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건, 어른이건, 교과서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전태일'을 맨처음,

알려줬던 어른, 조영래.

1992년 전태일 열사를 만났고, 인권 변호사 조영래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러나 조영래 변호사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다. 1990년, 마흔 셋, 세상에 이른 죽음은 없다지만, 조영래 변호사는 이미 떠난 뒤였다.

1990년 12월 12일. 오늘은 22주기. 그러고 보면, 1212는 늘 춥다.

 

그러나 전태일을 낳는 시절은 아직 끝나지 않는구나.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을 철거하겠다는 중구청의 행정집행 예고가 있었던 오늘.

다행히 파국은 면했다. 농성촌 대표단과 중구청이 대화를 갖고,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은 취소됐다.

한편으로, 이재영 진보신당 전 정책위의장이 돌아가셨단다.

사실, 잘 모르는 분이지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책통을 맡으시면서 노동 감수성이 짙은 분이셨다는 트친의 전언이 있다. 노동계는 한 분의 정책통을 잃었다. 아쉽고 또 아쉽다.

조영래 변호사 기일과 맞물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늘 지옥임을 실감하게 한다.

< 드라마의 제왕 > 앤서니(김명민)도 또박또박 말하더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지옥이야."

더 이상 전태일이 없길 바라는 것은,

완벽한 남자를 기둘리는 여자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하는, 어쩌면 다림질로도 결코 펴지지 않을 절망감.

최근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찌질한 B급 마초로서 쪽팔리고 반성도 되고, MB시대 다시 강화된 '마초주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언뜻.

우석훈은 모든 정부 부처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국이나 실을 하나씩 다 만들고, 사회적경제 등 여성성이 강조된 경제 정책부터 여성노동자, 여성 알바, 여성 농민 등 여성에 대한 세밀하면서도 디테일한 접근을 강조하는데. 마을에도 여성을 강조하는데, 여성성이 온누리에 퍼져 있다면 모를까, 마을여성실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모르겠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한국 특유의 마초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나부터. 고민이다.

오늘, 조영래 변호사를 추모한다. 이재영 노동자를 추모한다.

그나저나, 퍼펙트 가이는 없다!ㅋ

완벽한 남자 :
무릎 꿇고 청소하는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



완벽한 남자 :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쉬엄쉬엄 노는 짓은 하지 않는다.



완벽한 남자 :
옳지 않은 방향으로 비비지 않는다. 결코.



완벽한 남자 :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을 결코 꺼리지 않는다.



완벽한 남자 :
결코 수증기를 다 써버리지 않는다.
즉, 에너지나 열정을 결코 상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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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완벽한 남자를 기다리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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