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환상문학의 대가이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겠죠.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것을 잇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호명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잇닿아 있음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고, 책밖으로 나와 세상에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이 행복이며 건강의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요.
 

여기,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읽고 싶은 것들입니다.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가까운 내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할 수 있는 이 책들, 읽고 싶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건축가 승효상은 ‘달동네 마을공동체’를 예찬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그런 마을을 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산토리니),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부산 감천문화마을)이 그렇다. 그곳들,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나누면서 살 수밖에 없다. 나누면서도 지지고 볶는다. 달동네의 길, 통행뿐 아니라 빨래도 하고, 놀이터도 되며, 시장이 된다.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모여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에 반해 이들 마을들엔 매년 수십만의 관광객이 온다. 하늘로 치솟은 고층아파트에만 넋을 빼앗기는 건, 그만큼 심미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파트공화국의 비극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무감하게 만든다는데도 있다. 그건 곧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토건족들은 그래서, 거칠게 말하자면, 범죄 집단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1~4》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엔 크고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작고, 사소할 뿐이다. 그건 곧 일상이다. 코다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은 책을 덮을 때쯤 쓰나미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하고 속 깊은 시선 덕분이다. 이토록 사려 깊은 만화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詩적으로 다가오는 각 권의 제목은 책을 덮을 때면 또 다른 울림과 사색을 유도한다.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한낮에 뜬 달》《햇살이 비치는 언덕길》《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을 때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 이런 마을, 당장 살고 싶다.’ 꼭 옆에 두고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나누고픈 작품이다. 맞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작품 중 하나다. 참고로, 도쿄 근교에 위치한 가마쿠라는 《슬램덩크》의 무대이기도 했다.


 
《달팽이 안단테》

불의의 질병으로 신체기능이 고장 나 병상에 누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를 구원한 것은 달팽이였다. 달팽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본 저자는 달팽이 속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알았다. 본디 우리 삶의 속도가 달팽이의 속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속도전에 치여 죽어가고 있다. 자기의 속도를 잃고 허황한 발놀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속도 역시 느림이다. 느릴수록 더 잘 보이고 더 잘 알 수 있다. 달팽이 마을에 살고 싶다. 그러니 죽기 전 다시 들춰보고, 살아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축복이다.



《사당동 더하기 25》

저자(조은 동국대 전 교수)가 1986년 철거·재개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사당동에 갔다가 정금선 할머니 가족을 만나 25년을 함께 한 기록이다.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린 ‘가난의 대물림’을 재확인시켜주는 이 책, 개발과 성장에 압도 당한 한국 사회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사당동의 변모과정은 곧 서울시의 확장사와 맥을 같이 한다." 뭣보다 이 책, 성찰과 반성의 지점이 돋보인다.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가난을 바라보던 조사자들이 '세상의 가난 가난의 세상'을 몸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시각과 시선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그것은 곧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동일하다. 저자는 '읽기 힘듦'과 '못 알아들음'에 대한 참을성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 요구, 정당하다. 새로운 사회학의 가능성을 엿보고 사유하게 만든다. 가난에 대한 세상의 지독한 편견, 한 순간에 벗을 순 없겠으나 그 노력,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당동을 몰라도 상관없다. 사당동, 우리동네, 우리마을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정작 철거하고 재개발해야 할 것은 우리가 품은 지독한 편견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간디는 단순히 인도의 독립운동가를 넘어선 세계의 사상가였다. 그는 풀뿌리 인민에 대한 착취, 억압을 옹호해온 불평등을 극복하고, 착취․억압의 사회경제시스템을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를 원했고, 그 변화의 기본으로 ‘마을 자치(스와라지)’를 내세웠다. “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간디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로, 국가와 정부 따윈 살짝 잊어라. 아니면, 죽여도 좋다. 마을 자치를 위한 노력, 세계를 구하는 노력과 다르지 않다.


 

 

《분노하라》 《참여하라》

청년들은 지금 이 땅에 분노해야 한다.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세상을 향해서다. 90대의 레지스탕스가 분노하라고 대놓고 분탕질(?)을 하는 이 책, 지금 이대로 살아도 진짜 좋으냐고 묻는다.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인의 이익이 옹호되고, 부가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고 금권을 지닌 누군가에게 편향되며, 국가 금권 외세에게 종속된 언론이 판을 치며, 인권을 겁박하는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 청년은 분노하고 참여해야 한다. 물론 분노하고 참여해야 하는 것, 청년만의 것은 아니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는 한국의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는 ‘사랑’을 모른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공부하지 않은 사랑은 모래성이다. 사랑은 살아가는 시공간과의 소통이다.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전하는 사랑의 기술, 청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책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이다.”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우리는 대부분 후천성사랑결핍증 환자다.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①
☞ [함께 보아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영화 ①

 

[띄엄띄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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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비앤비히어로 (2월21일)

 

 

지금 대부분의 한국 사람에게 집은 어떤 존재일까요. 집은 본디 ‘사는(living) 곳’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담은 공간이었습니다. 즉, 삶의 지형과 건축의 지형은 같았죠.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삶을 본격 포박하면서부터 집은 ‘사는(buying) 것’이 돼 버렸습니다. 집을 몇 평짜리로, 평당 가격이 얼마인지 따지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니 집을 공유하는 것, 가족에게만 가능했을 뿐, 남에겐 허용되지 않는 무엇이었습니다. 사랑방 손님에게 방을 내어주는 풍습, 과거의 오래된 이야기였을 뿐이었죠.

 

그런데, 지금 각자의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최근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제품책임자(CPO)인 조 게비아(Joe Gebbia)가 방한, 한국 진출을 선언했죠. 에어비앤비, 그야말로 공유경제의 대표선수입니다. 세계 192개국, 3만3천여 개 도시에서 숙박을 연결해줬습니다. 지난해 뉴욕 샌디피아의 홍수 사태, 갈 곳 없는 이재민들에게 쉼터가 되어준 곳은 이웃집이었습니다. 신속하게 남은 공간을 공유했고, 편안한 임시 거처를 둔 덕에 빠른 복구가 이뤄졌습니다. 뉴욕시와 협약을 한 에이비앤비의 공유공간 플랫폼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집의 남는 공간을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기. 에어비앤비는 말하자면 민박 예약시스템인데,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조 게비아는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네이트와 사업을 준비하던 중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냈죠. 여행객에게 남는 빈방을 공유키로 했습니다. 월세를 충당할 목적이었죠. 궁하면 통했습니다. 당시 유명 디자인박람회 기간 중이라 호텔방은 꽉 찼고, 방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숙박을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죠.

 

 

 

남는 방을 통해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집을 통한 재테크가 횡행하는 한국이라고 이런 것, 불가능할까요? 아닙니다. 비앤비히어로(BnB HERO)가 있습니다. 남는 방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방을 제공하는 사람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경험.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여행플랫폼인 비앤비히어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에 맞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외국인과 외국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집주인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모든 게 두려운 외국 여행자를 연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BM)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쉽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하지 못하거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성공한 BM이 있었고, 집 주인이나 여행객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외국인 울렁증을 극복하고 자존감이 높아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주인이 정성껏 차려준 밥상과 도시락을 자랑하는 여행객의 후일담을 만나는 일도 즐겁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예기치 않게 ‘신뢰’라는 선물을 준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집 주인은 자신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내놓고, 여행객은 그 공간을 통해 현지의 생생한 삶과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객은 호텔이나 모텔과 같이 표백된 공간이 아니기에 더욱 좋고, 집 주인은 호텔처럼 과도한 친절을 베풀거나 마음을 쓸 일도 없습니다. 자신이 쓰지 않는 동안, 돈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욱 좋고요.

 

재밌는 것은 비앤비히어로의 구성원들은 평균 나이 40세를 훌쩍 넘습니다. 창업 멤버들 모두 공유경제라는 개념에 매료돼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모였습니다. 그만큼 공유경제가 주는 매력이 컸다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평균 15년 이상의 경력을 그만두고 꿈만으로 창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병무 업무최고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는 말합니다.

 

 

 

 

“책 속의 개념을 몇 번의 프로젝트로 성공적으로 만든 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상의 공유경제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멀고 험한 과정을 직시하고 즐길 준비가 돼 있었고,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비즈니스를 재정의 했어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간공유 플랫폼’을 ‘개인여행 플랫폼’으로 확정한 거죠. 불과 한 단어 차이지만, 고객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난 뒤 비앤비히어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 비앤비히어로는 크게 소싱, 마케팅, 개발, 지원 업무로 나눠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싱은 공간을 가진 사람이나 지식/경험을 가진 분들을 설득해 비앤비히어로에 등록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마케팅은 기억에 남는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플랫폼을 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앤비히어로를 이용하도록 합니다. 집주인과 여행자가 서로 소통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발전시켜 나가는 개발업무도 있습니다. 지원업무는 회사 방향을 설정하는 기획과 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회사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 모두가 비앤비히어로를 ‘좋은 개인여행 플랫폼’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비앤비히어로를 통해 예약하면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방이 맞고, 집주인이 나와 통할만한 사람인지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방을 몇 개 올리든 무료인데, 남는 방이나 집을 통해 전 세계 손님들을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장점입니다.”
 
 

비앤비히어로, 공유경제의 히어로를 꿈꾸다


 

 
외국인들이 한국 특유의 동네(마을)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방을 통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연결망도 실현하게 되는 것이지요. 비앤비히어로는 공유경제, 공간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착한 소비를 통한 협력적 소비에 동참할 것을 권합니다.

 

“숙소와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호스트와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은 개인여행자 모두에게 ‘Hero’가 되는 것이 우리의 미래상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프로젝트로 만들고, 그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에 더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유경제가 하나의 경제적 흐름이자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남는 공간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만나는 꿈. 과연 비앤비히어로는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는 공유기업이 될까요? 공유도시 서울에서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오는 2월 21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 신청사 3층 대회의실, ‘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를 만나보세요!

☞ 신청: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내 집의 남는 공간을 민박으로 공유하는 플랫폼, 비앤비히어로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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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변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박인 집밥 대표

 

 

 

여기, 이 회사를 보자. 어느 날, 회사 성장에 큰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다. 그러나 넙죽 받아먹지 않았다. 구성원들, 회의를 했다. 그리고 자연을 훼손할 것이 뻔한 일감을 과감히 뿌리쳤다. 안 해! 기업의 DNA에 박혀있다는 일컬어지는 ‘이윤본능’을 생각하면 미친 짓! 그러나 이들,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로 포장된 패악)를 거부했다. 자신들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성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즉, 암세포의 속도 대신 달팽이의 속도를 선택하기.

 

가능한 일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무한 성장과 무한 이윤에 목 매단 지금-여기의 대부분 회사들, 노동자에게 치사하게 밥줄 갖고 장난치는 밥통정국의 무법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이 무슨 돌연변이란 말인가. 그리고선 이 회사, 이렇게 말한다.

 

“회사란 무릇 돈을 벌고 바쁘게 일하며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곳, 그리고 결국은 빠져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회사는 회사인 동시에 공동체이다. (중략) 우리는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기업 공동체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며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가슴 뛰는 회사》, p.15)


이 회사, 미국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기반한 건축회사 ‘사우스마운틴’이다.(우리말로 하면 ‘남산건설’?) ‘더 많이 더 크게 성장하’는가가 아닌 ‘얼마나 적절하게 성장하’는가에 방점을 둔 회사. 그래서 회사를 유지하고 구성원들과 나누는데 절절한 이윤인지, 모두에게 충분한 급여인지, 일의 중요성에 걸맞게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규제와 고민거리가 지나치지 않는지 등에 관심을 둔다.


더 나아가, 직원들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고객과 거래처의 기대가 맞춰지고 있는지, 서로를 잘 배려하는지, 환경에 대한 고려는 잘 이뤄지는지, 건강하고 공정하게 일이 진행되는지, 자신의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등이 이윤보다 더 중요한 회사. 그것들을 살펴야 지속가능하다고 믿는 회사. 그래서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다고 믿는 회사. 사우스마운틴이다.


박인 집밥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사우스마운틴을 떠올렸다. 성장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둔 적 없고,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성장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같이 했기에 현재가 가능했고, 앞으로 더 하기 위해선 함께여야 한다고 믿는다. 박인 대표가 꾀하는 ‘밥상공동체’라면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밥상을 앞에 놓고 있는 공동체니까. 밥을 앞에 놓고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까.


지난 1월24일, 서울시청 신청사 3층에서 열린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다이닝’을 주제로 이야기를 푼 박 대표였다. 그는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했다. 고슬고슬한 집밥의 온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덥히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런 바람이라면,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 분명 적합할 터.

 

우리는 지나치게 성장에 경도된 가치로 인해 주화입마를 입었다. 한국의 기업 대부분은 세대와 세대 사이에 대한 철학도 관념도 거의 없다. 불연속과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단기적 관점에만 기계적으로 복무한다. 그래서 박 대표의 발언은 신선했다. 그리고 그는 집밥 1년여의 고군분투를 리얼하게 토로했다.

(관련 글 :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다이닝 '집밥'


 


카우치서핑은 집밥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나!


박 대표는 ‘카우치서퍼’였다.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에도 인터뷰 발언이 수록될 정도다. 카우치서핑은 인터넷 신청을 통해 배낭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자신의 집 소파를 잠자리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여행자들은 숙박료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고, 집주인은 여행자들과 만나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서로의 것을 내어주고 얻는다.

 

박 대표가 카우치서핑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새로 만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공간을 낯선 이방인에게 선뜻 내어주고 생판 모르는 남이었던 누군가와 시간, 공간,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 박 대표는 그것을 카우치서핑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번뜩 떠올렸다. 카우치서핑의 정신을 여행이 아닌 밥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한국에선 만나면 밥 먹자고 하잖나. 그래서 밥을 공유경제 맥락에서 설명하자고 했다. 내 자신이 1인 가구주로서 집밥에 대한 향수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따뜻한 밥상을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하는 현실, 먹는 것인지 배를 채우는 것인지 모르는 현실이 싫었다. ‘밥 한 번 제대로 먹자’고 했다.”


지금 우리네 삶터엔 우울한 소식만 떠돈다. 우울증. OECD 1위의 자살률. 무연사회. 고독사. 해체된 도시 공동체. 힐링이 필요한 사회. 오죽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구호가 됐을까. 카우치서핑에서 ‘함께 밥 먹기’로 관심사가 확산되면서 박 대표, 공유경제의 매력을 깨달았다.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개인과 개인의 신뢰’가 이뤄졌다. 생판 모르는 남을 믿을 때 일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처음 만나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이 말.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집밥’의 탄생이었다.


박 대표, 이웃집 할머니를 꼬드겼다. 일일집밥을 열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 공유공간 ‘코업(CO-UP)’에서 직장인들 대상으로 함께 밥을 먹자고 일단 던졌다. 송금악 할머님의 카레라이스, 가격 4000원. 지난해 2월24일 금요일. 헌데, 반응이 꽤 좋았다. 하고 또 했다.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리자마자 자리가 찼다. 재밌고, 반응도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이었는데, 두 번째 행사부터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성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배달을 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식품위생법에 맞닥뜨렸다. 배달돼서 전달되는 순간, 그것은 집밥이라기보다 배달음식이다. 스토리를 전달해도 밥이 식고 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내가 추구했던 가치가 이런 것이었나? 고민이 됐다. 내가 추구한 가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즉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서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들? 그런 과정에 매력을 느꼈던 것인데,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가 원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즉흥적인 만남을 통해 잼도 하는 등 함께 밥을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것. 검색하고 찾았다. 해외에선 ‘소셜다이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콘셉트를 잡았다. ‘집에서 먹는 밥이라서 집밥이 아니라 같이 먹는 밥이라서 집밥.’

 


같이 먹어요! 소셜 다이닝 집밥!!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집밥 박인 대표의 발표 (사진출처 : 캐리브래드슈 http://blog.naver.com/kss3500)


함께 먹고 같이 하는 것, 그런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나의 주제, 공통의 관심사가 밥상과 결합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도 그냥 집밥을 먹는 것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함께 하니 더 좋아했다. 워드프레스를 통해 집밥 사이트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게끔 했더니 신청이 이어졌다.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자발성이 발현됐다.


“어떤 모임이 생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식탁에서 받을 수 있는 질문만큼 많다. (웃음) 코드가 맞으면 처음 만나도 10년 만난 동창회 친구처럼 바뀌기도 하더라. 정말 좋았던 건, 의도하지 않았던 주제들이 나올 때였다. 팀원을 모집해서 정식으로 한 게 9월이었는데, 여러 주제가 나왔다. 성소수자 이야기도 나눴는데, 밥 먹으면서 하면 부드러울 수 있잖나. 공교육 제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쉽지 않은 주제인데, 교사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술 먹고 했다더라. 모임 30개 중 1개꼴로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는 것도 생기고. 밥을 먹는다는 건 일상적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어려운 행위다. 특히 연말에 어려운 이웃에게 김치만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밥 먹는 사람’이다. 도시락만 배달하고 가는 게 아니라 앉아서 1시간 동안 들어주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고독사, 무연사.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박 대표는 사람들이 공유경제에 반응하는 게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는 묻는다. 옆집 사람이 죽어가도 모른다는 게 제대로 된 사회인가? 그가 보기에 공동체의 처음 시작은 밥이다. 특히, 몸도 안 좋고 경제형편도 좋지 않은 사람에게 함께 밥 먹고 애기하는 것만큼 더 큰 복지는 없다. 그는 정기적으로 이런 것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나누는 공유경제 플랫폼이 중요하다. 경험이나 재능을 밥을 먹으면서 쉽게 공유하고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하면 컨설팅이고 돈을 내야 하지만, 밥을 먹고 친구가 되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밥을 함께 먹으면서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집밥은 그렇게 300개가 넘는 밥상공동체를 만들었다. 웹 재방문율도 60% 이상 달한다.

 

그가 보기에 집밥의 모임은 모르는 사람이 모였기에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친한 사람들에게 더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 집밥을 이용한 사람들, 이런 후기를 남긴다. 
“집밥은 쉼표다. 빡빡하게 돌아가기만 했던 일상에 쉼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집밥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힐링 받고 가요.” 
“집밥은 마른하늘의 소나기.” 
“오늘의 집밥은 새로운 세상이다.” 
“집밥은 새로운 연결이다.”


허나 이런 보람과 별개로, 지속가능한 집밥을 위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런 보람과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필요했다.


집밥, 지속가능할까?


집밥은 주식회사 형태로 2012년 9월20일 설립됐다. 고정인력 3명. 씨즈의 시커스 최우수상 수상,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선정 등 주목받는 공유경제 기업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BM)은 매장추천과 예약을 통한 수수료다. 모임 개설신청자 80% 이상이 매장추천/예약을 원하기 때문이다. 매장 추천도 아무 곳이나 하진 않는다. 박 대표가 먹는데 까다롭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보다 내가 좋아하던 동네 가게들,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가게 위주로 섭외를 했다. 우리는 그것을 ‘큐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매장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현재 서울시 86여개 매장을 연결하고 추천, 홍보한다. 소셜다이닝에 적합한 매장을 추천한다. 예약이 가능해야 한다. 설렁탕으로 소셜다이닝을 하긴 좀 어렵잖나. (웃음) 코스도 약간 곁들이거나 양식 있는 쪽으로 할 수 밖에 없지만, 한식도 코스가 있으면 된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마을카페나 마을음식점을 연결하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조명을 받았다.”


이에 집밥은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간은 있는데, 먹을거리 조달이 어려워서 도시락 배달을 해달라는 얘기가 처음부터 나왔다. 프랜차이즈 도시락점 등을 연결했었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격이었다. 집밥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수 있는 도시락을 제공하고 싶었다. 사회적기업/소상공인과 협력해 ‘집밥 같은 도시락/케이터링’을 제공하기로 했다.


“집밥 이후 소셜다이닝 비즈니스 3~4개가 생겼다. 우리보다 플랫폼이나 기능이 훨씬 좋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스토리, 문화 등에 공감해주더라. 커뮤니티, 공유경제가 가진 신뢰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집밥은 음식을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하게 하는 모임 문화 기업이다. 앞으로도 보완하고 발전해나가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1년 새 집밥 모임을 하던 매장 2개가 문을 닫았다. 모임을 더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을 보내드리고 싶다. 밥은 뭣보다 확장이 되더라. 내가 꿈꾸는 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집밥이 열리고, 나도 그것을 다라 전국 여행을 다니는 거다. (웃음)”


‘혼자 밥 먹기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집밥이었기에 밥상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즉, 사소하지만 중요한 내 문제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초가 된 셈이다. 그것이 소상공인의 협력과 지역상권 활성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장’을 동력이자 동기로 삼지 않은 집밥의 태도는 무한 성장과 이윤 확대만을 미덕으로 삼은 주류 기업 가치에 균열을 낸다.


적절한 성장과 제한선을 갖고 있는 자연이 그러하듯, 조직과 기업 역시 그와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각자 자신에게 맞는 규모와 크기가 있을 것이다. ‘적절함’ 혹은 ‘적정함’에 대해 우리는 더 생각하고 토론해 보아야한다. 물론 오해하지 마시라. 모든 회사가 소규모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복무하는 성장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성장이 회사의 가치와 관점을 제한한다면, 작업 결과의 질을 떨어트린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적정기업’은 그렇게 탄생한다.



집밥에게 묻고 집밥이 답하다


어떻게 홍보하는가?


홍보로 돈 써 본 적이 없다. 창업하는 분께 강조하는 것이 돈 들이지 말라고 거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으로 홍보하면 끝도 없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진정성과 스토리 밖에 없다. 철저히 현장에 기반을 둔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실 집밥 홍보는 하려고 한 적도 없고, 그냥 됐다. 페이스북도 사람들이 알아서 공유했고. 스토리나 진정성에 기반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으로 처음엔 장난처럼 “위대한 시작이야”라며 시작했다. (웃음) 나중엔 네이버 첫 화면에도 소개가 됐는데, 처음부터 블로그에 꾸준히 정리를 한 덕분이었다. 콘텐츠를 기억으로 남기는 노력도 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모임장소를 어떻게 연결하나?


원래 알던 곳도 몇 군데 없었다. 검색해서 필터링 하고, 찾아가서 먹어봤다. 초기엔 회사라고 할 수가 없었다. 동아리 모임이라며 자주 올 테니 잘해달라고, 얼굴도장 찍고 그랬다. 그런 식으로 얘기가 잘 되면 다행이었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소셜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얘기도 안 들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발품과 리서치였다. 요즘은 매장에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가 생겼다. 매장에서 직접 호스트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고.


집밥의 성장가능성, 어떻게 보고 있나?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내일도 다음 주도 모르겠다. 성장은 모르겠고, 지향하는 바는 말씀드렸고, 스타트업이나 트렌드코리아 등에서 소설다이닝을 적극적으로 푼다면,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나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성장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보는 건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다.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운영하면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넣은 적이 없었다.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지속가능하려면 일정부분 성장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나 혼자는 안 되고, 같이 하려고 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온 것이다. 앞으로도 성장하려면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 (웃음)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등 사람들이 만나야 하는 분위기가 가속화된다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집밥이라는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이걸 일이라고 받아들이면 언젠가 그만둘 것 같고, 그렇게 돼서 혹시라도 소셜다이닝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오래 함께 가도록 내가 만드는 모임이 아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최하는 모임이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집밥 박인 대표의 발표 (사진출처 : 캐리브래드슈 http://blog.naver.com/kss3500)

 

사회적기업과 공유기업도 보통 기업형 창업 과정을 따라가면 처음에 가진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까? 공유가 꼭 수익창출과 직결돼야 할까?


좋은 질문이다. 내 경우, 창업을 한 것이 세 번째다. 쇼핑몰 창업을 처음 했다. 가치창출이 아니라 파는 사람에 그친다는 점에서 가치를 못 느꼈다. 두 번째로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1년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매일 아침 코피를 터트렸고, 힘들었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창업 않으리라 했는데, 기질을 못 이기고 하고 있다. (웃음)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커뮤니티로 있으면 안 되나? 비즈니스 모델 나올까? 결론은 커뮤니티나 문화로만 있으면, 내가 하지 않으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더 공격적으로 창업과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소셜다이닝 개념으로 청소년들에게 온전한 식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지역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연결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제안을 주신 적이 있다. 급식문제가 이슈가 됐고, 협력해서 뭔가를 하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당시 혼자 활동하던 시기라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지속가능성을 일단 확보해야 해서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 아이디어 더 짜서 상생할 수 있다면 그런 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의미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속도가 느려서 아직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은 1인분도 가능한가? 사람들이 얼마나 같이 먹는가?


아직 시범이지만, 10인분 이상 시켜야 배달을 한다. 소셜다이닝을 완성시키는 의미로서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다. 장소는 있는데, 밥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서 개인에겐 할 수가 없다. 같이 먹어서 맛있는 거니까. 오프라인 매장을 내거나 주방 운영에 대한 제안도 있었는데, 거절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것을 하면 협력하는데 장애가 되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걸 잘 못한다. 내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주의다. 요식업이나 매장 운영은 보통 일이 아니더라. 나는 그 분들이 장사를 더 잘하게끔 회전율을 높이게끔 협력해야 서로 잘 된다고 본다.


공유경제는 신뢰가 바탕인데, 모임이 늘어나다보면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여태껏 그런 경우는 없다. 문제가 터져도 재밌는 것이 커뮤니티 안에서 정화가 되더라. 사고가 터지기 전부터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하고. 요즘 에어비엔비를 보니까 친구의 친구를 찾아주더라. 모임, 숙박을 예약할 때, 친구의 친구 등으로 새끼를 치니까 상대적으로 신뢰를 할 수도 있고. 그런 네트워킹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공유경제에디터 김이준수의 추천영화 <카모메식당> 

이 영화, 공유와 연대의 영화다. 핀란드의 한 마을에 커피하우스를 연 사치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피붙이는 아니지만, 정붙이로서의 연대 혹은 대안가족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들은 끈적끈적하지 않다. 뭣보다 그들, 생이 외로운 것임을 알고, 그것을 피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혼자임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의지하는 것도 민폐가 아니다. 그들이 마을이다. 집밥을 공유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그들이 진짜 가족이다.

 

(☞ 공유경제 강연은 계속됩니다. 신청하시라!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http://www.wisdo.me/1050)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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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환상문학의 대가이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겠죠.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것을 잇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호명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잇닿아 있음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고, 책밖으로 나와 세상에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일이 행복이며 건강의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요. 

 

여기,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권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읽고 싶은 것들입니다.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가까운 내일,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당신과 함께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할 수 있는 이 책들, 읽고 싶습니다.


 

≪삶은 홀수다≫

싱글 천국, 커플 지옥? 아니다! 삶을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멘탈갑’이다. 좋은 친구, 좋은 이웃, 포기할 수 없고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인 것도 존재의 운명이다.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고 고립감에 포박당하지 않게 하는 내면의 힘도 필요하다. ‘홀로 있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인지 아는 사람은 ‘삶은 홀수’라는 말의 의미를 안다. 혼자 잘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여럿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외톨이나 히키코모리와는 다른 ‘홀수’를 주목하라!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쿠바를 아직도 ‘사회주의’ 혹은 ‘주적’의 프레임(테두리)에서 본다면,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바보다. 물론 물질적으로 여전히 가난하다. 그럼에도 쿠바는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나라’다. 모두가 가난하지만, 누구도 굶어죽거나 소외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쿠바혁명기념일(1월1일), 쿠바에서 만나자! 혁명 때문이 아니다. 춤 때문이다. 당신과 쿠바의 모든 곳에서 춤추고 싶다. <치코와 리타>에서 그들이 사랑했던 쿠바의 시절처럼.

 

 

《행복의 경제학》

“세계화는 인간과 환경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초국적 기업의 작품”이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화와 성장’의 신화에 속았다. 이젠 눈을 떠야 한다. 지역화, 마을화를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삶, 갈등의 평화적 해결, 일자리 창출, 아이 양육, 적절한 교육 제공, 또는 삶을 기리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마을에 행복이 있다! 목적이 아닌 과정에서 나오는 무엇이다.


 

 

 

《미생》

일본에 《시마과장》(지금은 ‘시마사장’이 됐다!)이 있다면, 한국에는 ‘장그래’가 있다. 한국판 샐러리맨 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작품이다. 바둑을 하던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들어가서 겪는 좌충우돌은, 노동자인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미생, 즉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는 여전히 흉포한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우리의 또 다른 호칭이기도 하다. 노동을 배제한 자본주의는 사랑 없는 결혼 생활과 같다. "그게 어때서?"라고 묻는다면, 더 할 말은 없다. 마을에서도 노동(자)은 반드시 고려하고 숙고해야 할 문제다. 다양한 재미와 관점이 있지만 《미생》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문제는 당연히 '노동'이다.  

 


 

《서울은 깊다》

과연 서울에 사는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인가. 우리의 서울은 안녕한 걸까. 서울의 속살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서울은 깊다》는 충분히 유용하다. 그렇게 당신의 서울에 발을 디뎌라. 이 책을 보고 난 후, 당신의 서울이 달라질 것이다. 장담한다. 서울이 깊으면 마을도 깊어진다. 내 사는 공간(장소)에 대한 나의 태도와 시선 때문이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집이 ‘사는 곳(living)’이 아닌 ‘사는 것(buying)’이 돼 버린 시대. 그것은 우리의 잘못된 가치가 빚은 참사다. 그러니 ‘낡은 책과 다듬지 않은 돌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를 만들기 위해 건축가(이일훈)와 건축주(송승훈)의 ‘생각나눔’을 통해 집의 진짜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건축의 지형과 삶의 지형은 결국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것이 건축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라는 이들의 생각나눔은 당신의 세계를 한 뼘 더 넓혀줄 것이다.

 

 

(띄엄띄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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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께 읽어요] 마을감수성을 자라게 하는 책 ②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3-02-08 12:36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환상문학의 대가이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겠죠.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것을 잇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호명한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이 잇닿아 있음을 조금씩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길은 예전의 길에서 벗어나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상.

 
나의 겨울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건 늘 당신이군요.

 

하얀 눈, 설산과 함께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흐느끼는 당신.
 
그런 당신을 만날 때마다 눈물이 터지고야 마는 나는,

이번 겨울이라고 다름없이 당신을 만나곤 여전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야 맙니다.
 
어젯밤, 코끝이 찡하도록 벅찬 밤이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스크린을 통해 만난다는 재개봉 예고편만으로도 말이죠.  
  
2월14일,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당신이 찾아온다니,

제 맘은 이미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지금 제 인생의 'small happiness'입니다.  
 
그날, 눈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하얗고 포근한 눈.

이번에는 더욱 벅찬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극장에서 당신을 만나곤, 울고 있는 한 남자를 보거든,
저라는 남자겠거니 여겨주세요. 전 여전히 '히로코앓이'를 하고 있거든요.
 

나는 당신이 여전히, 아픕니다...

 


그리고 내게 세계를 선물해줬던 내 모든 첫사랑(들)에게,
히로코처럼 나도 묻습니다.
 
잘 지내나요, 고마운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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