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의 싸이월드를 통해 처음으로 78 on the rise를 접하게 되었다. 사진과 글을 통해서 나는 막연히 맛있지만 약간 비싼 중국집, 특히 딤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마침 삼성동에 갈 일이 있었던지라 여자친구와 함께 예약을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지금 결론적으로 말해서 78 on the rise는 ‘꽝’이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주말에만 가능한 딤섬 브런치 세트 (2만원짜리)였다. 음식의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에 맛있는 집이 어디 한둘이던가? 음식의 맛이란 괜찮은 음식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지 않는가.

무언가 탁탁 맞아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음식을 시키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우리는 싸이월드의 글을 보고 딤섬을 먹으려고 왔다. 그런데 메뉴판을 아무리 뒤져봐도 딤섬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쉽게 사람 부르는 것을 잘 못하는 나는 메뉴판을 3-4번 정독하고서야 그 메뉴판에는 딤섬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곳 상단에는 딤섬 메뉴가 분명히 적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비로서 딤섬 메뉴판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난 지금 되돌아보면 모두가 시빗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시킬 줄 몰라 세트메뉴를 시키기로 했다. 딤섬은 크게 골드와 실버로 나누어져 있어 세트메뉴당 골드 2개, 실버 3개..이런 식으로 고르고 식사를 별도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세트 메뉴를 시키려면 5가지 종류의 딤섬을 시켜야 하는데 종업원이 다 정했냐며 옆에서 서 있는데 5가지를 모두 불러주려니 무언가 좀 어색했다. 차라리 세트메뉴를 시키는 사람을 위해서 손님이 체크표시를 할 수 있는 쪽지를 나누어 주었으면 어땠을지. 뭐 그것도 사소한 것이다.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가까스로 5가지를 일일이 불러주면서 고르고 난 뒤에 여자친구도 골드에서 2개를 고르고 나와 다른 것을 고르기 위해 내가 실버에서 무엇을 골랐는지 물어보았고 나는 이미 내가 무엇을 골랐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종업원이 내가 무엇을 골랐는지 불러주었지만 내가 고른 딤섬들을 메뉴판에서 일일이 찾아 대조하는 수고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수고스런 일이었다. 결국 여자친구는 실버에서는 나와 똑같은 것을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세트메뉴가 딤섬 5개와 식사로 구성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양이 좀 적겠다는 식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딤섬이 나오자 딤섬 하나를 고를 때마다 딤섬이 2개씩 나오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말을 해 주었어야지. 그랬으면 그냥 다 다른 것으로 10개를 골랐으면 되는 것을...이런 생각이 딤섬이 나오자 마자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열심히 고르고 있을 때 종업원은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뭐, 그것도 괜찮다. 처음에 5개만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가 10개가 나왔으니까. 사실 세트메뉴의 양은 꽤 많다. 그것은 만족스운 점이었다.

아까 말했듯이 맛은 꽤 괜찮았다. 감동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데 여자친구가 간장에 고춧가루를 뿌리려다가 질겁을 하고 말았다.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음식에 곰팡이라니...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어두워서 잘못 보았겠지. 그리고 나는 고춧가루 통을 열어보았는데 그것은 곰팡이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히 곰팡이였다. 먼지 같기도 하고 솜에 털이 막 삐져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한 그것은 곰팡이였다. 참, 황당했다. 나는 음식에 대해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그것만으로 항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믿기지 않았을 뿐이다. 분식집도 아니고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지금 생각해보면 고급 음식점이란 것은 내가 싸이월드를 통해서 받은 이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트메뉴의 값이 7만원짜리도 있었던 것을 보면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종업원에게 알릴 필요는 있었다. 직접 음식은 아니지만,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피다니...종업원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몇 마디 얼버무리더니 스리슬쩍 고춧가루 통을 들고 가버렸다. 죄송하다는 우물거림을 들은 것도 같았다. 곰팡이를 보았을 때도 사실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 종업원이 별일 아닌 듯이 고춧가루 통을 들고 나가자 기분이 좀 나빠졌다. 분식집도 아닌 고급 음식점에서는 적어도 매니저가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하는 생각과 함께 78 on the rise가 내가 생각하던 꼭 그런 음식점이 아니고 은근히 빈틈이 많은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그때까지도 식욕이 그리 떨어진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돼지 군만두를 먹어보던 여자친구가 맛이 이상하다고 했다. 부추가 쉰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잘 몰랐다. 냄새를 맡아보니 시큼한 것 같기는 한데, 꼭 상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부추 색깔도 약간 노르스름 해 졌기는 한데 혹시 식초를 넣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자친구는 부추가 상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고춧가루에서 곰팡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돼지군만두가 상했을 수 있다는 사실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이제껏 음식점을 다니면서 음식이 상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물며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야...그런데 곰팡이를 본 후로 나는 돼지군만두가 쉬지 않았다고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고, 결국 종업원은 다른 만두를 가져다 주었다. 부추가 상한 것은 아니고 중국부추라서 좀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사실 지금도 그 만두가 상했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 설명을 듣고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을 뿐이다. 차라리 식초를 뿌렸다고 했으면 쉽게 믿었을 텐데.

아무튼 싸이월드를 보고 기대에 부풀어 예약을 하고 찾아간 78 on the rise는 우리에게 그와 같은 해프닝을 안겨 주었다. 사실 지금도 그 음식점에 크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이 불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음식도 먹을 만했다. 다만 일련의 사태 때문에 음식을 먹고 나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연속된 해프닝은(곰팡이 하나였다면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도 있겠지만...넘어갈 수 없는 문제인가? ^^;;) 음식점의 운영과 음식관리에 무언가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78 on the rise는 종업원의 서비스와 음식의 맛, 위생관리 면에서 정말 괜찮은 고급 중국식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80% 정도 모자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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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5-07-2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름만 그럴듯하게 내 걸고 서비스나 음식면에서는 떨어지는 가게가 많지요.그런데도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광고의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홈페이지같은 곳에 맛집을 소개해놓으면 그걸 보고 그 음식점에 가는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 저번에 저도 스파게티전문점에 갔었습니다. 볼...무슨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제 것만 탔더군요. 제 친구들은 오븐스파게티를 먹었기 때문에 별 지장이 없었는데..저는 다른 걸 시켰더니 타서 먹는 내내 탄네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심했던 저는 한 마디도 못하고 탄 음식을 다 먹고 나왔었죠.많이 억울했었습니다. 그 곳은 막 개업한 집이 었는데...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외로운 발바닥 2005-07-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사과님 반갑습니다. 첫 외부 방문객이라 긴장이..^^;; 혹시 제가 아는분인지...
저도 예전에는 소심해서 음식점에서 음료수 리필 시키는 것도 주저하면서 했었죠. 지금도 뭐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비싼 돈 주고 먹는 바에야 최소한의 이의제기는 할 권리가 있겠죠. 그리고 요즘은 정말로 막나가는 음식점이 아니고서는 손님들의 문제제기를 무시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우기부기 2005-07-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8...가 80%만족이라니, 말도 안 된당. 40%라면 모를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음식점이야. 곰팡이에 중국산 쉰 부추라니.. 별루다. 쳇!

외로운 발바닥 2005-07-3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 부족하다는 뜻, 즉 20% 만족이라는 뜻인데...
글 안 읽었지? -0-

우기부기 2005-08-0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어읽었어. 체쳇!
너무 길어서 부족을 만족으로 생각한 거지.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