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학부제의 덕택으로 난 비교적 다양한 학문을 전공으로 하는 이들과 만날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학과가 달랐으니 같이 만나면 서로 학과 이야기에 타과가 남일 같지 않은 그런 일상이었다. 사실 학부제의 패단이라면 패단이 학과의 서열화인데, 학부 내에서도 다양한 과가 많았지만 유독 심리학과는 인기가 많았다. 모든 이들이 걱정하는 취직의 문제 탓인지 아니면 순수한 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인지는 누가 알겠는가만은. 그리고보면 심리학처럼 대중화되어 있지만 그 학문 자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과도 드물지 싶다. 
 
 <살인의 해석>은 심리학을 바탕에 깐 추리소설이다. 시대 배경은 1900년대 초반으로 실제 프로이트가 미국을 방문했던 사건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새로운 학문이었던 심리학과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분석하고자 했던 프로이트와 그의 추종자들 그들을 받아들이는 신대륙 미국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에서도 꿈을 통한 잠재의식의 해석을 추구하고, 그 중에서도 성(姓)적인 요소를 통한 분석에 많은 시도를 하였던 그의 분석은 분명 동시대 미국에서 용납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러한 분위기를 소설 내내 많이 느낄 수 있다. 

 
 때는 프로이트가 그의 제자 융과 미국에 온 1900년대 초반, 프로이트는 유럽에서는 인정받는 심리학자이지만 미국에서는 의혹에 가득찬 눈길을 받는 노학자이다. 그의 아래에는 그의 제자이자 그를 넘어서려 하는 융이 함께 한다. 그들이 미국에 도착할 즈음하여 뉴욕에서는 명문가 아가씨가 살해 당하고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습격당한 아가씨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아가씨를 치료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의사로서의 갈등과 치료를 해야 한다는 압박, 프로이트를 대해야 한다는 영광스러운 마음과 부담감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종종 고민에 빠진다. 또한 다른 한 축으로 스승을 넘어서고자 했던 융의 욕망과 그런 융의 욕망을 지켜보는 프로이트의 모습을 묘사한다. 물론 이 소설은 추리소설인지라 결국에는 누가 여자들을 위협하는지를 풀어내고 프로이트와 융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치 않고 전개한다. 하루만에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다 읽어버렸듯이 이 책은 참 흡입력은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해석>이 멋지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이유는 나에게는 다소 용두사미라고 느껴질만큼 결말로 달려갈 수록 조금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리소설은 둘중에 하나를 확실히 해야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간파당할 듯 하면, 범인 이야기가 아닌 순수하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글을 써야 하고  - 난 이 분야에 레이먼드 챈들러를 뽑겠다 - 이 점이 안된다면 범인을 찾아가는 순수한 쾌감과 트릭을 파해지는 일에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코의 <용의자 X의 헌신>을 꼽겠다 -  그런데 <살인의 해석>은 읽는 내내 이도저도 아닌 듯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야기가 종반으로 달려갈 수록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넣어 기존에 알고 있는 심리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부분은 분명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를태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해석 말이다) 특히 폭행의 당사자인 소녀에 얽힌 진짜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채로 끝나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중반까지 가속이 붙으면서 읽었던 이야기가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나.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심리학을 한번 더 고민하게 하고, 그 동안 몰랐던 심리학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점은 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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