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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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져 발에 짓밟혀 썩어가는 수유열매 앞에서 이치코가 걸음을 멈춘다. 

  '떨어진 건 모두 쓸모가 없을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어떤 남자와 살다가 돌아온 그녀에게 열매를 맺었다가 쓸모없이 다시 떨어지고 마는 수유열매는 '외롭다' 

  그래서 씨를 빼내고 바득바득 문지르며 체에 걸러서 잼을 만들어 본다. 그녀가 요리를 할 때는 언제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보았던 부엌에 서있는 모습. 그 엄마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한다. :

'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집중해. 다치기 쉬우니까.'  

  유리병에 잼을 담고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본다.  '지금 이게 내 마음의 색깔인가?'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먹을 것이 지천인 것 같은 이 시대에 사실은 진정 먹을 만한 것이 옛날보다 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이제 적지 않다.  이 만화는 이런 생각을 가진 우리들에게 어린시절 먹던 정성어린 고유의 음식들에 대한 향수를 가져다준다. 토호구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리'에 상처입은 채 돌아온 이치코가 날마다 혼자서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어머니의 추억이 있는 옛 집에서 다시 살기 시작한다. 

  계절이 변하고, 돋아나는 풀들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먹거리도 변한다.  그리고 옛 집에 스민 추억들이 그녀가 옛날의 음식을 재현하게 도와준다. 아니 그녀가 재현하는 음식의 향기를 따라 옛날의 추억들이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추억들이, 그 옛 음식들이 주는 삶의 기운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해마다 만들어 먹었던 어머니의 '우스터소스'를 재현해보고, 어머니도 어려워했던 '낫토떡'을  만들어 본다.   

  그렇게 엄마의 맛, 고향의 맛을 찾아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고향에서의 나날을 보낸다. '잘 먹겠습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음식을 향한 행복한 표정이 가득차는 페이지에서는 진짜 이치코의 음식들이 먹고 싶어진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는 동시에 행복이 되는 음식이라는 확신이 가기 때문이다.

  만화답지 않고 제법 정성들여서 스케치하고 세밀한 묘사를 한 독특한 그림들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흔한 일본음식들이 아닌 토착음식들을 소개해서 더욱 의의가 있다.

  일본음식이라서 모르는 단어들도 있지만 그 땅에서 난 재료로, 그 고장에서 오래전부터 해오던 방식 그대로 손맛을 내서 만드는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첫번째 요리 수유열매 잼에서부터 열여섯번째 요리 새우떡 생강떡까지 어린시절의 추억이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자 삶의 기억, 그리고 다시 삶에 활력을 주는 음식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음식에 대한 정성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를 살찌게 해주는 고마움을 다시 기억하며 음식을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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