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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대화의 기술
스와 고이치 외 편저,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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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사라면 누구나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불쑥 튀어나와서..."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하는 생각을 한두 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교사도 분명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감정적이 되기도 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심코 내뱉는 말, 혹은 잘 되라는 마음으로 건넨 말 가운데에는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말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은 교사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말 중에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말들을 골라내고, 왜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는지 이유를 설명한 뒤, 바람직한 문구를 실어놓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저자가 실어놓은 이른바 금구(금지해야 할 말)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이도 곳곳에 보인다. 예를 들면 일본에선 등교거부가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의 양상과 원인 또한 일본과 사뭇 다르다. 따라서 그 부분을 다루는 데에는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이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내가 듣고싶지 않은 말은 상대에게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가 아니라 해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지켜져야 할 대화의 원칙일 것이다.

교직에 들어선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처음 교무실에서 3년차 옆자리 선생님의 노련함에 감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제법 후배 교사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처음의 결심은 흐려지고, 형식적이고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소스라치기도 한다.

이 책은 점점 타성에 젖어가고 있는 나를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다. 지식이 풍부한 교사보다는 정서가 풍부한 교사, 무조건 엄하거나 무조건 친구같은 교사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지니고 엄하지만 부드러운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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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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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으며 이 책을 보았다. 급성 신우신염... 큰 병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겪는 통증과 오한, 고열로 나는 삶의 의욕마저 잃을 지경이었다. 그 때 남편이 심심할 때 보라며 가져다 준 책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다.

 

한비야의 글솜씨는 이전의 몇 작품으로 이미 알고있는 터... 얼추 열이 내리고 몸이 나아갈 무렵 이 책을 펼쳐들었다. 첫 장부터 사람 마음을 끄는 글솜씨... 여전하다. 어렵지 않게 정말 쉽게, 그러나 자기가 하고싶은 말은 또박또박 해나가는 한비야의 책은 읽는 사람의 기분까지 업~시키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싶은 맘을 그야말로 굴뚝처럼 느꼈다. 아! 나도 어서 빨리 세상으로 다시 나가야지... 다시 나가 이 사람처럼 치열하게 살아야지... 

 

긴급구호가 아무리 귀하고 좋은 일이라 해도 누구나 한비야와 같은 일을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치열하게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도 의미있지만 "치열하게 사는 삶" 역시 매력적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또 하나, 세상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고, 힘든 노동이나 많은 돈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나는 인터넷으로 월드비전 후원을 신청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계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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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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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박한 지식과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꽁트집이다. 단편이라 하기에도 짧은 여러 개의 작품들이 보기 좋은 삽화들과 함께 실려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황혼의 반란>은 늙어가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하찮게 여기고 단지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부양할 노인들이 실은 몇십년 간 자신들을 부양하며 희생해왔던 사람들이고, 젊은 자신들 역시 언젠간 노인이 된다는 걸 언젠간 깨달을 수 있겠지...

 

인간을 먼 발치에서 마치 외계의 생물이 관찰하듯 써내려간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세상에 거인이 나타나 인간을 애완동물 취급하고 잡아먹기까지 하면 어쩌나.. 철없는 고민에 시달린 적이 잠깐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우리가 동물이라는 이유로 식용으로, 또는 애완용으로 함부로 다루는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기도 했다.

 

각 작품의 양이 워낙 짧아 이런 주제들이 깊이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긴 아지만, 언젠간 이 작가가 이러한 주제를 깊이있게 천착해 재미와 의식을 함께 담은 새로운 작품을 또다시 세상에 내어놓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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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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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란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교직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질문이다. 나 역시 이 질문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타성에 젖어 가끔은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비합리적인 지시를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뉘우치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훌륭한 교사인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나에게 가르쳐 준 책이다. 아무리 교수법이 훌륭하고, 학급 관리 능력이 탁월하고, 교직에 대한 불타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훌륭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면 '훌륭한 교사' 또한 될 수 없다는 간단명료한 해답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우리의 풋내기 여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구별되는 탁월한 교수법을 개발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학급을 일사불란에게 정돈하는 관리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교직에 대한 확고한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갑갑한 교직에 대해 좌절하는 젊은 여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그녀는 타인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진 '훌륭한 인간'이다. 훌륭하다는 것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이어린 학생을 독립된 인격으로 대하고, 자신이 실수 투성이인 평범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며, 때로 지겹고 무의미한 일이라 여겨져도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훌륭함인 것이다.

글의 내용 하나하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넉넉하지 않고, 영악하지 않은 아이들과 역시 때묻지 않은 선생님이 만났을 때 얼마나 따뜻한 이야기들이 생겨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테니까...

다만 모든 이야기 하나하나가 튀지 않으면서도 비범하고, 감상적이지 않으면서 따뜻한 오묘함의 경지를 지니고 있다고만 말하고 싶다.

주인공이 가르쳤던 어린 아이들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만 잃지 않는다면 나도 훌륭한 교사,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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