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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충동구매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그랬겠지만,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환타지 대작이라는 나니아 연대기가 영화로 출시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우연히도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출시되기 얼마 전 소설을 다 읽고 영화로 반지의 제왕을 접했을 때 느꼈던 감동을 또한번 느껴보고 싶었기에, 나는 알라딘을 검색하여 불과 며칠 차이로 할인쿠폰을 놓치고서도 3만원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게의 - 혹자는 이 책을 들고 있으면 아령을 하는 기분이라거나 누워서 책을 읽다가 책을 놓치면 부상이 우려된다고도 하였다 - 이 책을 덜컥 구매하고 말았다.
사실 책을 구매하기 전에도 약간 미심쩍은 구석은 있었다. 똑같은 제목의 책이 7권으로 나누어져 동화책으로 출판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니아 연대기가 원래 동화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개봉에 맞추어 출판사에서 이른바 ‘성인판’을 낸다고 했을 때는 막연히 어린이 동화책과는 무언가 좀 다르겠지 라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 사실 책 자체가 그렇게 비난받을 것은 아니다. 원래 동화책이었으니까. 사실 다른 것을 기대한 내 잘못이고, 그런 심리를 알게 모르게 이용하여 똑같은 내용을 성인판이랍시고 웬만한 법서보다도 두꺼운 분량으로(사실 책이 그렇게 두꺼워진 것은 책의 가격을 높여보려는 출판사의 얄팍한 편집기술에 기인한 바가 크다) 출판한 출판사의 상술에 놀아난 것도 내 잘못이다. - 나니아 연대기는 영락없는 동화책이었다. 그것도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한, 거의 기독교 동화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조금 흥분하여 서두를 시작한 것은 내가 허황된 정보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접했고, 동화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낄만한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후자에 관해서는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니아 연대기 자체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동화책으로서는 꽤 훌륭한 책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교훈적이고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만한 내용들이 동화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옷장속으로 나니아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세계로 통할 수 있으며 그 안에 말을 하는 동물들과 요정과 난쟁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다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한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점에 관해서는 독자들이 분명히 알고 있는 편이 좋으리라고 본다. 동심을 잃어버린 내 자신을 탓하며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을 때까지 잘 간직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가 읽기도 전에 책의 두께와 무게 때문에 질려버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