 하나 아니어야 하나’가 그것이겠죠. 그 점에서는 소설보다 많이 나간 점은 있어요. 소설에서는 그 배역이 좀 밍밍하고 그 배역이 나왔을 때 특별히 다뤄지는 테마가 없으니까 그런 것도 넣어보고 싶었어요. 의사란 끝까지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만 유지해야 하나, 아니면 환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게 나은가, 묻고 싶었어요. 장준혁과 최도영을 보면 최도영은 감정이입으로 갈 것 같았어요. 그 점이 옳은지 그른지 밝혀보고 싶어서 집어넣었죠. 결국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보는 사람 나름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하얀거탑>은 어찌보면 권선징악의 이야기인데, 현실로 생각해보면 악인들이 더 출세하지 않나요.

음… 그런데 결국 그들은 파멸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라도 말이죠.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짧게 보면 성공해서 살아남는데 길게 보면 결국 파멸하고 말죠.

장준혁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최도영인 듯 보입니다. 그게 굉장히 일방적이어서 때로는 짝사랑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보여주는데요.

장준혁은 최도영의 칭찬을 받고 싶어하죠. 나한테 그건 그럴 듯 해보이는 게,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대체로 정치적으로 발언을 하지. 그러니까 장준혁이 ‘나 잘했어?’라고 물을 때 다들 정치적으로 대답하니까 그 답을 듣더라도 정말 그런지 아닌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나이브하게 자기 속마음을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은 최도영 밖에 없으니까 자꾸 그 사람의 판단이나 평가가 궁금하고 그런 거죠. 장준혁은 의학자로서 궁극의 지존이 되고 싶은데, 그것을 평가해줄 사람은 최도영 밖에 없는 것이죠.

다루기 가장 부담스러웠던 스토리 라인이 있었다면 어느 대목입니까.

다 부담스러웠어요. 과장 선거도 그렇고, 그 이후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빠르지 않거든요. 고작 과장 선거 하나를 갖고 9회를 했으니까. 알고 보면 느린 것을 빠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었죠. 결국 그게 가장 어려운 것이었어요.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빠르게 보이게 하고 하는 것. 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게 어려웠다는 거죠. 결국 모든 것을 다 동원했어요. 샷의 배열이나 편집, 음악까지. 촬영할 때도 그랬고.

엔딩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소설에 나와있는 그대로예요. 장준혁이 아파서 쓰러지고 이주완 과장이 집도를 하게 되고.그러면서 죽어가는 이야기죠. 장준혁이라는 캐릭터의 묘한 점이랄까, 매력이랄까, 독창성이랄까 하는 점이 엔딩에서 나오는데, 두통의 편지를 써놓고 죽어요. 그중 하나는 상고이유서이고, 또 하나는 자기 병에 대한 소견서죠. 그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지치거나 하는 인물이 아니라 끝까지 뭔가를 해보려는 인물이죠. 참회하지는 않는 거죠. 아주 집요하고. 그게 왜 매력적인가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꼴까닥하기 직전까지 (웃음)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잠재의식 속에서는 하지만, 쉽게 인정은 안하죠. 그만큼 자기부정이 어려운 거겠죠. 그렇게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것이죠.

결국 <하얀거탑>은 정치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앞서 말했지만, 여기서 나는 한 사람의 인생만 제대로 그리면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장준혁의 인생만 제대로 그리면 된다는 것이고, 그게 지상의 목표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을 떨쳐내고서 그 사람 혼자만 남겨둬서는 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거죠. 결국 그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을 모조리 대입시켜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의 내면이 흐름을 얻게 되고, 다양한 모습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정치드라마라고 하는 건, 초반과 중반에 장준혁을 둘러싼 인간관계 속에서 그 사람의 리액션을 보면서 관계의 정치성이 드러나는 거죠. 그리고 이제 그 단계를 넘어서니까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그 사람의 내면이 발가벗겨진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이제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내면 속으로도 들어가보는 거죠. 한 인간을 잘 쫓아가려면 이것저것 리트머스 종이를 대어봐야 하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드라마로 흘러간 것이었죠.

촬영 전에 일본 드라마도 참고하셨나요.

처음에는 보지 않았어요. 애초 판권 계약을 할 때 원작소설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 아니라 후지TV도 계약에 참여해서 일본 드라마의 크리에이티브가 들어오면 안 되는 조항이 있었거든요. 그런 마당에 만약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할 수 있을까봐 안 봤던 거죠. 그런데 이미 다들 봤더라고요. 조연출이며, 작가며…. 자기들끼리 일본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회의하면 나만 바보된 느낌이었고, 그래서 나중에 봤죠. (웃음) 2003년판 후지TV에서 만든 드라마였죠.

보니까 어떠시던가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일본 드라마가 도움을 준 가장 큰 점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아 저런 이야기가 드라마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확신을 준 것이었죠. <하얀거탑> 소설을 볼 때는 참 재미가 있었는데, 드라마로 옮겼을 때도 과연 재밌을지 의문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일본 드라마를 보니까 드라마로서 재밌더라고요. 일본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소설 속 이야기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별 게 없다는 생각에 이 드라마 안에 결국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을 했어요. 뭐 사랑, 배신 등을 이리저리 버무려야 20부작이 나온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웃음)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극본도 5편까지 썼다고요. 연애 라인 같은 것을 집어넣어서. 아무래도 서걱거린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일본판 드라마를 보니까 우직하게 잘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원작대로 해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던 거죠. 사실 일본 드라마에도 우리로 치면 이윤진(송선미)와 최도영의 사랑이 나오는데, 뭐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더라고요. 하여간 그래서 5편까지 써놓은 것을 모두 엎어서 대본을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원작 소설에도 최도영과 이윤진을 둘러싼 러브라인은 존재하는데요.

사실 최도영의 사랑 이야기는 성립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뭔가 모순되는 점이 생기게 되고 그 모순을 풀자 치면 결국 최도영을 주인공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장준혁이라는 사람을 포커스로 맞추는 것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결론적으로 안될 수밖에 없는 거죠.

비주얼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누아르 스타일입니다. 특히 부원장실, 각 과장실, 연구실은 의도적으로 어두운 조명으로 설계했고,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하는데요.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었나요.

비주얼 컨셉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을 한 끝에 그런 누아르 스타일을 하기로했던 것인데, 고민을 했다. 비주얼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 끝에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좋아해줬다는 생각이에요. 아까 말했듯이 소수의 공부한 사람들은 어쩌면 작위적으로 봤을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이런 스타일은 일종의 설탕옷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누아르적인 분위기, 마초적인 느낌, 남성적인 것 등등을 비판은 해도 좋아한다고요. 은밀한 욕망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비주얼을 강력하게 밀어부치면 압도가 됩니다.만약에 그런 점을 다 걷어내고 모든 방에 불을 환하게 밝혀놓은 채 촬영을 했다면 아마 이 드라마를 아무도 안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비주얼을 그렇게 한 이유 또 한가지는 원래 느린 이야기인데, 급박하게 흘러가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개인적으로 여성적인 취향의 드라마를 많이 만들다가 남자들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뤘는데, 처음 아니셨나요.

처음이죠. 일단 안 해본 것을 하니까 쾌감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직접 만드는 것이야 이런 장르가 처음이지만, 관객으로서는 <대부>도 좋아하거든요. 하여간 좋아하는 다른 것을 해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실제 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자문을 해주는 의사 선생님과 촬영장에서 모니터도 같이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분께 뭔가 이상하면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됐다, 됐다’해서 넘어갔으니까 ‘됐나 보다’ 하는 거예요. (웃음) 그래도 한국사회도 조금 성숙한 게, 예전 같으면 의사처럼 좀 파워있는 사람을 소재로 삼아 그들의 부정적인 면모가 드러내면 격심한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반응이 전혀 없더라고요. 촬영협조를 얻고 있는 아주대만 해도 그래요. 맨 처음 아주대 홍보실에 공문을 넣었을 때만 해도 홍보실 반응은 ‘도와주고 싶어도 의사들의 안 좋은 구석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라 원장님이 어떠실지 모르겠다’였다. 하지만 막상 공문을 집어넣자, 원장님은 두말 않고 찬성해주셨다. 그분은 이미 소설 <하얀거탑>을 읽어보셨더라.

<하얀거탑> 외에도 유난히 의학드라마가 많아졌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외과의사 봉달희>는 촬영 때문에 한번도 본 적이 없고, <그레이 아나토미>는 촬영하기 전에 세편 정도를 봤어요. 사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이야기가 되는 곳이죠. 그 구성원인 의사나 간호사들은 계속 한 공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밥을 먹어도 그 속에서 먹고, 연애도 그 속에서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이야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고 보면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의사들을 다시 보게 된 면도 많아요. 예전에 의사라면 ‘열쇠 3개’ 운운하면서 부정적인 면이 많았는데 이번에 좋은 면을 많이 봤어요. 무엇보다 참 열심히들 하더라고요. 쉬지도 않으면서 일하고 짬짬이 공부도 해야 하고.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그건 참 내게 어려운 질문인데… 쉽게 하기 힘든 진지한 이야기, 라는 생각은 들어요. 나 스스로 남 앞에서 진지해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색하기도 하고, 쿨하지 못하게 웬 진지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그런 진지한 문맥이 형성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거든요.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맥을 형성시키는 것 자체가 힘든데, 이번에는 묘하게 뭔가 아다리가 맞아서 그런 문맥을 형성시켰고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소회를 말하면 <하얀거탑>은 진지한 드라마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하얀거탑>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드라마인가요.

특별히 무슨 의미는 없고… 그저 한회씩 할 뿐이에요. 안 다뤄본 장르고… 하여간 너무 어려운 질문이거든요.

이 드라마를 만들기 직전 영화를 했다는 게 도움이 됐나요.

상당히 도움이 됐어요. 영화를 하기 전에는 나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꽤 진지하다고 생각했고, 집중력 또한 상당히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영화를 해보고 나니까 그동안 덜 진지했고 덜 집중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면에서는 집중력도 더 생기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요.

아직 생각이 없어요. 한가지, 드라마를 하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빨리 영화를 해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어요. 만약 영화를 하면 또 그게 더 힘들다고 느낄 것이고, 그러면서 드라마를 빨리 해야지, 할 것 같아요. (웃음)

(글)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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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1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로 마지막회를 보면서 장준혁 과장의 행동에 행복한 미소를 띄워봅니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후학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증하는 것은 정말 박수를 보내야 할 행동이었다고 할까요. 잘 읽고 갑니다. 날씨가 많이 풀려습니다. 이제는 기지개를 정말로 피고 야외로 꽃내음을 맡으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3월이 되시기를.......

외로운 발바닥 2007-03-1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준혁의 마지막은 정말 슬프지만 멋졌던 것 같습니다. 시신기증과 함께 자기 뜻을 꺾지 않는 상고이유서가 오히려 더 장준혁 다웠던 것 같네요.

이제 봄이 조금씩은 오는 것 같습니다. 산타님도 발굴 작업 더 자주 나가시겠네요.
산타님도 따뜻하고 즐거운 3월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