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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시장 FTA
이창우 지음 / 다만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무역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가(?)가 쓴 소위 친FTA 서적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가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읽고 한미 FTA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FTA 체결을 찬성하는 책을 읽음으로써 한미 FTA에 대한 나의 시각을 어느 정도 중립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은 한미 FTA에 관한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찬성하는 것은 한미 FTA를 포함한 FTA 일반이니, 이 책을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의 책으로 봐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 명료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 전세계는 양자간 무역협정인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고,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하여는 보복관세를 부과하여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대외경제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 → 우리나라가 FTA 체결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가경제적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는 논리다.
일견 타당한 논리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수출주도형 경제정책 때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전세계가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고 FTA가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과는 정반대로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하여 차별조치를 취하는 결과를 가져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우리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FTA 체결을 서두르면 우리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을 모두 우리의 시장으로 삼을 수 있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국민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FTA라는 무관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낙관론이 아닌가 싶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세상은 훨씬 더 공평했을 것이다. 하지만 FTA 체제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진국에게는 유리하지만 아직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개도국에게는 무척이나 불리한, 그리하여 개도국이 영원히 개도국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신제국주의적 측면(물론 이 부분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FTA 체제가 완벽하게 공평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이 불공평하다면 이익을 보는 쪽은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전혀 인식하고 있을까? 저자가 FTA 체결에 온 국민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가 우리가 FTA 시장을 선점하여 선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 각 분야 - 특히 각종 고부가가치 산업들 -에서 선진국이 선발주자로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절대적 우위가 우리의 긍정적 사고와 노력으로 쉽게 극복가능한 것이라면(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굳이 FTA 시장에서 선발주자가 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저자의 주장을 논박하는 순서가 약간 뒤틀린 것 같다. FTA 시장을 선점하자는 저자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무역현장에서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책 중간에 꽤 참신한 아이디어도 몇몇 발견할 수 있었다. FTA를 체결하는 것이 수출주도형 우리경제에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된 주장에 공감은 하지만, 우리가 어떤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가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예컨대 칠레와의 FTA와 한미 FTA는 그 성격과 파급효과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FTA를 체결한 데 따른 부작용의 극복방안(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말은 결국 ‘힘들겠지만 알아서 잘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등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이 책의 근본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ps) 이 책을 추천하는 분은 바로 다름아닌 현재 한미 FTA 체결을 막후 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대외교섭본부장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결과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