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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평일, 퇴근하고나서 CGV에서 영화를 봤다. 놀랍다고 해야하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건지 '그동안 열혈 야근할 동안 다들 이렇에 평일 야밤에 영화도 보러 다녔구나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에서 왔나 싶을만큼 엄청난 인원이 극장 근처에 빼곡히 모여있다. 이건 마치 점심 시간이 되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 무리인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예매해 둔 티켓을 찾는다.
맥스무비가 나에게 하사한 자리는 '이럴수가' 라는 소리가 나올만한 자리는 아니지만 꽤 이른 예매를 했음에도 '조..좋은데'라고 할만한 자리도 아닌건 맞다. 그리고보니 롯데시네마는 자리 지정이 가능했던거 같은데 아닌가. 다음에 맥스무비에서 예매할 때는 자리 지정이 되는 극장만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에서 쿠폰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고른 영화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솔직히 난 배우와 감독을 시네큐브에서 포스터를 통해 봐서 당장 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왔는지 어리둥절. 이럴수가 이정도면 이런 영화에는 거의 만석이잖아. 역시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건 묘한 기분이다. 내가 처음 발견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카페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박작박작 거리는 느낌이랄까. 음,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확실히 저런 기분이었어.
영화를 보고 나와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영화가 계속 맴돌고,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던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아버지 같은 얼굴'이 기억나고, 영화 속 아이들의 얼굴이 기억나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생각나고 - 글렌굴드 버전을 사용했더라- 그런 상태였다. 다음 날 아침출근길 카페에 앉아 영화에 대해서 사각사각 생각을 적고 있는데, 조금은 막막해졌다. 이런 기분을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할까.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솔직히 심드렁했다는 표현이 맞았는데, 극장에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는 동안, 아니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하는 길에 계속 생각이 나는거다. 이런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걸까. 그리고보니 [걸어도 걸어도]를 봤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원더풀 라이프]를 볼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명확히 언어화 할 수 없다랄까.
하지만, 역시 한가지는 확실하다.
역시 보기를 잘했어. 다시 한번 봐야겠어 라는 기분이 든다랄까.
이 영화 너무 상영 많이 해줘서 조금 고마워졌다랄까.
+ 히로카즈 감독 정도면 지금까지 영화를 모아서 한번 쯤 쭉 몰아보는 행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어느 감독보다 훌륭한 필모그라피를 가지고 있으니까.
+ 솔직히 영화 보기 전에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그런 얼굴을 할 줄은 몰랐는데, 좀 놀랐다. 맙소사 이 사람, 이런 얼굴도 할 줄 아는거였어? 라는 느낌. 내게는 너무 [미녀와 야수] 에서 느낌이 강했나보다. 이젠 그의 나이와 삶을 인정해야 하는구나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