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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김성보, 기광서, 이신철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선가 가깝고도 먼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처럼 한민족이자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 내가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무지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1945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의 북한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객관적이고자 하는 저자들의 엄청난 노력과 기술이 엿보인다. 하지만 북한 역사의 객관적 서술이라는 말 자체에 이중적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북한사람이 아닌 제3자의 입장인) 보기에는 이 책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객관적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다. 당연히 비판적이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지극히 객관적(?)인 논평만 하고 북한의 입장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업섰던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북한 현대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은 부각시키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은 변명을 해 준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책이 객관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주체인 독자인 나도 사실은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남한 사회가 해방이후 최근까지도 북한에 대하여 말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해왔고 북한이란 남한을 전복시켜 적화통일만을 노리고 있는 타도해야할 집단으로 인식해왔기 때문에 남한에서 교육받고 자란 나 역시 북한에 객관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하고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 서술한 이 책의 논조를 결국은 객관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권력을 차지한 김일성이 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수령중심 체제를 만들었는지(1960년대 북한의 고립무원적인 대내외적 상황때문이라고 한다-p181), 그와 같은 수령제가 어떻게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지(p290), 북한이 최근의 경제, 외교적 위기에 처한 원인과 전망에 대한 서술은 이 책의 목적과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좀 많이 부족하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통하여 북한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독재국가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북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많이 거두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분 아쉬움이 남지만 개괄적인 북한 현대사에 관한 첫 서적이라는 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사회가 좀 더 개방되고 성숙하여 북한에 대하여도 우리 사회를 비판하는 잣대와 똑같은 잣대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