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책을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국민도서관 책꽂이(2월7일)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 15세기 독일 신학자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서문에 인용해서 널리 알려짐 -

 

 

그래요. 책이 있는 구석방,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공유경제의 공간입니다. 어쩌면 공유경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도서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도서관의 숱하게 많은 책들, 누군가의 소유이던가요? 아닙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잖아요. 누구도 소유하지 않되, 누구나 사용(활용)한다. 공유경제의 수사를 만들기도 전에 이를 실현한 곳이 바로 도서관이죠. 도서관의 책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공공재이자 공유 자산이며 빌려갈 수 있습니다. 책을 공유한다는 것은, 곧 사회의 지식과 교양 수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죠.

 

그러니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도서관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이 책은 도서관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듀이가 있던 미국 스펜서 도서관의 사서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이런은 말합니다. “도서관은 마을의 중요한 구심점이에요. … 새로 포장한 도로도 물론 좋지만, 그걸로 우리 마을의 정신이 고양되는 건 아니거든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얘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은 이미 몰락했다고 전제하면서, “이제 ‘대학 밖의 대학’에서 희망을 보는 시대이고, 도서관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스스로 사유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이 되는 길”이라고 전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도서관을 만나고 갈 수 있는 시공간의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것이죠. 2012년 2월 현재, 서울의 공공도서관은 시립 22개관, 구립 91개관, 사립 7개관, 장애인 10개관 등 130개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장 기준(인구 5만 명 당 1개관)인 211개관의 63%에 불과합니다. 또 구립도서관 중 보유 장서가 2만권도 안 되는 도서관이 1/3이나 된다고 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에서 찾는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신청 : http://www.wisdo.me/1050
  

여기, ‘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이하 책꽂이)’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온라인 도서관. 더구나 도서관 건물을 짓기 위한 큰 규모의 예산도 필요 없습니다. 장서의 부족에 대한 고민도 해결책이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회원 수에 맞춰 계속 늘어나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렇다면, 책꽂이가 무엇인지 좀 더 들어가 볼까요? 각자가 갖고 있는 책을 제3의 공간에 모아 온라인을 통해 빌려주고 빌려볼 수 있는 공유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도서관 서비스입니다. 책꽂이는 이를 통해 사회의 공공지식인 책과 관련된 개인과 사회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합니다. 공유경제를 통한 사회문제의 해결.

 

책꽂이의 처음 기획은 ‘오프라인의 클라우드 서가’ 개념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것은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가슴 아프게도) 책을 버리거나, 중고로 팔거나, 기증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혹은 오프라인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방법이 있으나 도서관 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멀 경우, 눈물을 머금습니다.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도서관장, 그래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이용하게 하자, 생각했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기획이 업그레이드합니다. 개인들을 모아모아 온라인에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것을 통해 서로의 책을 빌려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책꽂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해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책꽂이에 꽂힌 모든 책은 (회원) 모두의 책이 되는 순간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한 지식의 공유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서재 한 구석에만 있었다면 한 사람의 지식에만 머물렀겠지만, 책꽂이를 통해 세상을 누비게 된 책은 모두의 지식이 되는 것이죠.

 
또 품절이나 절판의 경우에도 도서구입자를 수배해 책을 볼 수 있으며, 공공도서관의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타서비스 기간 중 최대 25권을 두 달 동안 대여할 수 있습니다. 1~5권이 5천원 6~15권이 6천원, 16~25권이 7천원. 책 한 권 값도 되지 않는 비용에서 25권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 두 달의 행복이 보장됩니다.

 

 

책꽂이,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다

 

책꽂이는 2011년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장웅 도서관장의 책 2000여종으로 시작한 장서는 1월 20일 현재 1만8814종 2만1028권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반복 이용하는 손님도 늘고 있습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책을 널리 공유하기 위한 명사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고요. 공유경제 전도사 양석원(이장) 코업 대표의 서가도 있으며, 총각네 야채가게로 널리 알려진 김영한 대표의 서가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장웅 도서관장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된 모습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책을 국민도서관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곧 이들은 서가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가진 온라인 도서관(예를 들면 ‘김영한 도서관’)과 같은 식으로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산골에 위치한 신생 부대의 한 병장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문화적인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하는데, 책꽂이를 통해 도서를 대여 받고 싶다는 요청이었죠. 특히, 후임들이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내용. 그리고 부대 지휘관과 상의를 거쳐 주임원사를 통해 50여 명의 부대원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도서관을 심어준다’는 책꽂이의 창립 이념을 확립한 계기였습니다.

 

책꽂이는 현재 월 3천원의 회비를 내는 이용자에 의한 유료모델입니다. 책 대여비용은 없습니다. 왕복택배비만 지불하면 되는 셈이죠. 적은 비용으로 수만 권의 도서관을 갖게 되는 책꽂이의 방식은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책을 공유하는 것만큼 좋은 것, 없습니다. 다양한 책을 비용 걱정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점점 더 많은 회원을 끌어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책을 공유함으로써 비슷한 생각과 사유를 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더욱 공고하게 알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겠죠.

 

장웅 도서관장은 책꽂이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으로 요약합니다. 사람들에게서 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책꽂이는 불이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책을 읽는 사람들 간에 가지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택배 서비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어느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픈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책꽂이는 곧 도서관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기쁨입니다. 책을 공유함으로써 가지는 기쁨을 우리는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꽂힌 도서 대여표에 그려진 후지이 이츠키의 그림을 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책을 공유할 때의 낭만 같은 것. 과연 우리는 그 낭만을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에도 그것이 가능할까요. 일단 우리 만나서 들어봅시다.

 

오는 2월 7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 신청사 3층 대회의실, ‘내 책을 보관하고 서로 빌려볼 수 있는 국민의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만나보세요!

☞ 신청 :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내 책을 보관하고 서로 빌려볼 수 있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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