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이었나 금요일 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회사에서 야근중이었다. 누군가 회사 TV쪽으로 가더니 "오늘이 지붕킥 마지막 회잖아"라면서 TV를 켠다. 결국 일하던 직원들은 보지 못하고 그 시간에 잠시 회사에 들른 상무님만 마지막 회를 보셨던 것 같다.

조금 오버해서 회사에서 나를 빼고 이 드라마는 모두 보는 것 같았던 이 드라마가 끝난다고 해서 별 감흥은 없었다. 거 참 신기하게 자리에서 TV가 보이는지라 간간히 고개를 들면 장면장면이 보이더라. 주인공 집에 얻혀살던 여자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 그 집을 떠나고, 자신을 좋아해주던 남자가 헤어지는 길에 공항에 데려다 주는 장면으로 끝이 났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죽음을 다분히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더라.

난 시트콤을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싫어한다. 음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드라마를 만든 PD가 다른걸 만든다면 어떤 장르이든 꼭 보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왜 다른 남자에게 키스도 했으면서 다른 남자에게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혹자는 그 동안 다른 여주인공과 사귀었던 그 시간을 가슴 졸이며 본 사람을 우롱한 (?) 처사라고 하던데 난 결말이 참 괜찮더라. 음 괜찮더라.

사실 이 들의 관계를 처음부터 본게 아니니 잘은 모르겠다. 그저 그녀의 경악스러운 그 발언이 우리들이 조금씩은 항상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마음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신선했고. 그녀와 그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지극히 작위적인 해피앤딩을, 모든 사람이 원하는 앤딩을 과감하게 버린 그 PD의 발상이 신선했다. 사실 난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그런 해피앤딩을 억측스럽게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참 별 볼일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해피앤딩을 항상 기대하는 나도 참 그렇고 그렇구나 싶고. 그의 죽음이 누군가의 불행이었음을 말할 것도 없지만 항상 인생에는 그런 것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정말로.

조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말해주고, 그래도 누군가의 작은 마음은 그 순간에 전달되었다는 아주 조금의 이야기를 담은 결말이었다. 음. 정말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어.

+ 역시 언어가 부족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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