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기 전, 12월30일은 별을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가 태어난 날(1917년)이었다.
식민지 조국, 일제강점기의 폭압, 1차 세계대전 속에서 탄생한 시인의 운명이 순탄치 못한 것이야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우주를 방랑하는 히치하이커 같은 별의 운명처럼.
그러고 보면 시인이 태어난 1917년은 러시아혁명의 발발로 격동의 20세기를 예고한 해이기도 하다. 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한 해 앞둔 해이기도 했고.
물론! 그 정치적 격동은 문화사적으로 1920년대 걸작의 시대를 열어젖힌 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관통한 뒤, 1920년대에 펼쳐진, 카프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로런스, 울프, 파운드, 루카치, 조이스, 엘리엇, 피카소, 달리 등이 열어젖힌 황금시대.
지금 이토록 하 수상한 시절이 또 다른 걸작의 시대를 잉태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잡설을 긁적였다. 어쨌거나 지금은 먼저 스스로 '안녕'을 묻고, 남과 함께 안녕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섣달 그믐, 나는 이런 마음에 가까웠다.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가 남편과의 생활에 지치고 자기 예술의 방향으로 고민하던 1913년 섣달 그믐밤, 즉 12월31일의 겨울밤, 이렇게 한 해를 결산했던 마음. 정확히 100년 전 어떤 마음의 되돌이표.
"어쨌든 1913년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죽지도 않고, 무기력하지도 않고, 상당히 내면적인 삶이었다."
나는 남편도 없고, 저만의 예술 방향을 고민하지 않지만,
2013년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겠지만, 100년 전의 마음을 꺼냈다.
그건 지나간 이야기고,
올해, 이 詩가 품은 마음으로 잘 굴러서 생을 가꿔가야겠다.
그리고 이 마음, 당신과도 나누고 싶다.
별들이 온 힘으로 굴러서 해는 떠오르고
화분에 작은 싹 하나도
매순간 심호흡으로 자기 생을 밀어 올린다
[조향미,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중에서]
그리하여, 별을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역시 내가 좋아라~ 하는 詩를 당신에게 새해 선물로 건넨다. :)
그래 우리, 별 하나 품고 살자. 해피 뉴이어!
나만의
별 하나를 키우고 싶다
밤마다 홀로 기대고
울 수 있는 별
내 가슴속
가장 깊은 벼랑에 매달아 두고 싶다
사시사철 눈부시게 파득이게 하고 싶다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문정희_ 별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