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공부를 하나 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사실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내년에 있을 자격증 시험인데, 갑자기 주변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충동질(?)을 해서 엉겹결에 시작해버렸다. 덕분에 직장인에게 공부라는게 얼마나 힘든건지를 몸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주 1~2회는 저녁 야근이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회사인지라, 1~2일은 일단 퇴근하고 와서 자기에 바쁘고, 저녁에 운동도 주 1~2회는 가야하니, 거의 주중에 운동하기는 힘든 편이다. 덕분에 주말에 같이 공부하자고 충동질한 사람과 스터디를 하고 있는게 거의 전부랄까. 이래서 어떻게 시험을 보겠어..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그나마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을 위한 자격시험이라는게 위안이랄까. (한마디로 시험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이 주말에는 마음을 잡고 책을 읽고 있는데, 왜 이렇게 눈에 안 들어오는지, 평소에 밀어놓은 책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재미읽게 읽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보면 중고등학교 때도 왜 시험 시즌이 되면 읽다만 소설이 그렇게 재미나고,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나고, 평소에 제대로 읽히지 않던 이야기들은 폭풍 속독을 하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머리속에는 시험 기간이 되면 특별하게 발현해서 딴짓을 하게 만드는 현실도피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다.
두 영화를 하루에 보았다라고 말하자니 슬프다. 도대체 왜 내가 저 영화를 봤을까 싶어. [익스펜더블]은 왜 보았나 싶을만큼 한탄했으나, 영화 [해피해피브레드] 를 보고 나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힐링 영화라는 둥, 착한 영화라는 둥 그런 말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냥 보고 느낄 뿐이니까.
홋카이도 작은 마을에 도쿄에서 살던 부부가 이사를 와서 카페를 연다. 남편은 빵을 굽고 아내는 커피를 내리고 요리를 한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꼬박꼬박 들리고 평온한 이 카페에 사람들이 들리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랄까. 남자친구에게 바람맞아 무작정 이곳으로 와버린 여인과 선로를 변경하는 일상을 무료하게 보내는 청년, 이혼한 부부와 그의 아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부들, 모두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가득차지 않고 빠지지 않고 잘 개여서 차곡차곡 담긴 이야기의 느낌이다. 이런 류의 영화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유는 큰 논리나 생각이나 고민이 필요하지 않고 그냥 '느낄' 수 있기 때문일거다. 적당한 햇살, 적당한 공기, 적당한 바람. 그리고 소소한 일상들. 누구가 쉽게 결심할 수 없기 때문에 가질 수 없는 것들 말이다.
홋카이도에 가보고 싶어졌다랄까.
+ 여담인데, 오오즈미 요는 [파견의 품격]에서 본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