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하성 펀드, 약인가 독인가
[뉴스메이커 2006-11-17 09:57]    
지배구조 개선·소액주주 이익 실현 ‘성과’… 펀드 운용 주체 둘러싸고 ‘의혹’

2001년 삼성전자 주총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뒷줄 왼쪽). <김정근 기자>
최근 증권가에서는 소위 ‘장하성펀드’가 어디에 투자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펀드에서 지분 5.15%를 취득한 태광그룹 계열사 대한화섬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5만~6만 원대였으나 한 달 만에 20만 원대까지 치솟더니 최근에는 14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점이 아닌 최근 가격으로만 따지더라도 무려 30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가에서 장하성펀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이 펀드가 투자할 종목에 미리 선취매를 해놓으면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장하성펀드의 정식명칭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주도해 만들어 보통 장하성펀드라고 부른다. 지난 5월 국내외기관으로부터 모두 1200억 원을 투자받아 만들어졌다. 미국 버지니아대와 조지타운대 등 주로 해외기관에서 참여했다고 한다.

제2의 대한화섬 정체에 관심 쏠려

장하성펀드는 중소기업 중에서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주가가 낮은 기업이나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 목표였던 대한화섬은 풍부한 자산을 갖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해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 펀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태광그룹측은 별다른 액션은 취하지 않고 있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등의 지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이 있기 때문.

이제 증권가에서는 제2의 대한화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 10월 27일 한국IR협의회 조찬강연에서 “연말 안에 펀드가 투자한 기업 몇 곳을 더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미래 현금흐름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 곳, 기업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주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그의 말은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장하성펀드에서 투자한다는 루머가 돈 기업은 대한제강, 벽산건설 등이다. 이들 기업은 장하성펀드가 투자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급등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대한화섬처럼 중소형주다.

하지만 증권가나 재계에서 장하성펀드에 대해 뜨거운 관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난도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은 장하성펀드의 정체성. 증권가나 재계에선 장하성펀드에서 장 교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장하성 교수의 펀드 내 공식 역할은 투자 고문이다. 장 교수는 또 공시에서 밝힌 임원 현황에서도 빠져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장하성 교수는 얼굴마담이고, 라자드가 장하성펀드의 실체라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뜻밖에 라자드가 등장하는 것이다. 라자드는 KCGF의 운용을 맡기로 한 곳으로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KCGF(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의 지분을 취득한 후 1주일이 지난 9월 1일 공시를 통해 KCGF의 명칭을 라자드KCGF로 바꿨다. 의사결정을 KCGF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라자드 이사회에서 하게 된 것이다. 라자드가 펀드운용만 맡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라자드가 단순히 운용을 맡는 것이 아닌 의사결정까지 하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증권가나 재계가 라자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먹튀’ 소버린의 투자자문을 맡았던 곳이기 때문. 대표적인 투기자본의 투자자문을 맡았던 것이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장하성 펀드를 론스타와 같은 투기펀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향신문>
그래서 ‘장하성’이라는 소액주주 운동가를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버린·론스타·타이거펀드 등 흔히 볼 수 있는 외국계자본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소버린은 SK㈜의 주식을 매입해 80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먹튀’한 곳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서 4조 원이 되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역시 ‘먹튀’하려고 준비 중이다. 타이거펀드도 SK텔레콤에서 1조 원이나 되는 차익을 남기고 홀연히 우리나라를 떠났다. 이들을 ‘기업사냥꾼’이라고 부른다. 기업사냥꾼은 적대적인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경영권을 뺏은 후 대규모 인원감축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람이나 집단을 말한다. ‘사냥꾼’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정적 의미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장하성펀드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서 지분을 비싼 값에 팔아치운다면 결국 소버린·론스타·타이거펀드 등 기업사냥꾼과 같아진다.

먹기는 하지만 튀지는 않는다?

더욱이 장하성펀드가 타깃으로 하는 기업도 기업사냥꾼이 노리는 기업과 비슷하다. 기업사냥꾼이 노리는 기업은 ‘자산이 많고 저평가된 기업’이다. 대한화섬이 그렇고, 장 교수가 앞으로 추가적으로 투자할 기업으로 설명한 내용도 이와 흡사하다.

뉴라이트(www.new-right.com)의 한 논객은 “투자 목적이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펀드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면서 한국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분칠하고 있다”며 장하성펀드를 비난했다. 증권가에는 “약이 되기커녕 독이 안 되면 다행”이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러나 투기자본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 펀드도 수익을 낼 것이기 때문에 ‘먹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우리 펀드는 한 국가에 오래 투자하는 ‘컨추리펀드’이고, 투자자가 계속 들락날락 해도 펀드는 10년, 20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튀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장 교수는 “펀드투자자들이 얻는 수익도 얼마 안 되고 가장 수혜를 보는 사람들은 한국기업과 주식투자자”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SK㈜ 주가 상승에 따라 15%의 지분을 가졌던 소버린 뿐만 아니라, 나머지 85%의 주주도 이익을 얻었다는 것. 기업가치를 높여서 여러 주주가 함께 이익을 보는 것이 낮은 기업가치로 두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장하성펀드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대한화섬에 투자한 금액은 49억 원. 앞으로 투자할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장하성펀드의 실체규명은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증권가와 재계가 장하성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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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1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하성교수의 펀드 이것이 사회의 미치는 영향은 도대체 어디까지 인지를 모르겠네요. 요즘 신문을 읽으면 심심치 않게 거론이 되고 있더군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남은 주말 잘보내세요.

외로운 발바닥 2006-11-2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하성 펀드의 실체가 약이 아닌 독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자꾸 드는 것이 저만의 걱정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