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日 물가 역전](上) 먹고살기 벅찬 한국

 서울·도쿄서 똑같이 살아보니 하루 1만4000원 차이


발행일 : 2006.07.04 / 종합 A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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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으면 병원비 30만엔을 대주는 나라가 일본이다. 육아비도 일부 대준다. 게다가 아기 종이기저귀 값까지 싸다면?

지난 2월 출산한 정혜전 기자는 서울에서 종이기저귀 ‘뉴하기스골드 5~8㎏용’ 60개들이를 1만8300원에 사서 쓴다. 일본에서 비슷한 크기와 용량인 ‘에리에르 4~8㎏ 유아용’ 62개들이 가격을 들여다보니 9834원(1180엔). 절반 값이다.

한국이 유독 비싼 펄프를 수입해다 쓸 턱이 없다. 아기 기저귀에 막대한 세금이 붙을 리도 없다. 그런데 왜 한국의 엄마는 아기 기저귀까지 선진국 엄마보다 비싼 걸 사야 할까?

일상에서 접하는 생활물가를 비교해보려 하루 날을 잡아 도쿄와 서울에서 기자 2명이 최대한 비슷한 생활을 해 봤다. 도쿄에서 사는 선우정 기자(도쿄특파원)는 사무실까지 여섯 정거장을 전철로 출근한다. 기본요금 1333원(160엔)을 낸다.

서울에서 같은 지하철 구간은 900원이다. 교통비는 도쿄가 훨씬 비싸다. 하지만 역을 빠져나와 시내 중심가인 왕궁 옆 다케바시(竹橋)의 사무실 빌딩 1층 ‘스타벅스’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본 쪽 생활비 계량기가 서울보다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카푸치노 중간 사이즈 2834원(340엔), 훈제연어 샐러드 3167원(380엔).

서울의 정혜전 기자(경제부)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 먹은 카푸치노 중간 사이즈는 3800원, 참치·모닝·크루아상 샌드위치는 3500원이었다. 같은 다국적 브랜드에 같은 종류, 같은 양이다.

서울 대신 도쿄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선우정 기자가 아낀 돈은 1299원. 정혜전 기자가 서울에서 전철비로 아낀 433원의 3배를 단숨에 벌어들인 셈이다. 아침 한 끼로 한·일(韓日) 월급쟁이의 생활비 게임은 홀라당 뒤집혔다.

다국적 브랜드를 골랐으니까 그렇다고? 타당한 반론이다. 그래서 점심은 서울에서 설렁탕을 골랐다. 도쿄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 라멘(라면). 수많은 재료를 사용해 장시간 국물을 우려내는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둘 다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대중식이다.

정혜전 기자가 삼성동에 있는 ‘이남장’에서 먹은 설렁탕은 7000원. 선우정 기자가 일본 증권가 니혼바시에 있는 ‘마스타니’에서 먹은 라멘은 5834원(700엔)이다. 양 쪽 다 공기밥은 무료. 일본이 한국보다 쌌다.

맥도날드 빅맥세트를 먹었다면? 도쿄는 4834원(580엔). 서울은 4400원. 일본이 약간 비싸지만 메뉴가 다르다. 도쿄는 감자 튀김 대신 샐러드, 콜라 대신 녹차도 고를 수 있다.

공원에서 달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공짜다. 일본은 ‘공원 왕국’이다.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공원도 턱없이 적다. 그럼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사용료라도 싸야 하지 않을까?

선우정 기자는 퇴근 후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한다. 시내에 속하는 주오(中央)구에 있는 ‘르네상스’란 곳이다. 운동기구가 있는 실내 체육관과 수영장, 에어로빅 무료 강습장, 노천탕이 있는 사우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정회원 1개월 사용료(1년 계약 기준)는 9만6258원(1만1550엔). 하루 3209원꼴이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파이낸스센터 지하 피트니스. 일본과 달리 운동복과 수건을 빌려준다. 하지만 실내 체육관과 사우나 시설(골프연습 시설은 별도 요금)만 있다. 1개월 20만원. 하루 6667원꼴로, 일본의 2배다.

운동을 끝내고 친구와 함께 식사를 겸해 가볍게 맥주 한 잔. 역시 가장 대중적인 서울의 삼겹살집과 도쿄의 이자카야(일본 대중주점)를 골랐다.

정혜전 기자는 삼겹살 집인 ‘등나무집’에서 맥주 2병과 삼겹살 2인분, 김치칼국수를 주문했다. 선우정 기자는 ‘단마야 수산’에서 생맥주 2잔과 특선초밥, 모듬회, 모듬 튀김, 오징어 한 마리, 가자미 튀김을 주문했다. 서울은 3만8000원, 도쿄는 3만569원. 술값, 안주값도 뒤집혔다.

귀가 후 땀이 찬 와이셔츠와 양복 상하의를 세탁소에 맡겼다. 도쿄 주오구 쓰쿠다지마 맨션가 세탁소의 세탁비 합계 8309원(997엔). 비슷한 아파트촌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세탁소에 맡기자 1만원을 받았다.

하루 생활비를 더했다. 서울은 7만5267원, 도쿄는 6만1181원이었다. 도쿄 샐러리맨이 1만4086원을 덜 썼다. 도쿄의 압승이다.

모든 품목을 다 합친 전반적인 물가지수는 아직 일본이 비싸다지만 중산층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생활물가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역전하고 있었다. 설마 했던 취재팀도 결과를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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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7-0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댓글 어디로 간겨..추천누르는 바람에 날렸어요..ㅠㅠ

치유 2006-07-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한국이 더하단 소리였어요..일본을 안 가본 배꽃이 모르는 소리하고 있음.
발바닥님 반가워요..

외로운 발바닥 2006-07-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와요, 배꽃님. 저도 일본은 비자문제 때문에 2박3일 갔다온 것이 전부지만 그땐 정말 비싸게 느껴졌어요. 근데 요즘은 일본사람들이 한국와서 비싸다고 하는 판이니...암튼 백화점 가면 정말 턱없이 높은 가격에 화 날때가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