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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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관하여 스탈린의 사주로 김일성이 남침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국군과 유엔군이 전사하였고 민간인 피해도 컸다는 과거의 전통적(?) 해석을 내가 순진하게도 - 지금 보면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더 신기하지만 - 그대로 수용해 오다가 그것이 어이 없을 정도로 단순화되고 목적론적인 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런 깨달음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이 미국의 국익에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그에 따라 어떤 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졌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단면을 볼 수가 있다. 해방 전후 촉발된 좌우익의 갈등과 그 배후의 미국과 소련의 입장, 미국과 소련의 분할점령과 그로 인한 갈등의 심화 및 대립의 고착화, 그리고 곧이은 전쟁의 발발. 이렇게 숨가쁘게 이어지는 해방직후의 비극적인 역사는 지금도 남북한의 분단과 갈등, 그리고 이념논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를 볼 때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저자의 견해대로라면 우리 사회가 외세의 개입 속에서도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쳐 버렸고, 그 참담한 결과는 아직도 우리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현대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온 미국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놓고 논란이 일어난 것이 불과 몇 달 전인 것처럼 미국은 언제나 우리사회에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미국이 우리가 예전에 배워온 것처럼 자유세계의 일원인 우리나라를 공산세계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참전했고 그 결과 우리가 이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발전된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하면서 미국을 은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태도는 - 지금 그렇게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은근히 있는 것도 같다 - 문제가 있지만, 반대로 미국에게 분단과 한국전쟁의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도 객관적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미국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미국을 어버이의 나라로 떠받들고, 미국의 보호로부터 벗어날 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 또는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인 태도 등 극단적인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지적하듯이 외세에만 의존하거나 외세 탓만 해서는 우리의 현상황이 나아질 것은 전혀 없다. 그보다는 그런 이분법적인 시각을 벗어나 미국의 존재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미국 등 외세가 우리나라에 남겨둔 분단과 한국전쟁의 악영향에서 벗어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에 관하여: 분단과 전쟁의 내적 책임에 대하여 오스트리아, 베트남과 비교한 것이나 해방직후 외세의 개입 중에도 분단을 극복할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은 신선했다. 그리고 풍부한 사료의 직접 인용도 설득력을 높여 주었다. 그렇지만, 별도의 페이지로 편집된 근거자료 때문에 독서의 흐름이 자주 끊겼고, 책을 읽고도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보다는 저자가 의문만 제기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이 한권으로 한국전쟁을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함은 저자가 말한 바와 같지만, 책을 읽고도 의문만 더 늘었다는 느낌이랄까...더 공부해야 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을 좋다고 봐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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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니 2006-01-3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세에만 의존하거나 외세 탓만 해서는 우리의 현상황이 나아질 것은 전혀 없다. -> 동감동감!
책을 읽고도 의문만 더 늘었다는 느낌이랄까
->아직 학문적으로나 우리의 의식속에서 정리 되지 못한 주제이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그 정리를 담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코리아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을 읽고 의문만 더 늘더군요.^^ 그러나 생산적인 의문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이 책가지 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외로운 발바닥 2006-01-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하니님/ 저도 외세에 관한 작가의 말에 절대 동감하지만, 양비론이 아닌 제3의 길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책을 읽고 의문만 더 늘었다는 것은 제 무지에 기인한 바가 클 테지요. 우리의 의식속에서 정리되지 못한 주제의 정리를 우리가 담당해야 한다는 말씀...멋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