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한 생각
마하트마 간디 지음, 함석헌 외 옮김 / 호미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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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출판된 지는 5년, 내 품에 들어온 지는 3년이 넘은 책이다. 하지만 아직도 들추면 마치 처음 읽는 듯, 마음을 울리고, 생각을 깨우쳐 주는 가르침이 가득한 책이기도 하다.

 

사실 두껍지도 않고, 문고판처럼 책의 판형도 자그마한데다 내용 자체도 번호가 매겨져 있는 짧은 글귀로 이루어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책은 한 번 펼쳐들면 쉽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단순하고 쉬운 낱말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낱말 하나하나에 "참됨" "바름"을 생각하는 간디의 사상이 알알이 박혀있어 내 마음을 살피고 자세를 고쳐앉게 되는 것이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틈틈이 짬날 때마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면 주옥같은 가르침을 받아 마음을 씻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책읽기인가...!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이기심과 성공욕구만을 자극하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제치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우리나라도 참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텐데.. 불가능한 일일까? 북한의 핵실험으로 온 나라가 불안에 휩싸여 있는 오늘, 이 책의 의미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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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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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율학습 시간, 나는 한 바퀴 교실을 돌며 아이들을 살핀 뒤 교탁에 책을 펴고 서서 책을 읽는다. 보통 자습시간에 읽을 책을 들고 교실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약간 지각을 한 탓에 헐레벌떡 교실로 달려가느라 책을 들고 가질 못했다. 주어진 자습시간만 때우고 다시 꽂아둘 요량으로 학급문고에서 아무 책이나 집어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 푹 빠져 오늘 하루를 보냈다.

이 책은 바람과 햇빛을 한껏 빨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고,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아카시아 나무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어 스스로 제 이름을 '잎싹'이라 지은 암탉이 주인공이다. 잎싹은 배불리 먹고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양계장과 마당에서 도망쳐 제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켜 보겠다는 갸륵한 꿈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비록 몸이 망가져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낳지는 못하지만 잎싹은 지성으로 아기오리를 보살피고, 족제비에 대항해 아기오리를 보호하려 애쓰며, 기어코 아기오리를 세상 밖으로 내보낸 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순순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갖가지의 등장인물(동물)과 에피소드는 어느 성인소설 못지 않게 섬세한 묘사와 감정처리, 깊은 통찰로 감동과 울림을 전해준다.

보통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면, 친구나 가족관계, 학습과 관련된 내용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드물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대해, 삶의 고통과 기쁨, 삶의 끝자락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책 못지 않은 사유의 깊이과 넓이, 그것을 동물로 의인화하여 표현해내는 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은 이 책이 읽는 내내 놀랍고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해 준 오늘의 지각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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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06-11-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려 그린듯하지만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 그림도 너무 좋았죠. ^^

logos678 2006-11-1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림 덕분에 이야기가 더 생동감있었던 것 같아요.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 동연총서 209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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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소년이 성장하면서 거치게 되는 단계적 과정을 어부왕과 파르시팔의 신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신화를 통해 현대인이 받고 있는 고통의 특질을 진단하고, 딜레마를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배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성배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배왕(또는 기독교의 하느님, 융이 말하는 참 나)을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 말은 성배, 즉 인생의 목적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를 섬기는 것이나, 목적 자체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음을 의미한다.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정신의 구심점을 자기 외부의 더 큰 어떤 것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행복은 그 결과로 저절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간략하게 요약이 되는 것 같지만, 실은 이 책은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단어나 주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남성의 성정 과정을 하나의 신화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고 한 흔적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번역 역시 매끄럽지 못해서 읽다가 멈추고 앞뒤로 문맥을 살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신화와 심리학이 만나면 어떤 조합을 이루어내게 될까 무척 큰 기대와 관심을 갖고 시작한 책 읽기였는데, 솔직히 책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함께 구입한 시리즈 도서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에 나머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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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품절


수업과 교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성에 개인적인 관계는 그늘을 드리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와 부모가 맡는 상이한 역할은 상호보완적이다. 학교 수업과 가정교육은 관계에 부담만 주는 대신에 관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 그 열쇠는 객관화다. 교사는 미묘한 문제들에서 부모보다 객관적일 수 있고, 취향이 아니라 객관적 관점에 따라 학습을 정리할 수 있다. 학습에서 좋은 부모보다 좋은 교사의 역할이 더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69~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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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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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과 친구문제, 혹은 가정문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그 시절의 내 일기장엔, 일주일에 한두 번 쯤은 "죽고 싶다." "왜 살아야 하나.." 하는 문구가 등장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을 신봉(?)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화재 사건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독서실에 불이 나 간절히 원하던 대로 진짜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내 입에서 맨 먼저 튀어나온 말은 "어머, 나 살아야 돼." 였던 것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것도 아니고, 고함지르듯 커다란 목소리로...

 그 때 독서실 창문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를 크게 다쳐 한 달 동안 엄마에게 업혀서 학교를 다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비만 오면 허리가 욱신거리는 고질병을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때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너무도 기쁘고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고자 하는 이 책의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죽고싶다는 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식으로 바꿔 말하면 '이렇게는 살고싶지 않고, 잘 살고 싶다.'는 말의 역설적인 표현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렇게 잘 살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사는 것"은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는 삶을 사는 것이며, 상실과 이별을 통해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것이고, 용서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나직하게 속삭이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로부터 듣는 이러한 가르침은 나직하지만 묵직하게 가슴에 내려앉아 읽는 이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물론 이 책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장의 구성이 다소 억지스럽게 짜여진 듯 하고,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반복되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단점도 있다. 두 저자의 글이 교차로 실려있는 것이 오히려 책 내용에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나"에 대한 건강한 관심과 이해, 용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눈으로 나의 행복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나를 용서하는 것이 참 인생의 시작임을 이 책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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