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출근과 퇴근길 교통수단이 다르다. 버스를 타고 가면 환승을 하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퇴근길에는 버스를 타면 대책없이 막힌다는 점이 단점이 있다. 지하철은 2번 환승을 해야하지만, 시간만 잘 맞추면 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빨리 온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전까지는 버스로 출퇴근을 했었는데, 퇴근길에 다음날 신문도 사고 환승을 좀 해도 차라리 집에 빨리가서 쉬는게 더 나은 듯 하여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고 있다.

아무튼 출근길에는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큰 건널목을 건너 버스를 타고 회사로 험난한 출근을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마을버스를 타고, 또 연달아 버스를 타니 항상 그 버스를 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타는 정류장에서 한 정거장 후에 타는 아주머니, 쌍둥이 남학생, 항상 버스정류장에 서 계시는 아저씨. 한 지하철 내에서 타는 입구가 많은 지하철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타는 곳도 내리는 곳도 딱 하나인 버스는 농담이 아니라 매번 만나는 얼굴을 매번 만나게 되는거다.

아침 출근길에는 누군나 그렇겠지만, 자리경쟁은 꽤나 치열해서 - 특이 이 버스는 앉지 못하면 뒤로 갈 수록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 반드시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그 긴장과 압박이 느껴진다. 예를들면 나에게 쌍둥이 형재는 정말 같은 버스에 타고 싶지 않은 극성맞은 형재이다. 자리를 위해서라면 뒷문으로 - 생각보다 뒷문으로 타는건 정말 위험하다- 타는건 물론이고 아직 서지도 않은 버스 앞문으로 뛰어나가는 위험천만한 일도 서슴치 않는다.

아무튼 이런 버스와 이런 사람들이 싫어서 한 템포 빨리 출근하거나 늦게 출근하는 일도 있을 정도이니, 그 압박이란 생각보다 심했는가보다. 그리고보면 나도 그 꼭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포스를 암암리에 내뿜고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결론은 내일은 그 극성맞은 쌍둥이 형재와 한버스를 타지 않고 싶다는거?
난 악착맞은게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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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이었나 금요일 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회사에서 야근중이었다. 누군가 회사 TV쪽으로 가더니 "오늘이 지붕킥 마지막 회잖아"라면서 TV를 켠다. 결국 일하던 직원들은 보지 못하고 그 시간에 잠시 회사에 들른 상무님만 마지막 회를 보셨던 것 같다.

조금 오버해서 회사에서 나를 빼고 이 드라마는 모두 보는 것 같았던 이 드라마가 끝난다고 해서 별 감흥은 없었다. 거 참 신기하게 자리에서 TV가 보이는지라 간간히 고개를 들면 장면장면이 보이더라. 주인공 집에 얻혀살던 여자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 그 집을 떠나고, 자신을 좋아해주던 남자가 헤어지는 길에 공항에 데려다 주는 장면으로 끝이 났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죽음을 다분히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더라.

난 시트콤을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싫어한다. 음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드라마를 만든 PD가 다른걸 만든다면 어떤 장르이든 꼭 보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왜 다른 남자에게 키스도 했으면서 다른 남자에게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혹자는 그 동안 다른 여주인공과 사귀었던 그 시간을 가슴 졸이며 본 사람을 우롱한 (?) 처사라고 하던데 난 결말이 참 괜찮더라. 음 괜찮더라.

사실 이 들의 관계를 처음부터 본게 아니니 잘은 모르겠다. 그저 그녀의 경악스러운 그 발언이 우리들이 조금씩은 항상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마음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신선했고. 그녀와 그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지극히 작위적인 해피앤딩을, 모든 사람이 원하는 앤딩을 과감하게 버린 그 PD의 발상이 신선했다. 사실 난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그런 해피앤딩을 억측스럽게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참 별 볼일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해피앤딩을 항상 기대하는 나도 참 그렇고 그렇구나 싶고. 그의 죽음이 누군가의 불행이었음을 말할 것도 없지만 항상 인생에는 그런 것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정말로.

조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말해주고, 그래도 누군가의 작은 마음은 그 순간에 전달되었다는 아주 조금의 이야기를 담은 결말이었다. 음. 정말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어.

+ 역시 언어가 부족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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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정말 힘들게, 힘들게 다녔다. 중고등학교 자체가 타인의 취향에 대한 배려 같은건 안중에도 없는 가장 전체주의인 - 내게는 가희 폭력적이라고 느꼈던-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결론이 났다. 물론 그때는 잘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뭘 잘 몰랐는데, 뭐 지금도 뭘 아는건 아니지만, 분명 그런 함께 우르르 움직여야 하고, 모두가 비슷해야만 했던 그 시절을 벗어난게 내게는 꽤 감사한 일이다. 음, 분명 그 시간은 별로 아름답다거나 추억이 많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던거 같다.

난 몰랐는데 회사에 들어와서야 알았다. 중고등학교의 정체를. 왜 이러냐 하면 중고등학교가 지극히 폐쇠적인 또래문화와 모두가 비슷해야 한다는 그런 관성이 자리잡은 곳이라는걸 난 회사에 들어와 보고서야 알았다. 회사라는 곳이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곳이더라.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로 그리 넉넉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는게 본질에 가깝겠지만 정말 회사는 너는 너, 나는 나인 곳이다. 아마도 회사 생활 초장기 내가 만난 사람들이 굉장히 이런 면이 많아서 행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생활을 5~10년 정도 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랬다.

사실 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정말 서로 터치하지 않는,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나에게는 썩 잘 맞는 것 같다. 고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했다. 회사에서 딱히 부딪히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일 수도 있는데 신입사원이 하나씩 하나씩 들어올수록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아직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일만 잘하면 뭐 큰 문제 없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어서 일단은 사람 자체를 보게 되는데 으아 정말 부담스러운 면을 느끼게 되는거다. 으아으아.

나도 회사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 뭐라 말할수는 없지만 마냥 애기같은 그들은 어찌해야 할까.
부딪히지 않는게 상책이지 싶다. 싫으면 이쪽에서 건드리지 않으면 부딪칠 일도 없을거 같은데.  

+음, 그리고보면 상사가 나에게 꾸중을 하는 것도 이런 귀찮음을 극복하고 하는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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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읽고 있다. 새삼스럽게 '그럼 신문 읽지 않는 사람도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요즘은 전혀 신문을 단 1장도 읽지 못하고 있었다. 9시 뉴스를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동생의 MP3로 주인에게 돌아가서 라디오를 들을 수도 없다. 정말 세상과 단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요즘이다.

잘 몰랐는데 회사 건물 1층에서는, 이 건물은 23층짜리 건물이다, 신문을 공짜로 가져다가 볼 수 있었다. 메이저 급 신문은 아니고 석간신문 하나와 내일신문이라는 하나인데, 너무 두텁지도 않고 적당히 얇아서 집에서 30분 정도면 쑥 읽을 수 있다. 보통 당일신문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하나씩 읽어 나간다. 역시 신문은 지하철에서 요리조리 작게 접어가면서 읽는게 재맛이다.

신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신문은저녁 6시 정도면 일단 깔리기 시작한다. 간밤에 사건과 사고가 터지거나 수정을 하면서 판갈이는 되겠지만 일단 큰 맥락에서는 내일 신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거의 이 신문이 9시 뉴스 소재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지하철을 타기 시작한건, 걷기도 할겸 다음날 신문도 미리 사서 저녁에 읽을 겸이다.

이 신문을 잘 들고 와서 집에서 한장씩 한장씩 그날 있었던 일을 읽는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이유는 사실 신문을 사기 위해서 라는거 아무도 몰랐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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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모든 일에 2%쯤은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사실 그 2%쯤의 여유는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셈인데, 덕분에 친구에게 오랜만에 주저리주저리 편지를 썼다. 사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건 아니었는데, 편지를 쓰다보니 펜이 저 혼자 달려 버려 써놓고 보니 4장이 넘는다. 학교에 다닌다고 지방에 내려가 있는 친구에게 할 말이 많았나보다.

편지를 쓰고 났는데 잠은 오지 않고 지난 주 아팠을 때 자리에 누워서 읽은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생각난다. 음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편지에 근 2주나 답장도 써주지 못했으니 몸이 나으면 편지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읽을 요량으로 책을 추려서 주문했는데 그 중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입소문으로 화제가 된 소설인데, 그 덕분인지 엄한 표지로 책이 개정되어 나오는 바람에 이만저만 아쉬운게 아니다. 저번 판본이 훨씬 아름다웠는데 갑자기 절판이 되어 버려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이렇게 빨리 개정되서 새판으로 내놓을 줄 알았으면 그 전에 사두는건데. 아참,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을 보면 훨씬 충격적이다. 도대체 왜 이런 표지를 쓴걸까. 혹시 디자이너가 안티인걸까.

이 책을 읽다가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나서 한권을 또 내쳐 읽었다. 아 정말 <키다리 아저씨>는 명작이다. 어머니와 내가 책에 관한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라고 해야하나. 난 <빨간머리 앤>까지는 범접할 수 없는지라 <키다리 아저씨>가 딱 어머니와의 접점이다. 아참, <키다리 아저씨>는 속편이 있다. 주디의 친구가 주디의 요청으로 고아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고아원 근처의 의사와 두탁거리는 내용으로 역시 서간채 소설인데, 음 역시 재미나다. 

친구에게 못 한 말이 있었는데, 편지를 다시 써야겠다.

아참, 요즘 우표값은 250원이다. (대부분이 모르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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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은 2010-05-0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표값이 궁금했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