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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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이 책 안에 헬렌과 스코트의 삶의 궤적과 함께 그들이 가지고있는 사회사상이 함께 실려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이 책은 소개글에 적혀있는 대로 산업사회의 고속성장과 대공황의 침체된 경제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실컷 누리면서 저마다 좋은 것을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에 대한 수필이었다.

이들은 대도시 뉴욕을 떠나 버몬트라는 산업사회 이전 농촌사회의 모습을 지니고 있던 곳으로 떠난다. 3가지 목표를 마음에 품고서. 그 목표의 첫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고, 둘째는 삶의 토대를 지킬 수 있는 건강지키기,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 그 세 번째 목표였다. 

물론 생각했던 목표를 모두 이루며 살지는 못한 듯 하다. 그들은 스스로 버몬트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는 실패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의 삶도 버몬트의 강한 개인주의를 깰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었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들의 삶은 대도시의 삶을 당연하게 살고있던 사람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준다. 세속적인 성공과 부를 버려도 충분히 행복하게, 그리고 충분히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지금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는 자신을 상상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반성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들처럼 살 수는 없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나 역시 이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해서 시골로 들어가 살 용기는 없다. 그러나, 삶을 돌아보고, 나만이 아닌 타인과 사회를 생각하고,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며 사는 것은 시골이 아니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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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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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학창시절에 어느 선생님이 시간의 속도가 10대일 때는 10km, 20대일 때는 20km, 30대일 때는 30km.... 이런 식으로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정말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실감하며 산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할 일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많아지며, 챙겨야 할 사람과 일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며,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회색 신사가 우리들 마음 속에 실제로 존재하며, 그로 인해 알지못하는 순간에 나의 시간과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회색 신사는 우리들 마음 속의 집착과 조급함, 승부욕, 물질만능주의의 다른 이름 아닐까...?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 모든 가치 판단을 "유용성"에만 두고 영혼과 마음, 삶의 진실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그 이기심이야말로 모모가 물리치려 애썼던 그 회색 신사가 아니었을까 말이다...

내가 담임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점점 회색 신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노는 법,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시키는 공부, 시키는 놀이에만 적응하고 있고, 어른들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여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받으려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독서실로 내몰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나 역시 시험성적으로, 수행평가로 아이들의 시간과 자유를 제한하는 회색 신사의 모습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인 내가 모모의 역할을 맡는 것은, 아이들을 위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현실 낙오자로 만드는 것일까...

환상과 동화의 형식을 빌려 내용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그저그런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을 정신없이 읽고난 후 난 아직도 긴 고민에 빠져있다.

도둑맞은 나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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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리처드 바크 지음, 이은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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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교 때였다. 좋아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준 것을 계기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메시아가 현대에 나타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쓰여졌다는 이 소설은 제목대로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실재라고 믿고있는 것이 실은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속삭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갈매기의 꿈"보다 훨씬 재미있고, "갈매기의 꿈"보다 훨씬 더 깊이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갈매기의 꿈"에 묻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이 책이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반 학급문고로 꽂아놓고 "선생님의 추천도서" 목록에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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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나의 인생에 후회가 있다
후지이 가오루 지음, 윤선미 옮김 / 글담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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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멋진 제목을 달고있고 위대한(혹은 유명한?) 인물들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나에게 감동도 교훈도 주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일단 책에 실려있는 인물의 수가 너무 많다. 따라서 인물의 삶을 되짚어 그들의 "엔딩(죽음)"이 왜 후회스럽게 되었는지, 그들이 그 후회스런 삶을 어떻게 느끼며 살았는지, 후회없이 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더구나 그 "후회"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에 의한 거여서,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각 인물의 마지막 부분에 "생각해 볼 것"(정확한 명칭은 생각이 안난다.)이라는 칸을 마련하여 "이렇게 살면 안된다." 투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독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세상에 후회없는 인생이란 없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와 권력을 함께 거머쥐고, 타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위대한 업적까지 남겼다 해도, 죽음에 임박해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제목마저 잘못 짓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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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미네르바의 올빼미 4
잉에 아이허 숄 지음, 유미영 옮김, 정종훈 그림 / 푸른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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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큰외삼촌 댁에 부모님과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미국으로 유학갈 준비를 하던 사촌언니가 "네가 책을 좋아한다지? 이 책 한번 꼭 읽어 봐. 정말 좋은 책이야."하며 건네준 책이 바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었다.

세로조판에 한자가 군데군데 섞여있어 어린 나이에 읽기 불편하긴 했지만, 많지 않은 분량과 책을 펼처들자 마자 나오는 앳된 대학생들의 사진에 매혹되어 집에 오자마자 순식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것은 주인공들이 피해국가에서 저항했던 젊은이들이 아니라, 나치스의 심장부이자 가해국인 독일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침략과 차별의 부당함을 역설하기는 오히려 쉽다. 그러나 가해집단에 속해 자기가 속한 집단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더구나 대다수의 사람이 두려움에 침묵하고 있거나, 암묵적으로 폭력성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또 다른 생각... 그것은 용기는 결코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두리뭉실한 생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성숙이라며 같잖은 자기만족에 취해있다가 이 책을 읽으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실은 우리 사회 안에도 저항해야 할 부당함이 곳곳에 숨어있지 않은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고, 귀찮아서 참고있는 많은 차별과 부조리 속에 나 역시 젖어있지 않았나 스스로 반성해 보았다.

우리 반 학급 뒤편에 "선생님의 추천도서"라는 제목으로 책 표지를 복사해 붙여놓고, 책의 내용과 나의 소감을 짤막하게 써서 붙여 놓았다.

한 녀석이 눈을 빛내며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저 책 어디 있어요?" 학급문고로 비치해 놓았다니까 "오늘 읽어봐야지." 하며 다시금 눈을 빛낸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도 저렇게 빛나는 눈을 가졌었던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녀석의 눈매를 생각해 내고, 내 눈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어본다.

20년 만에 다시금 펼쳐든 이 책이 나의 마음 어딘가를 아프고... 서글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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