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깊어지는 法-檢 `폭풍 전야'> |
[연합뉴스] 2006-11-21 10:36 |
검찰 일보 후퇴…준항고 결정 앞두고 다시 긴장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론스타 경영진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빚어진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수임 의혹으로 고조됐다가 검찰이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20일 주례 간부 회의에서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며 법원의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뒤 검찰은 공식 브리핑에서 수사 이외의 사항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론스타 경영진의 체포ㆍ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됐을 때만 해도 `법원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며 날을 세워 비판하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다.
검찰의 `일보 후퇴'를 두고 영장 기각 사태 후 여론을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 돌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관전평'도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영장 기각으로 법원과 검찰의 대립이 고조된 뒤 `검찰이 힘을 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영장이) 집행돼야 한다', `(영장 기각에) 뒤에 뭐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검찰은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공식 브리핑에서 거듭 강조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대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의 `언론 플레이'로 권위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반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영장 준항고' 갈등 재연 뇌관 = 대법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외환은행과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의 327억원대의 소송과 관련해 최고 15억원의 성공보수금을 받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이례적으로 계약서 사본까지 공개하며 반박했다.
이런 신속한 대응은 검찰과 대립하는 민감한 시점에 도덕성이 훼손되면 사법부의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은 변호사로서 사건을 계속 맡았더라도 승소 금액이 절반에도 못 미쳐 성공보수금은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법원 수뇌부의 불쾌감은 극에 달했다.
검찰이 `언론 보도의 출처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불 끄기에 나섰지만 외환은행 소송 때문에 이 대법원장과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친 것도 대법원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는 22일 검찰이 청구한 유회원씨의 영장 준항고를 결정하겠다고 일정을 잡았다. 하급심 결정은 대법원 결정에 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준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법원의 중견 판사들은 검찰이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며 영장 준항고를 청구한 것 자체가 현행법을 무시한 의도된 행위가 아니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영장 불복절차가 들어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면 현행법을 따라야 하는데 법원의 전권인 판례 변경 필요성을 검찰이 먼저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검찰은 준항고 기각을 각오한 듯 재항고 입장을 거듭 밝혀, 준항고가 기각되면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 수사 장기화 따른 부작용(?) = 잇따른 영장 갈등 등 수사 외적인 부작용은 결국 검찰 수사가 9개월 가량 끌어온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20여명을 고발했을 때 수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미뤄놓고 있다가 여론이 불거지자 올 3월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고발장을 접수한 뒤 스티븐 리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만 입국시 통보조치를 해놓은 채 6개월을 보냈다.
검찰이 스스로 관련자들에게 증거 인멸, 말맞추기를 할 시간을 벌어줬다.
대검 중수부는 조관행 전 고법부장 판사를 구속한 법조 비리 파문 때문에 영장 기각이라는 `유탄'을 맞았다고 불만을 드러냈지만, 실기한 수사라고 해도 크게 할 말이 없게 됐다.
잇따른 영장 기각 후 지난 주말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대한민국 영장제도는 대학살되었다'는 등 일선 검사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 번도 법원과의 관계에서 검찰이 강자였던 적은 없다"며 우회적으로 법원의 권한을 제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도 했다.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 논란의 본질이 이 대법원장의 거센 개혁 드라이브가 법조계의 집단 반발을 불러오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이달 말이면 마무리되는 론스타 수사는 사법부와 검찰 모두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는 점에서 팽팽하게 형성된 법원과 검찰 간 전선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