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통 아기 할머니 - 좋은책어린이문고 국내창작 2 좋은책어린이문고
윤수천 지음, 남은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노인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문제의 출발점은 소외와 사랑의 결핍이다.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도 이러한 양상을 띠면서 심화되고 있다.

  이 책에는 소외나 결핍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행복한 할머니가 등장한다. 초등학생 지혜의 눈에 갑자기 이상해진 할머니. 할머니는 갈수록 아기가 되어간다.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맛깔나게 지어내서 해주던 할머니 대신에 투정이 심한 심술통 아기를 갖게된 지혜는 아빠의 정성과 아기돌보기(?) 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이 된 할머니를 대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심술통 아기는 다행스럽게 가족 모두의 관심을 받는 행복한 아기가 된다.

  할머니는 아빠의 등에 업혀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가 아이가 되고 나서부터 '기차놀이'는 매주 치러지는 우리 집의 주요 행사가 되었다.
  기차 놀이란 아빠가 "우리 엄니 기차 타고 가신다, 칙칙!" 하고 기차흉내를 내면, 아빠 등에 업힌 할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냉큼 받아서 "폭폭!"하는 놀이였다.
  아빠는 힘든 기색도 없이 기차놀이를 할 때 가장 즐거워 했다.
  "우리 엄니 기차타고 가신다. 칙칙!"
  "폭폭!"
  "우리 엄니 기차타고 가신다. 칙칙!"
  "폭폭!"
  장단이 척척 맞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엄마와 나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빼다가, 나중에는 가슴이 찡해서 또 한참을 혼나야 했다.(p.56)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아기처럼 업고 기차놀이하는 아들의 모습. 그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그 아들의 아내와 딸의 모습. 가장 바람직하면서도 슬픈 그러나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따뜻한 가족애를 지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얽혀있고, 그 연민과 사랑이 배려와 관심으로 그리고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족은 그래서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다시 아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말로 할머니의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돌아와 힘들 아들 기차는 심술통 아기를 위해서는 칙칙 폭폭 기운차게 달린다. 그리고 눈내리는 겨울날 가족 모두는 할머니를 떠나보내지만, 어린 지혜의 마음에는 그 아름다운 기차가 마음 한 켠에 남는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아빠와 함께 별난 기차놀이를 하시던 모습도. 

  나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도 아빠가 할머니를 업고 하던 그 기차놀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가 어떤 기차냐고 묻는다면 난 서슴지 않고 우리 할머니기차라고 말하고 싶다. (p.143)

  이런 가족 앞에서라면 효의 가치가 느슨해졌다고 세상을 탓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혜의 마음 속에 있는 아름다운 기차가 먼 훗날 필요할 때에 다시 달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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