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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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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 크지 않은 동네에서 동네 유지인 최문술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과도로 가슴을 찔리고 도망가던 그를 범인은 목까지 졸라 살해한다. 외부 침입의 없다는 점에서 최문술을 잘 아는 면식범, 즉 그의 가까운 가족 중에 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유력한 용의자가 체포되고 최문술의 어두운 가족사가 하나씩 드러난다...
흡사 추리소설 같은 구성으로 작가는 피해자의 아들인 성연이 사건을 재구성해 가면서 자기 가족의 어두운 과거와 그로 인한 죄악의 씨앗이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예비신부였던 성연은 자기 가족의 숨겨진 죄악을 알게 되고 예기치 않게 더욱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신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성연이 무신론자가 된 것은 아니다.
성연이 ‘나의 하느님...그이는 이 세상과 함께 있는 분이라는 걸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어요...그이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때로는 지옥처럼 고통스럽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생에 그이가 준 축복이자 선물이었어요.(p295)’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수도원이 아닌 속세에서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거나 수련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서 평소 가끔 하던 생각이 또 들었다. 정말로 큰 시련이 나에게 닥쳤을 때, 예컨대 가족의 죽음이나 건강의 상실 또는 불의의 사고 같은 것을 겪었을 때 그것을 신이 주신 시련이고 그것이 결국 신의 은총이자 사랑이라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신에 대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한 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지선아 사랑해’를 보면 정말 끔찍한 화상 사고를 당한 지선양은 사고가 있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녀의 그런 말이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속적 행복과 세속적 행복의 상실로 인한 큰 깨달음...큰 깨달음은 없더라도 세속적으로 행복하게, 그러나 깨달음의 큰 방향은 벗어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만 세속적 행복의 상실로 인한 깨달음 이후에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떠할 지...참 어려운 문제 같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던지는 물음 ‘나의 생은 과연 가치 있는 그 무엇일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네.’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