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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난 글쓰기를 좋아한다. 어떤 글이든 가리지 않고, 그냥 하얀 종이에 쓰는 글이, 혹은 하얀 화면 위에 또각또각 자판을 두들기면서 쓰는 일이 난 꽤 즐겁다. 사실 난 일기를 쓰고 있다. 어린시절에는 숙제라는 압박감 때문인지 꽤나 꼬박꼬박 썼던거 같은데 지금은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오르면 일기는 쓰곤 한다. 일기는 쓰는 순간부터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써놓고 보관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때로는 덜덜 떨기도 하지만 일기는 쓸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또 다시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는 다분히 글의 자기 표출에 주안점을 두고 하는 글쓰기를 강조한 책이다. 글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그래서 좀 더 나에게 가까워지고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그리고 그들에게서 용서와 감사를 배우는 그런 글쓰기 말이다. 사실 한국문단에서는 여성작가들이 이러한 치유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항상 생각하지만 신경숙과 같은 작가들은 글을 통해서 자신의 과거와 만나고, 자신의 과거를 풀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 때로는 그냥 주저 앉는 듯 하지만 - 그런 인상을 많이 받는다. 여성 작가들에게서 많인 나타나는 이러한 치유하는 글쓰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11주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박미라씨는 설명하고 있다. 간간히 그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등장했던 글을 보여주면서.<치유하는 글쓰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다. 가장 막막하게는 어떤 소재로 무엇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단어로라도 써보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순서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써보라는 그의 말과 실제 그의 프로그램에서 글을 쓴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이런 글도 내 치유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글이 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실제로 나 자신도 일기를 쓰면서 많은 위안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쓰는 일기가 아닌 할 말이 목까지 차오르면 몇장이고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일기가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안정이 된다. 사람에게는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고민할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글쓰기의 궁극적인 효과를 선전하지도 않는다. 그저 넌지시 보여줄 뿐이다. '이런 글 써보는건 어때'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