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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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뒤 벽에 걸릴 '뽑히는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아이가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독자는 그림을 들고선 아이들 가운데에서 그 아이를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아이의 자신감은 화가의 꿈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진짜 화가'에게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명원화실'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만난 진짜 화가는 실망스럽게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등의 알 수 없는 설명을 하고, '이세상에 '못 그린 그림'이란 건 없다'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아이는 화가의 방에서 그림책도 보고, 진짜 화가와 야외스케치를 가기도 한다. 그리고 생일날 아이는 진짜 화가가 손수 그린 생일카드를 받는다. 


  나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이 마음을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목이 따끔따끔한 것 같고, 가슴이 막 아프고, 가운데 배가 저릿저릿하는 것 같았지요. 이 작은 그림이 니렇게 나를 아프게 하다니요.(p.37) 

  새 학기가 되어 아이가 학원을 가지 않은 사이에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한다. 아이가 명원화실을 찾았을 때는 검은 잿더미가 된 화실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 후로 진짜 화가도 만나지 못한다. 아이는 이제 '뽑히는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는 이따끔 내 방 침대 머리맡에 올려 둔 아름다운 점박이 생일 카드를 들여다봅니다. 여전히 그 작은 그림을 볼 때마다 목이 따끔따끔합니다.

  내 그림도 누군가에게 이런 따끔따끔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요?

  그럼 정말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p.48)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감히 짐작해보는 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의 꿈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에게 '뽑히는 그림'을 계속 그리게 했다면 '따끔따끔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느긋하게 아이를 전부를 표현하게 해준 '진짜 화가'는 '진짜 훌륭한 스승'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그림도 마음에 든다. 아이가 쓱쓱 그린 듯한 붓자국들이 선명한 그림들. 사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것을 알지만... 그림을 보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정말 '따끔따끔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이 책 속에 있다. 물감으로 그리기에 신이 나서 붓을 든 어깨가 춤추듯 올라간 아이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진짜 화가의 커다린 뒷모습, 아이를 위해 화가가 그린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카드그림, 시커먼 그을음이 간 텅빈 화실을 보고 있는 아이의 검은 뒷모습.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따끔따끔' 아파오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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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통 아기 할머니 - 좋은책어린이문고 국내창작 2 좋은책어린이문고
윤수천 지음, 남은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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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노인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문제의 출발점은 소외와 사랑의 결핍이다.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도 이러한 양상을 띠면서 심화되고 있다.

  이 책에는 소외나 결핍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행복한 할머니가 등장한다. 초등학생 지혜의 눈에 갑자기 이상해진 할머니. 할머니는 갈수록 아기가 되어간다.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맛깔나게 지어내서 해주던 할머니 대신에 투정이 심한 심술통 아기를 갖게된 지혜는 아빠의 정성과 아기돌보기(?) 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이 된 할머니를 대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심술통 아기는 다행스럽게 가족 모두의 관심을 받는 행복한 아기가 된다.

  할머니는 아빠의 등에 업혀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가 아이가 되고 나서부터 '기차놀이'는 매주 치러지는 우리 집의 주요 행사가 되었다.
  기차 놀이란 아빠가 "우리 엄니 기차 타고 가신다, 칙칙!" 하고 기차흉내를 내면, 아빠 등에 업힌 할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냉큼 받아서 "폭폭!"하는 놀이였다.
  아빠는 힘든 기색도 없이 기차놀이를 할 때 가장 즐거워 했다.
  "우리 엄니 기차타고 가신다. 칙칙!"
  "폭폭!"
  "우리 엄니 기차타고 가신다. 칙칙!"
  "폭폭!"
  장단이 척척 맞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엄마와 나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빼다가, 나중에는 가슴이 찡해서 또 한참을 혼나야 했다.(p.56)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아기처럼 업고 기차놀이하는 아들의 모습. 그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그 아들의 아내와 딸의 모습. 가장 바람직하면서도 슬픈 그러나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따뜻한 가족애를 지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얽혀있고, 그 연민과 사랑이 배려와 관심으로 그리고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족은 그래서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다시 아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말로 할머니의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돌아와 힘들 아들 기차는 심술통 아기를 위해서는 칙칙 폭폭 기운차게 달린다. 그리고 눈내리는 겨울날 가족 모두는 할머니를 떠나보내지만, 어린 지혜의 마음에는 그 아름다운 기차가 마음 한 켠에 남는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아빠와 함께 별난 기차놀이를 하시던 모습도. 

  나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도 아빠가 할머니를 업고 하던 그 기차놀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가 어떤 기차냐고 묻는다면 난 서슴지 않고 우리 할머니기차라고 말하고 싶다. (p.143)

  이런 가족 앞에서라면 효의 가치가 느슨해졌다고 세상을 탓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혜의 마음 속에 있는 아름다운 기차가 먼 훗날 필요할 때에 다시 달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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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미술이야기 특목고를 향한 교과서 심화학습 1
NS교육연구소 지음 / 에듀조선(단행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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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특목고를 향한 교과서 심화학습 시리즈>의 1권으로 기획된 책이다. 책의 구성은 ‘동화’와 ‘영역’으로 나뉘는데, 동화부분에서는 김홍도의 삶과 김홍도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 영역부분에서는 미술영역, 역사영역, 지리영역, 사회영역 등으로 나누어서 조선시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김홍도의 전기 부분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서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동화에 가깝다. 만화 형태의 삽화가 있어 초등 저학년이라도 읽는 데에 무리가 없다.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과 도화서에 대한 설명,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대한 설명도 아주 쉽게 풀어썼다.

  다음 영역별 부분에서는 사회영역, 미술영역, 지리영역 등등의 제목 하에 각 시대별 미술에 대한 설명이나 진경산수화나 민화 등 각 명칭에 따른 그림 설명, 유명 화가의 일화와 그의 대표작 등을 싣고 있는 데, 영역별 구분도 모호하고 체계적이지 않아서 뒤죽박죽 섞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들이 흥미롭고, 우리 미술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기초지식임에는 틀림없다.

  기존의 특목고 시리즈들은 대개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에게 수준이 맞춰서 있어서 흥미보다는 전문성을 띠고 있었다. 이 시리즈는 그 이전인 초등 저학년 때에 다양한 영역에 대한 흥미유발을 위한 책이다. '옥의 티 찾기' , '사다리 타기'등 통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최북, 신윤복, 장승업 등 괴짜 화가들의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당시의 미술에 대한 평가와 화가들의 처우 등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 책 선택을 위한 Tip!

  '특목고를 향한' 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혹하지 말고, 아이의 수준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하며, 흥미유발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기존의 독서와 중복되는 내용이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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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우진영 / 라이카미(부즈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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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인이 우리곁으로 왔다고 말해도 될만하다. 와인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면 몇년전과 달리 값싼 와인에서부터 비싼 와인까지 제법 많은 와인들이 백화점 식품매장의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동주와 파전, 소주와 포장마차안주인 닭발, 꼼장어 이렇게 술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가 다르다.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는 역시 와인과 서먹함을 겨우 떨쳐버린 뒤라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다.
  바로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이 책이다. 와인이 분위기를 내는 술로 인식되어 있어서 안주도 어려울 것 같은데 우리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우리들 주방의 냉장고에 있을 만한 재료로 안주 만드는 법을 일러준다. 무려 70여가지나 되는데  샐러드요리, 찜요리, 구이요리, 스테이크 요리, 특별요리, 디저트 요리 등으로 종류별로 구분되어 있으며 아주 다양하다.

  재료소개에 있어서도 기본재료를 별도로 두고, 밑간재료, 향신재료 등으로 구분하여 쓰고 있어서 머릿속에서 확연히 정리가 된다. 요리과정이 다 끝나면 쿠킹포인트가 있는데 요리에서 알아두어야 할 좋은 방법이나 기본상식등을 적어두어 아주 유용하다. ( )안에 가상 레스토랑의 가격을 써놓은 것도 흥미있다.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를 읽으면서 와인을 마시는 자신을 상상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70가지 요리 다음에 '와인의 특징과 매너'가 나와 있어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색상에 따른 와인분류, 단맛을 유무에 따른 와인분류 등 간단한 것에서 부터 와인고르는 법, 라벨 읽는 법 등 전문적인 내용도 나오며 와인에티켓도 적어주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알아도 가격이 적절하지 않으면 못 마실텐데 하는 마음을 알았는지 다음에는 '2~ 3만원대로 즐기는 최고 와인 리스트 7'가 이어진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것이다.^^

  요리책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나에게는 그림같은 완성샷이다. 이 책은 깔끔하고 선명한 사진들이 요리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각의 과정샷들도 소재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찍어서 사진만 보고도 요리과정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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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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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져 발에 짓밟혀 썩어가는 수유열매 앞에서 이치코가 걸음을 멈춘다. 

  '떨어진 건 모두 쓸모가 없을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어떤 남자와 살다가 돌아온 그녀에게 열매를 맺었다가 쓸모없이 다시 떨어지고 마는 수유열매는 '외롭다' 

  그래서 씨를 빼내고 바득바득 문지르며 체에 걸러서 잼을 만들어 본다. 그녀가 요리를 할 때는 언제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보았던 부엌에 서있는 모습. 그 엄마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한다. :

'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집중해. 다치기 쉬우니까.'  

  유리병에 잼을 담고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본다.  '지금 이게 내 마음의 색깔인가?'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먹을 것이 지천인 것 같은 이 시대에 사실은 진정 먹을 만한 것이 옛날보다 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이제 적지 않다.  이 만화는 이런 생각을 가진 우리들에게 어린시절 먹던 정성어린 고유의 음식들에 대한 향수를 가져다준다. 토호구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리'에 상처입은 채 돌아온 이치코가 날마다 혼자서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어머니의 추억이 있는 옛 집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다. 

  계절이 변하고, 돋아나는 풀들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먹거리도 변한다.  그리고 옛 집에 스민 추억들이 그녀가 옛날의 음식을 재현하게 도와준다. 아니 그녀가 재현하는 음식의 향기를 따라 옛날의 추억들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추억들이, 그 옛 음식들이 주는 삶의 기운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해마다 만들어 먹었던 어머니의 '우스터소스'를 재현해보고, 어머니도 어려워했던 '낫토떡'을  만들어 본다.   

  그렇게 엄마의 맛, 고향의 맛을 찾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고향에서의 나날을 보낸다. '잘 먹겠습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음식을 향한 행복한 표정이 가득차는 페이지에서는 진짜 이치코의 음식들이 먹고 싶어진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는 동시에 행복이 되는 음식이라는 확신이 가기 때문이다.

  만화답지 않고 제법 정성들여서 스케치하고 세밀한 묘사를 한 독특한 그림들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흔한 일본음식들이 아닌 토착음식들을 소개해서 더욱 의의가 있다.

  일본음식이라서 모르는 단어들도 있지만 그 땅에서 난 재료로, 그 고장에서 오래전부터 해오던 방식 그대로 손맛을 내서 만드는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첫번째 요리 수유열매 잼에서부터 열여섯번째 요리 새우떡 생강떡까지 어린시절의 추억이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자 삶의 기억, 그리고 다시 삶에 활력을 주는 음식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음식에 대한 정성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를 살찌게 해주는 고마움을 다시 기억하며 음식을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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