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1월에는.
독일 작가, 한스 에리히 노삭의 이 소설, 죽기 전에 꼭 진심 뱉고 싶은 이 한마디가 툭 던져집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이 '안전'하기만 바라며 하루하루 버텨왔던 재벌가의 며느리 마리안네. 처음 만난 낯선 남자 묀켄이 건넨 그 한마디에 재벌가 생활 따위 내팽개치고 남자를 따라나서는 여자. 그야말로, '미친' 낭만.
뭐, 낭만? 현실 감각 없는 무능력자들이 술 한 잔에 기대어 부리는 치기 정도로 전락한 '낭만 소멸의 시대'. 칼럼니스트 김경이 전한 독일 철학자 프레데릭 바이저의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화를 낭만화하라]에 의하면, 초기 낭만주의자의 미학적 혁명은 당대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정치적 운동의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세계를 낭만화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소설이나 詩로 만드는 것을 의미했으며,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파편화된 근대 세계에서 잃어버린 의미와 신비, 마법을 되찾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알다시피 어릴 때, 우리 모두는 예술가였죠. 그러나 '낭만끼'를 자본과 권력에 의해 강탈 당하면서 우리는 예술적 재능과 낭만적 삶을 잃었다는 불편한 진실!
독일 낭만주의 사상가 프리드리히 슐레겔, 낭만 명령으로서 "세계를 낭만화하라"고 선언했습니다. 다른 낭만주의자 노발리스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시적 국가(poetic state)'라고 표현했고요. 바이저는 '낭만시'라는 용어와 '세계는 낭만화되어야 한다'는 명령을 정치와 윤리, 철학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에게 '낭만'은 유미주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닌, 개인과 사회, 자연에 대한 세계관을 집약한 표현이라는 것. '낭만화', 현실과 무관한 공상 속에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세계관이 아닙니다. 이 낭만주의자들은 자유로운 교제가 가능한 유기체적 국가 안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낭만을 되살리고픈 누군가, 이렇게 외칩니다. "마을을 청춘화하라."
마을을 품은 청년들이 이야기를 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낭만, 어떤가요? '마을청년활동가'에겐 이런 정의, 어떨까요? 자유로운 교제가 가능한 유기체적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모색하는 자.
청년과 마을 네트워크 첫번째 이야기,< 마을살이 몇 핸가요 >. 새로운 친구를 만나, 마을을, 세계를 낭만화합시다! 4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짝궁 프로젝트까지 곁들인 낭만의 최적화. 자, 신청하세요. 세상을 향한 감각의 촉수를 벼리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서 세계를 낭만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아울러, 녹색공유도시를 향한 낭만의 초대, < 녹색공유도시 100 >(11월26일 오후 6시)도 함께 곁들이오니, 신청하세요.
다시 돌아가, 늦어도 11월에는. 마리안느와 묀켄의 '미친 낭만'에 대한 노삭의 이런 읊조림.
"일단 스쳐 지나가고 나면 계속 그리워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다른 어떤 것은 그 순간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오직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그런 순간을 닥치게 만드는,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대 좋아하는 계절이 와요(나윤권 노래 제목). 아참, 겨울이한테 인사 하는 것, 잊지 않으셨죠?
눈과 함께 하길, 기다렸어, 나의 겨울. :-)


