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에 온종일 집에 하루 있어봤다. 오전까지는 있을만하고, 오후 한 4시까지는 있을만했다. 오후 4시부터 영화 [인셉션]을 보기 시작했는데, 적어도 영화 끝날 때까지는 있을 만 했다. 그런데 영화가 딱 끝나는 순간, 정확하게 그 순간부터 더위를 참을 수가 없는거다. 그때서야 알았다. 아 집의 더위는 한낮 2시에 절정을 이루는게 아니라 그 열이 모여서 흩어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거구나. 그게 우리 집은 오후 6시즈음이구나. 라고.
덕분에 부모님과 연락을 해서 저녁을 먹고 집이 선선해질 10시 즈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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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먹지는 않았어도 더위가 큰 영향을 미치는건 분명하다. 식욕은 수직하강을 해서 먹는 둥 마는 둥이고, 물만 계속 먹게 되고 - 그나마 신경써서 따땃한걸 마시고 있다 - 과일을 빼놓지 않고 먹으려고 하고 있다. 토요일 집의 열기를 체험한 나로서는 일요일인데 어제 같은 더위에 앉아있다가는 힘들거 같았다. 그래서 오후에 가방에 책을 두어권 넣고 잠실로 출동. 만년필을 인터넷으로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촉을 시험해보고 사야할거 같아서 - 이건 다음 포스팅에 - 결국 이 핑계 저핑꼐로 가보기로 했다.
만년필을 구입하고 각인을 맞기고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맙소사 얼마 못가서 롯데월드 아이스링크가 있는거다. 그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다던 그 아이스링크 말이다. 아 혹시나 해서 쓰는 말이지만 아이스링크는 물론 가도 가봤다. (참고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이스하키를 하던 학생들이 있어서 아이스링크가 무려 있는 학교였다. ) 그런데 무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인거다.
세상에 난 지금까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가 이런 구조로 생긴 곳인지 전혀 몰랐다. 2층과 3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구조라는걸, [참고로 내가 서있던 위치가 2층인데, 실제로는 아마 지하 1층이었을거다. 그 위 즉 내 위치에서 한층 위에는 롯데월드가 있고] 위에서 관람하는건 입장과는 전혀 상관없는거였구나. 라면서 혼자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얼음타는 사람들 구경은 참 잘했다. 한창 더위라서 그런지 링크에 금방 물이 생기고 곧 얼음을 재정비하는 시간도 갇더라. 사람이 빠져나간 틈에 한장 찍었더니 보고만 있어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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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은 집과는 거리가 있어서 내 생활권이 아니다. 오히려 내 생활권은 대학 시절까지는 삼성역이었는데, 잠실에는 롯데월드를 가지 않는 이상에는 별로 갈 일이 없더라. 즉, 난 잠실에 가본 일이 평생에 손에 꼽을 정도라는 말이다. 오늘 시간이 조금 있기도 하고 더위도 피할 겸 잠실역에서부터 꼼꼼히 길을 확인하면서 다녀왔는데, 여기 거의 코엑스 수준이다.
사실 재미난건 넓이나 구조는 코엑스 수준인데, 완전 이 지역 자체가 그야말로 롯데월드더라. 도대체 별다방이나 콩다방도 찾을 수 없고, 교보문고 - 그 흔한 교보문고 - 도 외부로 나가서 연결해야 하고, 안에 있는 모든 편의시설은 롯데 계열사. 역 이름이 '잠실'역인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는데 정말 중요한 볼일이 아니면 별로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랄까.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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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즈음입니다.
물 많이 섭취하고 카페인은 너무 과용하지 말고 먹는 약은 잘 챙겨먹고
밥은 몰라도 과일과 채소는 빼먹지 말고 먹도록 합시다. [이건 나에게 하는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