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펀드가 KT&G 지분을 매각해 1천4백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얻었지만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물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이칸은 지난 5일 주식시장 개장 전 KT&G 주식 7백만주를 6만7백원씩 모두 4천2백49억원에 매각하면서 거래세(0.15%)와 농특세(0.15%) 등 매각대금의 0.3%인 12억7천4백70만원의 세금을 냈다.

아이칸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도 쥐꼬리만한 세금만 물게 되는 것은 현행 세법상 주식 매각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현행 국제조세법에 외국인 투자자는 ‘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다 매각한 경우에만 양도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의 5% 이상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 공방을 벌여 주가를 끌어올려 거액의 차익을 거둔 뒤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철수한 사례는 아이칸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계 타이거펀드는 1999년 SK텔레콤 지분 7%를 사들인 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하다 3개월여만에 6천3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SK(주) 지분 14.9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가 2년 뒤 7천5백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영국계 헤르메스펀드도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매입한 뒤 9개월만에 7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반면 국내 투자자의 경우는 다르다. 상장기업의 지분을 3% 이상 1년 이상 보유하다 매각했다면 차익의 20%, 1년 미만이면 차익의 3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아이칸에 국내 투자자와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면 매각차익의 30%인 4백20억원의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펀드 포함)는 300명을 웃돈다. 이 가운데 주식 매각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는 25% 이상 보유 외국인은 26명이다.

그러나 25%가 넘는 지분을 가졌더라도 양도세 부과대상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조세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등 13개국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는 조세조약을 맺으면서 이같은 조항을 넣지 않아 미국계 펀드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양도세를 부과할 수 없다. 조세회피지역에 있는 펀드도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주식매매로 막대한 차익을 올리는 외국계 펀드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주식 양도세 과세는 국가간 조세조약을 맺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안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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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12-0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적 근거 없이 과세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과연 이와 같은 수많은 사례를 보고도 외국인 투자가 우리 경제를 구할 구세주라는 아메바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짱꿀라 2006-12-0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말뿐이지 자기 이익 안챙기는 기업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업좀 있으면 소개좀 시켜주세요. 발바닥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