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가 넘어 퇴근을 한 나에게 동생이 책을 한권 내밀었다. 제목을 보니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책이다. 동생이라는 녀석이 하나밖에 없는 형제의 책 읽는 취향도 몰랐나 싶다. 하지만 요즘 동생에게 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흔들리는 나에게 무언가 위안이 되어 준다면 평소에는 거들더보지도 않던 이런 류의 책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묵묵히라는 단어가 맞을만큼 묵묵히 책을 읽었다. 


그렇게 묵묵하게 책을 읽었으나 책을 읽었으나, 지금 나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혀 줄 묘안은 없는 듯 했다. 이 책을 읽어서 이거다 싶은 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허망한(?) 기분을 바라는 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정확하게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1/2는 꽤 일을만했으나, 나머지 1/2는 묵묵히 읽었다는 말이 맞을 듯 하다. 한창 직장에서 그리고 내 생활에서 방황을 해서 인지 무언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법 같은걸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대는 너무 컸던 것 같다. 


다만 경악했던 한 부분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과연 사랑하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한 30억원 정도의 로또에 당첨이 된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야, 그런 큰 돈이 있는데 이런 일을 뭐하러 해?"라고 답한다면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고

"아니야, 그래도 이 일은 계속 할 것 같아. 지금처럼 아등바등하진 않더라도 즐기면서, 그냥 재미로라도..."

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그 일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중에서 


내가 저 이야기를 읽고 ;'헉!'이라고 생각하며 (정말 헉이었다) 내 지금 생각을 정하려고 해봤다. 나에게 30억이 생긴다면 나는 지금 하는 이 생활을 접고, 이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두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쿨 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인가를. 그러다가 떠나겠다고도 못하겠고, 계속 하겠다고도 대답하지 못하는, 그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스무살에 해야할 고민은 이 나이에 하려니 정말 늦된게 너무 많구나 싶다. 


***


지난 주에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퇴사를 했다. 아직 수습기간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였는데, 본인이 이 회사의 일을 맞지 않는다며 퇴사했다고 한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걸 몸으로 깨닫고 있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그 친구의 과감한 결정이 대답하기도 하고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아예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은 일이라면 빨리 정리하는게 역시 낫겠지, 


그리고보니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는 첫 직장보다 마지막 직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첫 직장이 중요한 이유는 뒤로 가는 큰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인데, 그 방향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중요하다고 하는거겠지. 그래서 미약하게 시작하였으나 끝은 창대한 일부 CEO가 인터뷰를 하는거고. 그들은 끝이 창대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미약한 시작때문에 인터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


날은 또 왜 이리 추워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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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벨아미
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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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인과응보라는 말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오히려 세상은 인과응보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은걸 볼 때가 훨씬 많은데 말이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가고'라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그리고보면. 다들 비슷하게 그래도 나쁜 놈은 벌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믿음의 동아줄을 꼭 부여잡고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믿음의 동아줄이 삭아가는걸 목격하는건 쉽지가 않다. 

[벨아미] 옴프파탈의 전형이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매력으로 사교계 여인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그녀들이 가진 권력과 재력을 쟁취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전쟁터에서 돌아와 변변치 못한 모습으로 파리에 정착한 남자가 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군대 친구의 도움으로 신문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자신보다 높은 재력과 지위를 가진 여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그때서야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꽤 매력적인' 사람이라는걸. 이 매력으로 여자들을  쟁취할 수 있다는걸. 그러다 그는 또 알아차린다. 정확하게는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얻어서 내가 크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소설 속 주인공과 엮인 여자가 세명이 등장하는데, 이 세명이 캐릭터가 재각각이다. 

한명은 남편과의 관계에 실증난 젊은 부인으로 별 특징이 없지만 그녀는 그가 이 세계의 법칙을 알아 차리게 여인이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야심을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자 불같이 화를 내지만 곧 그와 다시 만난다.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이는 자신이라고 끝까지 시종일관 믿는 참 대책없는 여자이다. 두번째 여인은 벨아미의 친구 부인인데(그렇다 바로 자신이 이 사회로 나오게 도움을 준 바로 그 친구이다), 친구가 병으로 죽고 난 뒤, 이 여인과 벨아미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된다. 마치 애정처럼 보이지만, 벨아미는 자신의 직업적인 성공을 위해 그녀의 재능이 필요하고, 그녀는 말많은 파리사교계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남편이라는 후견인이 필요햇다. 그는 남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그녀가 받을 유산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다. 그는 이 관계에서 그녀의 다른 정부와의 관계를 불륜으로 몰아서 - 무려 그가 말이다. 불륜으로 그녀를 고소한 것이다 - 그녀가 가진 모든것을 얻어낸다. 읽는 동안 이 파렴치한. 이라는 말이 쉴세가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난 사연 여인은 가장 정숙하다는 평판이 난 여인인데 - 이 관계의 시작은 [위험한 관계]이다. - 벨 아미에게 빠져 모든걸 잃게되는 여인이다. 더불어 이 여인의 딸까지도 벨 아미에게 속절이 없다. 결국 마지막 여인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하자마자 그 여인의 어린 딸과 결혼을 하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이 정도면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요즘 드라마와 별 차이가 없다. 소설 속 이들 네 여인은 모두 벨 아이와 소설의 초반에 한 장면에서 모두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결국, 이 여인들은 자신이 이 사람과 어떤 운명으로 엮일지 모르고 었었지만, 소설의 작가는 맨 처음 장면에서 이들 모두의 운명을 한 장면으로 압축해서 몰아넣어 보여줬다. 

소설 [벨아미]를 읽으면서 골똘하게 생각한 점은 아무런 판단도 작가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도, 그 누구도 그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물론 주변 등장인문들을 시쳇말로 그에 대해 뒷담화를 하지만, 소설을 바라보는 작가는 벨아미의 삶에 대해 어떤 판단도 없다. 건조하게 그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하물며 요즘 등장하는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주인공도 결국에는 자신의 저지른대로 댓가를 받는다고 드라마를 쓰는 세상인데, 모파상은 끝까지 전혀 벨 아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 실제 파리에서로는 이게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자신의 배우자와 가족에게만 알려지지 않으면 모든 용인하던 그런 일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당시 파리 사회의 모습을 소설이 반영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모파상이 생각하기에 이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우리의 혹은 사회의 본질적인 모습과 차이가 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자신의 성공을 이루는 인물이 선하지 않는 인물이라는건 모두 동의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오늘도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왜 굳이 그런 사람들을 소설속에서는 응징해야 하고,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는가. 그들은 그렇게 잘 삵 고 있는데 말이다. 이게 당신이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고, 이게 인간의 바뀌지 않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눈을 돌리지 말아라 독자들이여. 우리 피차 서로 자신을 기망하지 말자. 모파상이 정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저런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았다. 소설 속 이야기보다, 모파상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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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친다, 
[마지막 숨결]에 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분명히 읽어봤는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제 밤 책장을 보다가 같은 책 [마지막 숨결]이라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있는것이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개정판이었어. 난 동일한 책을 산거다. 
앞책은 (오른쪽에 있는 책이 개정전이다) 2008년 11월에 이번 개정판은 2012년 12월에.
세상에 이럴수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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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1-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야. ㅎㅎㅎㅎㅎ

하루 2013-01-05 16:44   좋아요 0 | URL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완전히 멍해요 ㅜㅡ
 
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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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가리의 매력은 팽팽하게 당겨놓은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면서 내는 상처와 그 상처에서 흐르는 한 줄기의 피. 에밀 아자르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매력. ([폭풍우]는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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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2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말장난 같지만 저는 정말 그래요. 에밀 아자르보다 로맹 가리가 훨씬 더 좋아요.

하루 2012-12-28 08:24   좋아요 0 | URL
아 저두요 로맹 가리가 훨씬 좋아요 :)
 
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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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글을 쓰며 분명 이렇게 중얼걸렸을거다. 이것이 야망이며 인생이다. 모두 눈을 돌리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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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을 돌리지 말아라 독자들이여
    from 반짝이는 유리알 2013-01-09 12:51 
    가끔씩 인과응보라는 말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오히려 세상은 인과응보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은걸 볼 때가 훨씬 많은데 말이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가고'라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그리고보면. 다들 비슷하게 그래도 나쁜 놈은 벌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믿음의 동아줄을 꼭 부여잡고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믿음의 동아줄이 삭아가는걸 목격하는건 쉽지가 않다. [벨아미] 옴프파탈의 전형이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