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 [할인행사]
피터 위어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전화기를 통해 그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덜커덕 내려 앉았습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이 심장을 바짝 쫄이는 그런 느낌. 쫄깃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할 말을 잠시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라고 터져나오는 장탄식. 8월 12일, 어느 여름날 불현듯 불시착한 비보였습니다.  


캡틴이 떠났습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 

다시 한 번 그 말을 나지막이 내뱉아 봅니다. 


젠장젠장젠장. 사실 쉽게 수긍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추정이라니. 그는 캡틴이었는데 말입니다. 캡틴이 스스로 죽은 시인이 되는 건, 쉬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거부합니다. 


로빈 윌리엄스. 명배우. 더 이상의 수식어가 그닥 필요하지 않는 그입니다. 


영원히 내 머리속에서 잊히지 못할 장면으로 각인된 그입니다. 그가 교실을 떠나던 마지막 장면이 오버랩 되고야 맙니다. 눈물 그렁그렁하며 시인(학생)들을 바라보던 그의 눈에 가득한 어떤 애정. 


붙잡고 싶었으나 잡을 수 없어 떠나 보내야 했던 키팅 선생처럼, 그 역시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 교실에서 책상 위로 올라설까 말까 우물쭈물하는 학생이 된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마침내 책상 위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 벌떡 영화관에서 일어났던 고등학생 2학년 소년을 기억합니다. 울먹이며,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생각도 않고 떠나는 캡틴을 함께 배웅하던 그 소년. 한국의 좆 같은 교육 현실에 그저 묵묵하게 침잠해 있던 소년에게 그것은 하나의 계몽이자 계시였습니다. 캡틴은 '시적 정의'를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소년에게 선생의 바람직한 기준은 키팅 선생으로 세팅되었습니다. 물론 전과 후로 그는 키팅 선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운이 없었던 것이겠죠. 드물게라도 한국에도 키팅 선생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고딩 시절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 내 마음속 캡틴 키팅 선생을 그렇게 떠나 보냅니다. 안녕, 키팅 선생님. 땡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키팅 선생의 모습을 보니 왜 그리 짠한지요. 잊지 못할 장면,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그 마지막 장면.  


그는 따지고 보면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피터팬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키팅 선생이 남긴 그 인장이라는 것이 워낙 강렬했었거든요. 더구나 그 사춘기 시절, 오죽했을까요. 늙지도 않고 교실을 떠났던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던 우리 로빈 아저씨. 


<후크>에서 피터팬(이 늙은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를 기억합니다. 아마 로빈 아저씨는 이제 지구가 아닌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살겠지요. 어쩌면 가야 할 곳으로 간 셈인가요.ㅠㅠ 

좋아하는 이들과 로빈 윌리엄스 영화를 함께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른 사람들이 <굿모닝 베트남> <굿 윌 헌팅> <패치 아담스> <후크> <패치 아담스> 등 각자 보유하고 있는 로빈 윌리엄스 가지고 와서 함께 그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보다 캡틴을 위해 

'천국보다 아름다운' 커피를 볶아 제공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캡틴을 그리며, 책상에 올라서게 될까요. 그리곤 외치게 될까요. 


오 캡틴 마이 캡틴.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그곳이 네버랜드여도 좋고, 산 시인의 사회여도 좋습니다. 그곳에서도 <굿모닝 베트남>에서처럼 흥겹고 신나는 방송을 하면 좋겠습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재단이 캡틴의 죽음을 독특하게 애도했네요. 공식 SNS에, "지니, 당신은 자유요(Genie, you're free)." 캡틴은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의 목소리 연기를 했었고, 이 말은 알라딘이 지니에게 건넸던 말이었죠. 


하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캡틴은 그렇게 자유를 이야기했었죠. 진짜 자유. 내가 찾는 자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뭐라 비웃든 간에."


고맙습니다. 캡틴 덕분에 웃고 즐겁고 행복했었습니다. 내 청춘의 일부분은 캡틴과 함께였다는 사실, 잊지 못할 겁니다. 


오 캡틴 마이 캡틴.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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