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티쿠스 - 윤리적 인간의 탄생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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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선은 강한 자의 권리다. 선이란 권력에 부수된 장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선하게 살지 않는다 해서 누가 나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모든 도덕이 위선인 사회에서.
그러나 선하게 살아야 할 아무런 까닭도 이유도 없는 이 무의미하고 덧없는 세상에서도 선하게 살기 위해 고뇌하는 사람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이다. ---<중 략>--- 추수에 대한 희망 없이 선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세계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아무리 약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사실 인간의 역사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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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 - 10주년 기념 개정판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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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종교에 대한 기본적 연구 없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 - 한스 큉 - (p.15)

영국의 인류학자 마레트에 따르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 종교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있는 종족 중에 어떤 형태로든 종교가 없는 종족은 없고, 반면에 동물 중에 종교적 신념이나 제의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동물은 아직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종교적 인간`이라는 말이 차라리 더욱 적절하다는 것이다. (p.18~p.19)

바흐는 우리가 종교 체험을 표현할 때 크게 세 가지 형태, 곧 생각으로, 행동으로, 사귐으로 표현한다고 하였다. 이론적, 실천적, 사회적 표현이라는 뜻이다. 이론적 표현이란 신화나 교설, 교리 같은 것이고, 실천적 표현이란 경배나 헌신 등이며, 사회적 표현이란 집단을 형성하고 교파나 교단으로 퍼져나가는 것 등을 말한다. 따라서 바흐의 이론을 따르면 종교란 `체험의 측면`과 `표현의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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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 거야 아무도 못 말리는 책읽기 시리즈 25
키르스텐 보이에 글, 얀 비르크 그림, 유영미 옮김 / 책빛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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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정착해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고 있는 시리아 난민 가족 이야기.

 

저자는 아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정착에 성공한 난민 가족을 소재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가 겪은 이주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돈이 들어있는 짐을 도난당하고,

몰래 탄 기차에서 불시에 표 검침을 당하기도 하며,

어렵사리 정착해 다니기 시작한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소외당한다.

 

다만 운이 좋아 짐은 도난당했지만 배는 뒤집히지 않았고,

무임승차란 걸 알고도 눈을 감아 준 검침원을 만났으며

 먼저 말을 걸어주는 급우가 있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일 뿐...

 

지금 이 순간에도 과적 운항 중인 배가 뒤집혀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이,

무임승차를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기차에서 하차당하는 난민이,

끝까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난민이 있을 것이며,

 난민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국가보다 차갑게 거부하는 국가가 더 많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책 제목처럼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하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책을 읽고 걱정하는 걸로 끝내는 내 삶이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검표원은 멈춰 서더니 기차표를 보여 달라고 했어요. "승차권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우린 시리아에서 왔어요." ---(중략)--- "돈이 없어요? 시리아에서 왔다고요?" 검표원도 영어로 물었어요.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자 검표원은 아빠의 팔에 한 손을 얹더니 미소를 짓고는 "행운을 빕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다음 칸으로 옮겨 갔지요. 모두들 믿기지 않아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어요. 잠시 후 아빠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씩씩하게 말했어요. "여기 사람들 이렇군그래! 이제 다 잘될 거야." (p.37~p.38)

책을 읽어주자 아이들은 곧바로 자신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물었어요. 아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비행기 폭격 같은 커다란 사건이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라하프가 인형 롤라를 빼앗긴 일을 가장 안타까워했어요. 많은 아이가 라하프에게 새 인형이 생겼냐고 물었지요. 없으면 자기 인형을 보내주고 싶다고 말이에요. (p.61 저자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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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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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힌 일은 금방 잊혀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을 걸쳐 잊혀지지 않고

심지어 나의 가족과 자녀에게 대물림되어 죽은 후에도 흔적을 남긴다.

더구나 내가 받은 상처는 대를 이어 내려가면서 더욱 크고 깊은 흉터를 남길 수도 있다.

 

이 책은 내가 현재 가족과 겪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결혼 전의 원 가족에게서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방법이라 해서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인문학 또는 심리학 서적이라기엔 너무 말랑하고,

수필이라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좀 어중간하긴 하지만

나와 나의 원 가족, 지금의 내 가족을 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관련 책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로웠다.

독일의 아동심리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부모와 아이의 진실한 만남을 이어주는 `붙들어주기 요법`을 창시한 이리나 프레스코는 아이들과 사이가 좋은 아빠는 단순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가 아니란다. 무엇보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아빠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영역은 엄마의 영역에 속한다. 아빠가 아이들과 사이가 좋으려면 이것을 암묵적으로 지지해 주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가족 안에서 늘 외롭고 자기 자신이 단지 돈만 벌어다 주는 존재라고 느끼는 아빠들은 빨리 아내와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아내로부터 허용받아야 할 것이다. (p.129)

`문제아`의 역할을 맡은 자녀는 억울하게도 여러 가족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는다. 한번 문제아로 지목된 자녀는 가족 안에 야기되는 긴장과 불안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식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비난받을 짓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역설적이지만 문제아는 나쁜 짓을 함으로써 가족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게 만들어 가족의 결속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은 희생양의 역할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와 안정을 갖지만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죄책감과 열등감 그리고 높은 불안감을 피할 길이 없다. (p.139)

모든 자녀가 희생양의 역할을 골고루 떠맡는 것은 아니다. 희생양이 되도록 `선택`된 자녀가 있기 마련이다. ---중략---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p.139~p.140)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풂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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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천국일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14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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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천국에서 뭐 할까?"라는 공책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자기 무덤이 어떤 모양이었으면 좋겠는지, 천국과 지옥은 어떤 모습일지 등 자신의 예측과 소망을 담아 죽음에 대해 글과 그림을 남겼다. 손자는 이 글과 그림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였을지 궁금해하고, 자신도 할아버지처럼 죽음에 대한 공책을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공책 내용을 적어가다가 알게 된다. 천국에서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게 망설여지기는 한다. 하지만 대여섯 살 때부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들도 허다하고, 애완동물부터 친척까지 죽음을 겪을 일이 없진 않기에 이렇게 그림책으로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책의 마지막, 천국에서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다르지 않다는 말은 어른인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웰빙과 웰다잉은 한 줄로 연결되어 있는 것... 하루하루를 즐겁게 열심히 사는 게 후회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이들 그림책을 통해 다시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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