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메뉴는 회사 앞까지 다 나가서 결정했다. 바로 눈 앞 - 그렇다 회사 정문 앞 - 에 보이는 생선구이 집으로 가기로 했다. 도대체 점심 메뉴에 대한 고민은 언제쯤이면 그만 하게 될까? 바 자리에 자리가 아직 있어서 고등어와 알탕을 주문했다. 같이 먹는 동료가 고등어가 너무 기름기가 업사며 타박하고, 난 알탕에 꼬불꼬불한 녀석들 - 이름을 모르겠다 - 이 많다고 아우성이었다.

 

생선을 먹다가 고등어 맨 옆 쪽에 있는 라인 - 설명이 어렵다. 사진이라고 찍었어야 하는건데 - 을 내가 먹지 않고 남겼다. 그리고 살이 적다고 투털거리고 있으니 그 남겨놓은 라인을 먹으라고 한다. 난 그쪽은 가시니까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생선 먹을 줄 모르는구만'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일단 먹어보란다. 가시는 아닐거란다. 으으 라고 괴로운 소리를 내면서 먹었는데 이런 가시가 아니고 생선 살인거다. 고등어에게 약간 배신감을 느끼면서 난 '생선 먹을 줄 모르는 사람' 이 되었다.

 

갑가지 그녀가 갈치를 먹고 싶단다. 아 어머니가 구워주는 갈치. 그래서 내가 화답했다. 갈치는 살이 두둠한게 제 맛인데, 어머니가 구워주지 않으면 갈치는 살이 두둠하지 않아 라고 말해줬다. 클클 거리면서 이야기하는데 뒷 말이 더 충격적이다. 그런 사람이 있단다. 두툼한 갈치 살을 다 발라서 밥 위에 올려놓고 그걸 밥이랑 같이 먹는. 마치 카츠동이나 규동 같은 느낌? 이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다, 그녀가 바로 그렇게 먹는 사람이었던거다. 뭐라고? 라면서 내가 반문했더니. 그러면 편하고 너무 좋단다. 단점은 그녀가 집에서 그렇게 먹곤 하는데, 동생이 항상 자기가 발라놓은 갈치 살을 탐낸다는거다.

 

세상에, 하긴 일본에서는 생선을 뒤짚어서 먹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깟 갈치 발라 먹는 방법 따위야..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갈치는 두둠한 살을 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두툼하게 살을 떼어내서 먹어야 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 아 역시 세상은 다양해, 라고 생각했다랄까.

 

그래서 그녀와 다음 생선구이를 먹으러오면 무조건 갈치를 먹기로 했다.

그녀와 나의 갈치를 먹는 방법이 어떨지 사뭇 기대된다.

 

+ 지금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봤는데, 그녀는 갈치 중간에 뼈쪽으로 생선을 가른 다음에 양 옆에 있는 가시를 제거하고 먹는단다. 아 또 다른 방법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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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회사가 이사를 했다. '뒷건물로 이사했다..'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회사에 입사 할 후로 난 이사를 처음하는지라 회사의 이사는 어떤지 알겠더라. 그리고보면 내부에서 자리 이동을 하는 일도 꽤 큰 일인데 - 전화선 옮기고 컴퓨터에 짐옮기고 난리도 그런 날리가 없지 않은가 -  그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절실히 느낄 수 있더라. 금요일 밤부터 회사 서버를 옮기고 집기랑 모든걸 옮기다고 해서 금요일 밤 퇴근전까지는 짐을 모두 싸놓아야 하고 일요일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하는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금요일에는 - 공통적인 짐들을 목요일부터 포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 하루종일 종이 상자에 박스테잎을 붙여서 포장상자를 만드느라 하루종일 회사가 부산했다. 박스 테잎을 양 팔 길이만큼 쭉 때서는 그걸 박스 바닥에 붙여서 상자를 만들고 물건을 넣고 다시 윗 부분을 테잎으로 봉인을 하면 되는 작업. 그런데, 그 박스 테잎을 때는 소리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큰거다. 북~ 내리는 짝~ 소리가 나는데 - 이런 빈약한 의성어 - 다들 그 소리에 일에 집중도 안되고 먼가 부산하고 그런 상태에서 금요일이 지나갔다.

 

회사에 들어온지 조금 있으면 딱 5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짐만 너무 많이 늘어난거 같아서 고민이었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짐을 추리기로 결정했다. 일단 짐 중에 제일 많은건 역시 서류니까, 파일함에 들어있는 종이들을 파일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과감하게 버렸다. 마치 이 녀석들은 고 1 ,2학년 시절 주말에 집에서 공부한다고 학교에서 집으로 챙겨간 공부 거리 같은 녀석들이었다. 절대 꺼내보지도 않지만 가져가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녀석들이랄까? 다시 찾게 되면 내가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며 -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아찔할거다 - 종이와 서류를 추려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니 꽤 수월했다. 버릴 놈 보관할 놈 을 구분해서 보관할 놈은 모아놓고 버릴 놈은 이면지나 파지함으로 직행, 그리고 그렇게 한번 파일을 엎고 나서 보관할 놈으로 분류된 서류를 한번 더 분리한다. 버릴 놈과 보관할 놈, 이렇게 한 두세번 정도 작업을 해주면 꽤 양을 줄일 수 있다.

 

정말 이상한건, 회사 안에서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그리고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마다 분명히 서류를 한번씩 정리를 하곤 하는데도 버릴 양이 A4상자로 2박스가 더 나오는거다. 세상에 지금가지 정리할 때마다 A4 박스로 1개씩은 꼬박꼬박 종이를 덜어내는데 이 종이들은 언제 쌓여있던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찔해졌다. 정말 많이 짊어지고 살고 있구나,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했다. 그동안 봤던 - 무려 근 5년을 본 -  가지고 다니던 2007년 법 책도 버리고 - 지금 법 개정이 몇 번이 됐는데 아직도 저 책을! - 세법 책도 버리고 싹 정리를 했다. 일단 서류를 버리고 나니 책상 서랍이 간촐해졌다. 기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서랍안에 서류가 있던 공간에 임자가 없으니 공간이 생긴거였다. 이사님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던 미니 가습기도 넣어주고, 컵도 상자에 넣어주고, 문구류도 다 들어가고 나니 이사가기가  꽤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조립한 박스에 차곡차곡 서류 파일을 넣고 밀봉하니 정확히 한 상자가 나오고 - 이걸 들었던 아저씨는 정말 힘드셨을텐데, 감사합니다 (--)(__)(--) -  사무집기를 포장하니 두 상자가 나왔다. 음, 간촐하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 의외로 잘 버리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

 

이번 이사를 하면서 한 생각은 난 제법 이사짐을 잘 싼다는 사실. 왜냐하면 난 이사경력이 아주 많으니까. 그리고 회사 이사는 짐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꽤 좋은 기회라는 사실. 아 그리고 이번에 컴퓨터 본채. 모니터와 주변 기기를 연결하는 법을 배운 아주 유익한 기회였다. 정말 유익한 기회였어. 이제 컴퓨터와 선믈 주면 연결해서 전원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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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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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다시 읽을 수록 카이사르의 매력에만 빠져있지만, 아우구스투스가 없었다면 진정한 팍스 로마나는 없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우구스투스의 제국 운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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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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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반스와 맞지 않는다는걸 확인 한 책. 읽고나서 다시 읽은 이유가 `우와 멋진 책이다` 라는 느낌이 아니라 `무슨 소리 인거지?` 라는 의문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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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여지없이 이번에도 제대로 읽지 못할 것 같다. '못할 것 같다'가 아니라 사실 확실하다. 남들은 단편을 잘만 읽는다는데, 난 왜 이리 단편은 '절대로 못읽겠다' 라는 기분을 자주 느끼는지. 그리고보니 단편을 읽을 때 아주 가끔씩 난 '하얀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라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분명히 책을 읽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냥 눈으로 '읽고'만 있을 뿐인 그런 경험을 난 중단편 모음집을 읽을 때 하곤 한다. 한마디로 암울하다.

 

물론 이런건 모든 단편을 읽을 때 드러나는 증상은 아니고 특정 작가들이 있다. 츠바이크의 단편 소설이나 하루키의 단편 에세이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체호프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 잘 읽었다. 멋진 이야기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내게 단편의 매력은 둘 중 하나이다. 언어로 잘 표현이 안되는데 굳이 옮기자면 별거 아닌거 같은 이야기의 조각들이 모아보면 하나의 그림을 이루어 내는, 그래서 마치 글 속에 마치 어느 집안이건 배어있는 그 집 특유의 채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 '정말 그럴까?'라고 말하며 씩 웃는거 같은 작가를 만나는 것 같은 소설이다. 물론 두 타입의 소설을 딱 잘라서 여기까지는 이런 타입, 저기까지는 저런 타입 이라고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히 내가 잘 읽지 못하는 이야기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스토리를 파악하고 이해하기에 너무나 압축적인 이야기 구조가 나에게는 어려운게 아닌가라고,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게 아닌라 라고 요즘은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의 범위가 줄어 든다는 이야기라서 조금은 우울해진다랄까?

 

*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 지금까지 명쾌하게 '읽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작가는 이런 사람들이다.

 

 

 

 

 

 

 

 

 

 

글로 써놓고 보니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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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어떤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좋다'고 하신 책과 '읽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책들에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공통적으로 껴있어서 어떤식으로 저렇게 나뉘게 된건지 잘 모르겠어요. [행복한 그림자의 춤]의 경우에는 저는 몇개의 단편들만이 '유독' 좋았어요. 다른건 그저 그랬구요.

그런데 왜 슬퍼해요, 하루님. 슬퍼하지 마요. 저는 [꿈을 빌려드립니다]를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지더라구요. 하하. 결국 다 읽긴 했지만 말예요.

하루 2012-05-09 23:32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쓰는데 하얀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제가 마구 생각나면서 정말 슬퍼지는거예요. 활자화 하니까 더 슬퍼지는 기분일이랄까. 장편을 잘 못 읽으면 그런가부다 하겠는데, 이건 단편이 더 격렬하게 갈리는지 모르겠어요. 흑흑. ㅜㅡ
줌파 라히리나 다시 읽어야 하는걸까요. 흑흑.
아 맞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 정말 읽으면서 흑흑거리고 있어요. 이를 어쩌죠. ㅜㅡ (제가 이 글을 쓰게 만든 바로 문제의 책이예요!)

2012-05-09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5-0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성당> 공감이에요. 김연수가 번역했다길래 잔뜩 기대하고 읽었는데, 저 역시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더군요. 그에 비해 <체호프 단편선>은 정마 좋게 읽었어요. 저는 민음사판이 아니라 다른 판본으로 읽었어요. 초반에는 '그래서 뭐 어쩌라구?' 이런 마음이었는데 계속 읽다보니까 아, 정말 아름답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특히 그 장면에서 감탄했어요. 남자가 언덕 꼭대기에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면서,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해!'라고 외치는 장면이요.

갈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명쾌하게 읽었다는 느낌이 안 드는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저 좋은 사람>이 위 그룹에 속하는 걸 보면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저는 <그저 좋은 사람> 좋게 읽긴 했는데 그렇게 명쾌하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흐음, 저도 그 기준을 잘 모르겠군요. 나랑 성격이 다른 사람과 나는 왜 친해질 수 없는 걸까 고민하는 것처럼 슬퍼지네요 저도.

그런데 하루님, 상심하실 필요는 없어요. 책만 펴면 잠이 온다는 사람도 많은 걸요.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저 역시 남들이 좋다고 해도 잘 모르겠는 그런 책들이 많아서 ( '')..

하루 2012-05-09 23:39   좋아요 0 | URL
체호프의 감동을 저에게 나눠주세요 제발요~ 흐흐.
제가 지끔가지 체호프를 몇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사람들이 인물도를 그려가면서 읽는다는 러시아 장편 소설을 읽곘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 정오예요. 그리고보니 투르게네프의 [첫사람] - 이건 장편이지만 - 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거 같기도 해요. 음 저에게 다른 출판사를 좀 알려주세요! 다시 읽어볼래요. 흐흐

이야기가 뭉개진다는 저번 이야기와 연결해보면 말씀하신대로 뚜렷한 갈등이나 서사구조를 발견 못하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되는거 같다는 말에는 조금 동감이 되기도 해요. 그런데 분명히 [그저 좋음 사람]과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뭐가 다른지 전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흑흑.

음음 도대체 '우와 좋은데'라고 말하는 책은 뭐가 다른걸까요. 흠흠.

비로그인 2012-05-10 00:35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체호프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판본이에요!
흠냥,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