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②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러할 수는 없죠. 체제 순응과 체제 강요(협조)적인 영화 또한 난무하니까요.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향한 감각의 촉수를 벼려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기.


여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역시 권하는 것,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영화들, 마을과 시민을 잇는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요? 아뇨,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은 차곡차곡 쌓여서 발현되는 법이거든요.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랄 수 있게 하는 이 영화들, 보고 싶습니다.

 


<허공에의 질주>

‘청춘의 시작과 끝’ 리버 피닉스의 매력만으로 이 영화, 충분하다. 내용은 특별한 것, 없다. 도피 중인 반전운동가 부모는 히피처럼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아들은 그런 부모를 따라야했다. 어느덧 10대 후반이 된 아들. 홀수가 될 시기, 부모는 아들을 세상 속으로 방생하며 이렇게 말한다. “We all love you. Now go out there and make a difference, your mother and I tried. And don't let anybody tell any different.”
그렇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생은 그래야만 한다. 기성세대 혹은 꼰대가 구획한 스펙과 멘토링의 함정이 더 이상 청년의 삶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 아버지를 죽이고, 왕을 단두대에 올려야 비로소 권리와 책임을 가진 어른이자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자.
 

 


<늑대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마을이 어떻게 생명과 자연을 품는지 보여준다. 늑대인간을 사랑한 하나, (늑대)아이를 낳고 사람을 피해 산속에 가서 산다. 억척같이 사는 하나의 모습을 돕던 마을 어른들, 어느 날 하나네 집에 마실을 와서 이런 말을 한다. “배수도 안 좋고, 여긴 살기 좋은 곳이 아니야. 그러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지.”

마을은 그렇게, 배제하지 않는 곳이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의 연기)도 좋지만, 이들 영화엔 마을의 어떤 풍경도 좋고, 무엇보다 관계의 맺어짐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마을서점의 대립이 등장하는 <유브 갓 메일>에는 마을살이의 가치를 일깨우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애니가 그랬듯, 일보다 사랑. 일은 사랑을 위해 복무할 것! 사랑 없이 혹은 낭만 없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를 보내는 숲>

살다보니, 만남만큼 중요한 것이, 이별이더라. 그러나 이별은 그 중요성에 비해 확실히 저평가됐다. 이별은 만남과 동등한 위치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별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기는 건 너무도 가혹하다. 마을이 치르는 장례에서 힌트를 얻은 이 영화, 이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나누는지 찡하게 보여준다. 그 놀라운 장면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이별대세)!

 


☞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②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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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②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3-02-16 23:21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그러할 수는 없죠. 체제 순응과 체제 강요(협조)적인 영화 또한 난무하니까요.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세상을 향한 감각의 촉수를 벼려야 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기.여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역시 권하는 것,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영화들, 마을과 시민을 잇는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것)'
 
 
 

 

HD리마스터링 된 <러브레터>.

재개봉에 앞선 시사회, 가슴이 뛰었다. 보는 내내 뛰었다.

 

 

이 장면 하나로도 충분한 영화다.

슬픔을 애도하는 법.

극 중에서 아키바가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그제서야 보낸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그 옛날, 나도 히로코를 통해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시사회를 본 친구도 무척 좋아했다.

슬픔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눈물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제(11일) 1주기를 맞은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 <스파클>도 보고 싶어졌다.

가족의 유대감과 성공의 어두운 면,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했다는, 휘트니가 마지막을 불살랐다는 영화.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 얻었다고 하나, <스파클>은 그걸 넘어설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는 여자, 휘트니 휴스턴의 것이기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 오겡끼데스까.

열여덟의 나는 <보디가드>를 보고 보디가드가 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원한 보디가드. 휘트니 휴스턴의 음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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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2-1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트니 휴스턴...오겡끼데스까... (먹먹해지네요...)
 
원 데이 - 개정판
데이비드 니콜스 지음, 박유안 옮김 / 리즈앤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쌓이고 쌓인 것. 그것도 차곡차곡. 오늘에서야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한다.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나의 (영화) 여신으로 등극하시다. '여신남발자'라는 놀림에도 꿋꿋하게!
 
줄리아 로버츠는 이제 만신전에 올려놓고, 그 자리, 이젠 앤 해서웨이의 것이다.



<원 데이(One Day)>, 확인 사살을 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아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내 마음을 두드리던 앤이었다.

 
앤, 나를 홀린 여신.
<원 데이>. 나를 울려버린 영화. 다시 언급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


오늘, 앤을 만나서 나는 행복하였도다. 오늘 이런저런 일들을 만나던 와중에도, 앤과 엠마가 내게로 왔다. 7월15일, 성 스위딘의 날. 그 어느해에는 그날, <원 데이>를 돌려볼 것 같다. 그들의 Kiss를 눈물겹게 바라볼 것 같다.

 

 
그리고 그것,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이렇게,

당신 손을 잡고,
 
골목길을 달릴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이 있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해. 당신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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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환상문학의 대가이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겠죠.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것을 잇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호명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잇닿아 있음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고, 책밖으로 나와 세상에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이 행복이며 건강의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요.
 

여기,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읽고 싶은 것들입니다.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가까운 내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할 수 있는 이 책들, 읽고 싶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건축가 승효상은 ‘달동네 마을공동체’를 예찬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그런 마을을 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산토리니),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부산 감천문화마을)이 그렇다. 그곳들,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나누면서 살 수밖에 없다. 나누면서도 지지고 볶는다. 달동네의 길, 통행뿐 아니라 빨래도 하고, 놀이터도 되며, 시장이 된다.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모여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에 반해 이들 마을들엔 매년 수십만의 관광객이 온다. 하늘로 치솟은 고층아파트에만 넋을 빼앗기는 건, 그만큼 심미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파트공화국의 비극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무감하게 만든다는데도 있다. 그건 곧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토건족들은 그래서, 거칠게 말하자면, 범죄 집단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1~4》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엔 크고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작고, 사소할 뿐이다. 그건 곧 일상이다. 코다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은 책을 덮을 때쯤 쓰나미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하고 속 깊은 시선 덕분이다. 이토록 사려 깊은 만화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詩적으로 다가오는 각 권의 제목은 책을 덮을 때면 또 다른 울림과 사색을 유도한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한낮에 뜬 달》《햇살이 비치는 언덕길》《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을 때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 이런 마을, 당장 살고 싶다.’ 꼭 옆에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나누고픈 작품이다. 맞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작품 중 하나다. 참고로,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마쿠라는 《슬램덩크》의 무대이기도 했다.


 
《달팽이 안단테》

불의의 질병으로 신체기능이 고장 나 병상에 누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를 구원한 것은 달팽이였다. 달팽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 저자는 달팽이 속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알았다. 본디 우리 삶의 속도가 달팽이의 속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속도전에 치여 죽어가고 있다. 자기의 속도를 잃고 허황한 발놀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속도 역시 느림이다. 느릴수록 더 잘 보이고 더 잘 알 수 있다. 달팽이 마을에 살고 싶다. 그러니 죽기 전 다시 들춰보고, 살아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축복이다.



《사당동 더하기 25》

저자(조은 동국대 전 교수)가 1986년 철거·재개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사당동에 갔다가 정금선 할머니 가족을 만나 25년을 함께 한 기록이다.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린 ‘가난의 대물림’을 재확인시켜주는 이 책, 개발과 성장에 압도 당한 한국 사회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사당동의 변모과정은 곧 서울시의 확장사와 맥을 같이 한다." 뭣보다 이 책, 성찰과 반성의 지점이 돋보인다.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가난을 바라보던 조사자들이 '세상의 가난 가난의 세상'을 몸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시각과 시선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그것은 곧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동일하다. 저자는 '읽기 힘듦'과 '못 알아들음'에 대한 참을성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 요구, 정당하다. 새로운 사회학의 가능성을 엿보고 사유하게 만든다. 가난에 대한 세상의 지독한 편견, 한 순간에 벗을 순 없겠으나 그 노력,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당동을 몰라도 상관없다. 사당동, 우리동네, 우리마을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정작 철거하고 재개발해야 할 것은 우리가 품은 지독한 편견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간디는 단순히 인도의 독립운동가를 넘어선 세계의 사상가였다. 그는 풀뿌리 인민에 대한 착취, 억압을 옹호해온 불평등을 극복하고, 착취․억압의 사회경제시스템을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를 원했고, 그 변화의 기본으로 ‘마을 자치(스와라지)’를 내세웠다. “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간디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로, 국가와 정부 따윈 살짝 잊어라. 아니면, 죽여도 좋다. 마을 자치를 위한 노력, 세계를 구하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분노하라》 《참여하라》

청년들은 지금 이 땅에 분노해야 한다.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세상을 향해서다. 90대의 레지스탕스가 분노하라고 대놓고 분탕질(?)을 하는 이 책, 지금 이대로 살아도 진짜 좋으냐고 묻는다.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인의 이익이 옹호되고, 부가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고 금권을 지닌 누군가에게 편향되며, 국가 금권 외세에게 종속된 언론이 판을 치며, 인권을 겁박하는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 청년은 분노하고 참여해야 한다. 물론 분노하고 참여해야 하는 것, 청년만의 것은 아니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는 한국의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는 ‘사랑’을 모른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공부하지 않은 사랑은 모래성이다. 사랑은 살아가는 시공간과의 소통이다.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전하는 사랑의 기술, 청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이다.”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는 대부분 후천성사랑결핍증 환자다.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①

 

[띄엄띄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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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비앤비히어로 (2월21일)

 

 

지금 대부분의 한국 사람에게 집은 어떤 존재일까요. 집은 본디 ‘사는(living) 곳’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담은 공간이었습니다. 즉, 삶의 지형과 건축의 지형은 같았죠.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삶을 본격 포박하면서부터 집은 ‘사는(buying) 것’이 돼 버렸습니다. 집을 몇 평짜리로, 평당 가격이 얼마인지 따지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니 집을 공유하는 것, 가족에게만 가능했을 뿐, 남에겐 허용되지 않는 무엇이었습니다. 사랑방 손님에게 방을 내어주는 풍습, 과거의 오래된 이야기였을 뿐이었죠.

 

그런데, 지금 각자의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최근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조 게비아(Joe Gebbia)가 방한, 한국 진출을 선언했죠. 에어비앤비, 그야말로 공유경제의 대표선수입니다. 세계 192개국, 3만3천여 개 도시에서 숙박을 연결해줬습니다. 지난해 뉴욕 샌디피아의 홍수 사태, 갈 곳 없는 이재민들에게 쉼터가 되어준 곳은 이웃집이었습니다. 신속하게 남은 공간을 공유했고, 편안한 임시 거처를 둔 덕에 빠른 복구가 이뤄졌습니다. 뉴욕시와 협약을 한 에이비앤비의 공유공간 플랫폼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집의 남는 공간을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기. 에어비앤비는 말하자면 민박 예약시스템인데,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조 게비아는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네이트와 사업을 준비하던 중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냈죠. 여행객에게 남는 빈방을 공유키로 했습니다. 월세를 충당할 목적이었죠. 궁하면 통했습니다. 당시 유명 디자인박람회 기간 중이라 호텔방은 꽉 찼고, 방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숙박을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죠.

 

 

 

남는 방을 통해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집을 통한 재테크가 횡행하는 한국이라고 이런 것, 불가능할까요? 아닙니다. 비앤비히어로(BnB HERO)가 있습니다. 남는 방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방을 제공하는 사람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경험.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여행플랫폼인 비앤비히어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에 맞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외국인과 외국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집주인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모든 게 두려운 외국 여행자를 연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BM)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쉽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하지 못하거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성공한 BM이 있었고, 집 주인이나 여행객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외국인 울렁증을 극복하고 자존감이 높아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주인이 정성껏 차려준 밥상과 도시락을 자랑하는 여행객의 후일담을 만나는 일도 즐겁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예기치 않게 ‘신뢰’라는 선물을 준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집 주인은 자신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내놓고, 여행객은 그 공간을 통해 현지의 생생한 삶과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객은 호텔이나 모텔과 같이 표백된 공간이 아니기에 더욱 좋고, 집 주인은 호텔처럼 과도한 친절을 베풀거나 마음을 쓸 일도 없습니다. 자신이 쓰지 않는 동안, 돈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욱 좋고요.

 

재밌는 것은 비앤비히어로의 구성원들은 평균 나이 40세를 훌쩍 넘습니다. 창업 멤버들 모두 공유경제라는 개념에 매료돼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모였습니다. 그만큼 공유경제가 주는 매력이 컸다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평균 15년 이상의 경력을 그만두고 꿈만으로 창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병무 업무최고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는 말합니다.

 

 

 

 

“책 속의 개념을 몇 번의 프로젝트로 성공적으로 만든 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상의 공유경제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멀고 험한 과정을 직시하고 즐길 준비가 돼 있었고,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비즈니스를 재정의 했어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간공유 플랫폼’을 ‘개인여행 플랫폼’으로 확정한 거죠. 불과 한 단어 차이지만, 고객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난 뒤 비앤비히어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 비앤비히어로는 크게 소싱, 마케팅, 개발, 지원 업무로 나눠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싱은 공간을 가진 사람이나 지식/경험을 가진 분들을 설득해 비앤비히어로에 등록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마케팅은 기억에 남는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플랫폼을 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앤비히어로를 이용하도록 합니다. 집주인과 여행자가 서로 소통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발전시켜 나가는 개발업무도 있습니다. 지원업무는 회사 방향을 설정하는 기획과 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회사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 모두가 비앤비히어로를 ‘좋은 개인여행 플랫폼’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비앤비히어로를 통해 예약하면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방이 맞고, 집주인이 나와 통할만한 사람인지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방을 몇 개 올리든 무료인데, 남는 방이나 집을 통해 전 세계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장점입니다.”
 
 

비앤비히어로, 공유경제의 히어로를 꿈꾸다


 

 
외국인들이 한국 특유의 동네(마을)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방을 통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연결망도 실현하게 되는 것이지요. 비앤비히어로는 공유경제, 공간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착한 소비를 통한 협력적 소비에 동참할 것을 권합니다.

 

“숙소와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호스트와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은 개인여행자 모두에게 ‘Hero’가 되는 것이 우리의 미래상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프로젝트로 만들고, 그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에 더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경제가 하나의 경제적 흐름이자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남는 공간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만나는 꿈. 과연 비앤비히어로는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 공유기업이 될까요? 공유도시 서울에서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오는 2월 21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 신청사 3층 대회의실, ‘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를 만나보세요!

☞ 신청: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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