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회사가 이사를 했다. '뒷건물로 이사했다..'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회사에 입사 할 후로 난 이사를 처음하는지라 회사의 이사는 어떤지 알겠더라. 그리고보면 내부에서 자리 이동을 하는 일도 꽤 큰 일인데 - 전화선 옮기고 컴퓨터에 짐옮기고 난리도 그런 날리가 없지 않은가 - 그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절실히 느낄 수 있더라. 금요일 밤부터 회사 서버를 옮기고 집기랑 모든걸 옮기다고 해서 금요일 밤 퇴근전까지는 짐을 모두 싸놓아야 하고 일요일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하는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금요일에는 - 공통적인 짐들을 목요일부터 포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 하루종일 종이 상자에 박스테잎을 붙여서 포장상자를 만드느라 하루종일 회사가 부산했다. 박스 테잎을 양 팔 길이만큼 쭉 때서는 그걸 박스 바닥에 붙여서 상자를 만들고 물건을 넣고 다시 윗 부분을 테잎으로 봉인을 하면 되는 작업. 그런데, 그 박스 테잎을 때는 소리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큰거다. 북~ 내리는 짝~ 소리가 나는데 - 이런 빈약한 의성어 - 다들 그 소리에 일에 집중도 안되고 먼가 부산하고 그런 상태에서 금요일이 지나갔다.
회사에 들어온지 조금 있으면 딱 5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짐만 너무 많이 늘어난거 같아서 고민이었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짐을 추리기로 결정했다. 일단 짐 중에 제일 많은건 역시 서류니까, 파일함에 들어있는 종이들을 파일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과감하게 버렸다. 마치 이 녀석들은 고 1 ,2학년 시절 주말에 집에서 공부한다고 학교에서 집으로 챙겨간 공부 거리 같은 녀석들이었다. 절대 꺼내보지도 않지만 가져가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녀석들이랄까? 다시 찾게 되면 내가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며 -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아찔할거다 - 종이와 서류를 추려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니 꽤 수월했다. 버릴 놈 보관할 놈 을 구분해서 보관할 놈은 모아놓고 버릴 놈은 이면지나 파지함으로 직행, 그리고 그렇게 한번 파일을 엎고 나서 보관할 놈으로 분류된 서류를 한번 더 분리한다. 버릴 놈과 보관할 놈, 이렇게 한 두세번 정도 작업을 해주면 꽤 양을 줄일 수 있다.
정말 이상한건, 회사 안에서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그리고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마다 분명히 서류를 한번씩 정리를 하곤 하는데도 버릴 양이 A4상자로 2박스가 더 나오는거다. 세상에 지금가지 정리할 때마다 A4 박스로 1개씩은 꼬박꼬박 종이를 덜어내는데 이 종이들은 언제 쌓여있던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찔해졌다. 정말 많이 짊어지고 살고 있구나,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했다. 그동안 봤던 - 무려 근 5년을 본 - 가지고 다니던 2007년 법 책도 버리고 - 지금 법 개정이 몇 번이 됐는데 아직도 저 책을! - 세법 책도 버리고 싹 정리를 했다. 일단 서류를 버리고 나니 책상 서랍이 간촐해졌다. 기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서랍안에 서류가 있던 공간에 임자가 없으니 공간이 생긴거였다. 이사님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던 미니 가습기도 넣어주고, 컵도 상자에 넣어주고, 문구류도 다 들어가고 나니 이사가기가 꽤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조립한 박스에 차곡차곡 서류 파일을 넣고 밀봉하니 정확히 한 상자가 나오고 - 이걸 들었던 아저씨는 정말 힘드셨을텐데, 감사합니다 (--)(__)(--) - 사무집기를 포장하니 두 상자가 나왔다. 음, 간촐하군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 의외로 잘 버리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
이번 이사를 하면서 한 생각은 난 제법 이사짐을 잘 싼다는 사실. 왜냐하면 난 이사경력이 아주 많으니까. 그리고 회사 이사는 짐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꽤 좋은 기회라는 사실. 아 그리고 이번에 컴퓨터 본채. 모니터와 주변 기기를 연결하는 법을 배운 아주 유익한 기회였다. 정말 유익한 기회였어. 이제 컴퓨터와 선믈 주면 연결해서 전원이 들어오게 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