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게도 자화상이 있다. 그림자 자화상.
성북동 커피하우스 '일상', 벽에 찍힌 나의 그림자 사진이다.
케냐AA가 짙은 향을 뿜고 있었고, 마사이마라(세렝게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안경은 커피향을 어떻게 흡입했을까.
삶이 없는 글은 빛이 없다고 했다. 글이 없는 삶은 그림자가 없다고 했다.
빛과 그림자. 삶에 커피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커피, 삶을 유지하게 만들고, 글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화상에게 묻고 싶어졌다. 넌, 기억하니? 그때 그 커피의 향미...
참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그림자의 존재를 알려준 사진.
안경은 그림자가 꾸는 꿈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