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풍경이 담긴 아주 매운 책^^

오늘은 우리 집 김장하는 날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3
방정화 그림, 채인선 글 / 보림 / 2001년 12월

  가을이 깊어지고 날이 추워지면 할머니는 그때부터 내내 김장걱정을 하셨답니다. ‘올해는 배추가 속이 꽉 찼을까?’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면 ‘서리가 되게 내리면 김장배추 얼어서 안되는데...’하시며 늘 김장 생각뿐이셨지요. 그도 그럴것이 그때는 정말로 김장김치를 다음해 여름까지 아껴가며 먹었으니 일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큰 행사였어요.
 
  김장할 시기가 다가오면 온 동네가 서로 김장 담그기 품앗이를 하느라 바빴지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면, 매일 돌아가며 다른 집에서 김장을 하는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갓 버무린 상큼한 김치냄새가 풍겨왔답니다.
 
  내가 우리 아이들만 하던 시절의 고향동네 풍경이예요.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세월같은데 이젠 이런 풍경을 우리아이들은 볼 수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이 책은 선미네 집 뒤꼍에 사는 생쥐네 집에서 김장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랍니다. 생쥐엄마는 선미네 집에서 김장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직접 김장을 담가보기로 합니다. 선미네 집에서 김장하는 모든 과정이 막내생쥐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엄마생쥐에게 전달되고,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책은 왼편을 선미네 김장모습 그림에, 오른쪽 면을 생쥐가족 김장모습 그림에 내어주고 있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우리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하룻밤 재워두고 다시 배추를 씻고, 김치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두 번씩 읽고 두 번씩 보게 됩니다.
  바쁘게 오고 간 막내생쥐덕분에 선미네도 생쥐네도 무사히 김장을 다 마칩니다. 선미네 집에선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김장을 거들어 준 동네아주머니들까지 모두 모여앉아 입이 벌게질 때까지 배추 보쌈을 먹습니다. 이웃들이 거들어주니 산더미같은 김장도 금새 끝나고, 이렇게 모여서 정을 나눌 시간까지도 남는답니다. 

  앗! 왠일인지 이 장면에서 생쥐네가 보이지 않아요. 풋! 자세히 보면 보일 거예요. 생쥐네도 배추보쌈이 한창일 거예요. 
  이제 이웃들은 정겹게 한 바가지씩 김장을 안고 돌아가네요. 김장을 다 마친 선미네 장독대에는 차곡차곡 맛난 김칫독들이 푸짐한데... 눈이 내립니다. 김장도 다 마친 때에 눈이 내리니 마음도 풍요롭고 좋겠지요? 추운 날씨가 김치를 더욱 깊은 맛이 들게 해주겠지요.

   다 읽고나서 책을 덮으며 다시 보니... 아! 이 책 참 맵게 생겼군요~. 호~.

   우리문화 속의 아름다운 풍속인 품앗이도 설명할 수 있고, 지금과 달리 제철음식만 먹던 시절의 김장의 중요성을 아이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  책 뒤편에 김치의 유래에 대해 옛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기록 두 가지를 싣고 있답니다. 그리고 <백가지가 넘는 김치>라는 제목 하에 여러 지방의 김치들을 소개하고 있구요.

   글자가 커서 7살이나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