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 상 한빛문고 9
이미륵 지음, 윤문영 그림 / 다림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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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는 작가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면서, 한 편의 성장 소설로도 읽힐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다룬 역사 소설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제시대를 다루었다면 무거운 느낌이 들 법도 한데, 이 책은 그런 느낌 없이 한 폭의 수묵화를 바라보듯 따뜻하고 잔잔한 느낌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묘사나 3. 1 만세운동에서 항일 전단지를 뿌린 일로 망명길에 오르는 장면을 그릴 때에도 그 따뜻한 느낌은 변함이 없다.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과거를 긍정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는 듯 하다.

숨차게 책장이 넘어가는 재미는 덜하지만, 책장을 덮고도 오랫동안 계속되는 여운은 다른 어느 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장난을 좋아하고 어려운 학업에 끙끙대던 어린아이가 외로운 망명길에 올라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의학도가 되고, 고향을 생각하며 향수에 젖는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며 내 마음과 영혼도 한 뼘씩 성숙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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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김현근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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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 반 학급문고 중 한권이었다. 처음엔 성적이 좋고 특목고를 준비하는 녀석들이 주로 읽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여서 의외인 그런 책이었다. 책 내용은 가난하고 평범한 청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유학의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결국 그 꿈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현근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그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하다. 그러나 현근이의 모습이 우리나라 모든 학생의 역할 모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녀석이 있으면 꼴찌가 있는 게 당연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인내력을 가진 녀석이 있는 반면, 매사 의존적이고 소심한 녀석도 있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아이도 있을 수 있고, 목표의식이 강하고 인내력은 강하지만 독단적인 품성을 지닌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함께 살도록 해주는 것 아닐까...?

공부가 꿈인 아이도, 멋내는 게 꿈인 아이도, 사람들 만나 노는 게 꿈인 아이도 있다. 그 꿈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겠지. 현근이 얘기를 읽으면서 나는 현근이가 아닌 수많은 나의 제자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행여나 모두 "공부"의 꿈을 꾸라고 강요하진 않았는지 반성했다.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일제고사를 치르게 만드는 우리나라 위정자들은 혹시 모든 학생의 꿈이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순간 마음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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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할매 서란희의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
서란희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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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년 2개월 만에 임신이란 걸 했다. 원인불명 불임으로 인공수정 6번, 시험관시술 11번을 겪은 뒤에 힘들게 찾아온 아기다. 3년 전에 역시 시험관으로 천신만고 끝에 임신했지만 계류유산을 겪은 적이 있는 터라 한없이 기쁘면서도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아직은 8주 밖에 되지 않아 출산을 생각할 때는 아니지만, 워낙 인공수정과  시험관을 거치면서 호르몬 약과 주사, 마취제를 많이 사용해왔던 터라 출산만큼은 그런 인위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겪고 싶은 맘이 든다. 그러나 병원에서의 출산은 아무리 자연분만이라고 해도 관장이나 회음부 절개, 분만촉진제와 같은 인위적인 방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아이 후에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출산을 이런 인위적인 조치나 시술 없이 자연스런 방법으로 치르고 싶었고, 이런 생각 끝에 조산원에서의 출산을 생각하게 되었다. 거창하게 "인권 분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관장과 회음부절개, 촉진제 등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나와 아기의 진통과 노력만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 아무리 진통이 길고 고통스러워도 한결 행복한 맘으로 견딜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 생각에 더욱 믿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내 몸과 아기의 상태에 큰 이상이 없어야 하겠지만, 다소 힘든 상황이 찾아온다 해도 쉽게 자연분만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이 책에는 출산과 관련된 내용 뿐만 아니라 임신 초기의 신체변화부터 태교, 출산 이후 신생아 돌보기까지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어 오랫동안 옆에 두고 읽을 만 하다. 뿐만 아니라 책의 뒷 부분에 색인이 달려있어 내가 궁금한 내용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요즘은 남편도 이 책을 열심히 본다. 화장실에까지 책을 들고 가 읽는 것을 보니 남편에게도 이 책의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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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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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교양이란 '학문이나 예술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얼마나 축적했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삶의 기쁨과 슬픔을 얼마나 절실하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김상봉)-350쪽

조선의 고통스런 근현대사를 살았고 또 기억하는 사람들이 저처럼 그 역사의 고통의 소산인 사람들과 만나고, 나아가 우리와 같은 역사의 고통을 겪은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만나 협력하고 연대한다면, 지금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재앙처럼 우리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태풍에 저항해갈 힘과 전망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서경식)-368쪽

결국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도 그런 닫힌 세계, '이런 것이 성공적인 삶이다.'라는 일원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외부를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걸 넘어서서 굉장히 다양한 세계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하는 것, 저는 그것이 교양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서경식)-369~370쪽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보다 낮은 급료를 받고, 불안한 지위를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이 식민주의적이라는 겁니다. (중략) 약자들의 인권을 위한 투쟁은 우리가 일본 식민지배에 항거해온 좋은 역사를 계승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한 우리가 피해자의 지위에서 가해자의 지위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서경식)-394~395쪽

외부에서 식민지를 찾을 수 없는 후발자본주의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내부에 식민지를 만드는 것밖에 없습니다. 지금 남한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내부의 노예인 것이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내부의 노예인 것이고, 남북경협이라는 것도 분단 극복에 긍정적인 기능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의적인 사유와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결국 내부 식민지를 만들려는 시도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김상봉)-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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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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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그의 이름에서는 왠지 모를 나른함과 고득함, 그리고 세상을 초월한 사람에게서 풍겨나오는 낯설음이 배어나온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류시화가 처음 펴낸 인도 여행기이다. 처음 출판된 것이 1997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에 나온 책인데 아직까지 꾸준히 서평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의 글이 기교와 유행에 기댄 베스트 셀러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또한 그의 글은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마음의 휴식을 찾고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재산을 갖지 않아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가만가만 책장을 넘기면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남을 앞서지 못해 안달났던 마음은 더할나위 없이 차분해진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삶을 초월하여 바람불듯, 구름 흐르듯 그렇게 살고 있을까? 릭샤를 끄는 소년들, 거리에서 구걸로 먹고사는 어린이들,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성자같은 얼굴로 삶을 초탈하여 살고 있을까?

때로 각박한 현실을 초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의 책에서 삶의 아름다움이나 마음의 평화보다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인도인들의 진짜 일상생활을 만나보고 싶다. '성자'나 '구도자'가 아닌 그들이 싸우고, 눈물 흘리고, 함박웃음을 짓는 그런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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