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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대논쟁 2 - 정의론 & 제도 ㅣ 히스토리아 대논쟁 2
박홍순 글.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평점 :
각설하고 난 <히스토리아 대논쟁 2- 정의론&제도>가 정말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정말 이 책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느 날 이 책이 소리소문없이 논술용 교제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올라갈까봐 진정 걱정스럽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많지 않았다. '이거 정말 멋진데' '어, 점점 책장이 줄어드네, 좀 천천히 읽어야겠다' '이거 나중에 논술교재로 나오는거 아닌가몰라'
<히스토리아 대논쟁>은 정의론과 제도에 대한 걸출한 학자들의 논쟁을 옮겨 놓았다. 정의에 대한 롤스와 로직의 논쟁, 제도에 대한 겔렌과 아도르노의 논쟁. 투박하게 정리하면 정의론에 대한 롤스와 로직의 논쟁은 기본적으로 정의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롤스의 사회와 소유의 개념이 자연 상태에 인간의 노동을 투입한 경우 그는 온전한 노동력을 투입한 자것이라는 소유론을 표방하고 있고, 로직의 경우 사회에서 그런 식으로 소유의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의 차이에서 시작한 둘의 차이는 로직의 정의는 자신의 노동이 투하된 정당한 소유에 대한 정의인 반면에, 롤스의 정의는 불합리하게 시작하는 사회에서 좀 더 그 간극을 출이는 기회의 평등으로 발전하는 분배적 정의를 정의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타고나는 재능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느냐, 즉 천부적인 재능이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노직의 주장과 그 재능의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전재 하에서만 소유가 인정될 수 있다는 롤스의 입장 차이로 들러나게 된다. 결과적으러 가장 직면한 현실에서 사회약자를 우대하는 차등의 원칙의 역차별이 될 수도 있음에도 정의로운가에 대한 둘의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논쟁은 지극히 시의성이 있는 질문으로 특정 부문에서 존재하는 할당제와 역차별 논쟁을 부르는 제도들이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한 논쟁은 읽는 이를 오래 고민하게 한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논쟁은 제도에 대한 논쟁으로 겔렌과 아도르노의 논쟁이다. 제도가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제도는 과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제도가 인간의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도구인지, 아니면 지배층이 원하는 대로 사회 구성월을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인지에 대한 논쟁이 첨예하다. 특히 이들의 논쟁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간극이 앞의 논쟁과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결혼제도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방편인지, 아니면 남성들의 여성지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문화의 산물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교육제도가 사회화를 담당해서 사회를 원활하게 유지하게 하는 제도인지 아니면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논리를 주입하기 위한 제도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정의론에 비해 다소 당장 느껴지는 시의성은 떨어지지만, 인간이란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인지 무게감은 결코 적지 않다.
이 책은 특히 장점은 둘 사이의 논쟁점은 끄집어 내서 대화로 정리해주고 있어서 읽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요컨데, 압축적으로 둘 사이에 논쟁점이 되는 사항을 정리해서 대화로 엮고, 거기에 참고가 될만한 사항을 토론의 사회자가 던져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가 쉽고 꽤 재미있다. 또한 각 논쟁의 끝 부분에서는 각 학자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저작물을 일부 발췌해 놓아서 실제 작품을 읽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요컨데 이런 책의 포인트는 흥미를 끌 수 있느냐이다. 즉, 이 책을 읽고 흥미를 느껴 실제 <정의론>을 찾아서 읽어보고 정의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제도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충분한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실제 정의와 제도에 대한 논쟁을 얼마나 요점을 잡아서 옮겨 놓았는지는 난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주제에 대해서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고민할 기회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히스토리아 대논쟁>을 읽으면서 알고 싶어지고, 궁금해지고,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 정도면 이 책은 충분한게 아닐까? 아참, 한가지만 추가하면, 이 책을 제발 논술용 요약교제로 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논술이 대한민국 초중고교생의 생각하는 습관을 죽이고 있다는게 내 평소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